‘데드포인트’는 장거리를 달릴 때 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숨이 차며 고통을 느끼게 되는 극단적인 시점을 말한다. 운동 강도가 강할수록 빨리 데드포인트(사점)에 도달한다. 
 
트레이닝을 잘 쌓은 사람에게는 사점이 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또한 느껴지더라도 그 후에 엔도르핀이 솟는 시점이 온다는 것을 잘 알고 힘을 낸다. 또한 고통 후에 성취에 따른 기쁨을 알기 때문에 잘 견딘다. 그래서 주저앉지 않고 거침없이 돌파해 나간다. 
 
이를 증명한 사람이 바로 이봉주라는 마라토너다. 우리에게는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마라톤 금메달을 딴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는 평발이자 짝발이다. 즉 빨리 걷기도 힘들어 옛 시절 군대 면제 조건에 해당했던 몸이다. 그는 훈련을 거치면서 신체적 결함은 물론 데드포인트를 잘 이겨내어 다른 선수보다 더 나은 경력을 자랑한다. 
 
▲이미지=아이클릭아트
회사 생활에도 데드포인트가 다가온다. 출근하면 처음 3일은 그야말로 모든 것이 낯설고 모든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점차 안정감을 찾지만 신입직원 일부는 일주일 안에 그만둔다. 1차적인 고비인 셈이다. 제대로 회사를 알아보지도 않고 자기에게 안 맞는다고 쉽게 결정한다. 
 
두 번째 고비는 3년 내에 도출된다. 입사자의 3분의 1이 3년 내에 그만둔다고 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직장은 3명 중 1명이 1년 내에 퇴사한다. 회사가 비전이 없어 보이고 힘들기로는 자신이 최고라고 믿기 때문이다. 직장 생활의 데드포인트가 다가온 것이다. 
 
30여 년을 같은 직장에서 다니다가 이직하여 CEO로 있지만 결론은 회사별로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모든 것이 힘들지만 주위 사람을 믿고 서로 힘을 합치느냐, 아니냐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회사에서 가장 채용을 기피 하는 사람은 자주 회사를 옮기는 사람이다. 서로 믿고 신뢰하기 보다는 조금만 어려워도 바로 퇴사할 사람으로 보기 때문이다. 
 
기업도 근로자와 비슷한 데스밸리, 죽음의 계곡이 있다. 데스밸리는 창업한 기업이 설립 3년 전후 겪는 위기를 말한다. 이를 이겨내야 성숙기에 접어드는데 창업자의 47%가 3년 내 문을 닫는다는 통계가 있다. 
 
종교에서 믿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특별한 계기가 있어야 믿음이 성숙해진다. 성경에서 아브라함은 아들을 바쳐야 하다는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함으로 데드포인트나 데스밸리를 넘어서 믿음의 아버지로 거듭난다(실제로 바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회사가 직원을 믿고, 반대로 직원이 회사를 완전하게 신뢰하게 되는 데도 특별한 계기를 필요로 한다. 큰 어려움이 닥쳐올 때, 특히 회사가 난관에 봉착했을 때 같이 힘을 합한 근로자들 간에는 남다른 애착이 생겨난다. 경영자와 근로자가 서로 양보하고 한 발 더 뛴 과거는 역사가 되고 그 기업의 스토리가 된다. 시간이 흘러 그 기업의 전통이 된다. 
 
어려울 때 더욱 강해지느냐, 아니면 반대로 무너지느냐는 거의 모든 기업에게 다가오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모든 경영자와 근로자가 넘어야할 쉽지 않은 봉우리다.
 
근로자가 데스밸리를 통과하기 위해 필요한 엄청난 성숙함이나 대단한 성과는 어떻게 가능할까? 얼핏 보기에 불가능했을 대단한 성과도 오늘 한발 잘 걸어온 것에 기인한다. 아니 무너지지 않고 잘 견딘 것에서 출발한다. 
 
오늘 전진하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잘 견딘 것이 성과이고 그것에 축제를 벌이기에 충분하다. 대단한 것은 오늘 잘 견딘 것을 먹고 산다. 
 
그러니 오늘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실망하거나 좌절할 필요가 없다. 더욱이 초조해 할 필요가 없다. 세차게 몰아치는 세파 속에서 잘 견딘 업적(?)이 쌓이면 큰 족적으로 다가온다. 커다란 성과도 오늘 잘 견딘 것에 대한 다른 이름이다. 
 
어쩌면 직장인에게는 매일이 데스밸리일지도 모르겠지만, 시선을 달리할 때 불현듯 영광(기쁨)의 순간이 다가온다. 이봉주 선수가 짝발과 평발에만 주목하지 않고 고통의 시간을 넘어서 얻을 열매를 기대하면서 웃었던 것처럼. <연재 끝>
 
최용민 | 전 WTC SEOUL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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