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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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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라면 수출이 월간 기준 1억 달러를 처음으로 돌파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라면 수출액은 1억859만 달러(약 1470억 원)로 작년 같은 기간(7395만 달러)보다 무려 46.8% 증가했다. 
 
이런 증가율은 2022년 5월의 49.3% 이후 1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다. 또 역대 월간 기준 최대 기록인 올 2월의 9291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달러라도 수출실적이 있는 품목 수는 HS 10단위 기준으로 모두 9378개다. 이중 라면(HS 1902301010)은 9억5240만 달러의 실적으로 100위에 랭크됐다. 식품 중에서는 1위다.
 
최근 한국 라면의 수출증가율이 높은 나라들이 한국과 문화적 밀접성이 떨어지는 나라라는 점도 이색적이다. 최근 5년 한국 라면 수출증가율 상위 5개국은 네덜란드(5년 평균 증가율 71.8%), UAE(40.2%), 사우디아라비아(31.5%), 독일(31.4%), 영국(29.7%)이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세계 132개국에 라면을 수출했으며 이 중 73개국에서 ‘역대 최대’ 수출액을 기록했다. 물량기준 24.4t으로 봉지라면(120g)으로 환산할 경우 무려 20억 봉지에 달한다. 금액 기준(9억5000만 달러)으로는 중형 휘발유 승용차 5만3000대 이상을 수출한 것과 같은 규모다.
 
라면은 어떻게 한국 식품 수출의 아이콘이 되었을까.
 
▲인도네시아 발리의 대형 슈퍼마켓이 진열돼 있는 한국 라면. [한국무역신문 DB]
●라면 소비대국 한국의 까다로운 소비자들 = 한국인의 1인당 연간 라면 소비량은 77개로 세계 2위다. 세계라면협회 2022년 기준 통계다. 1위는 베트남으로 85개다. 
 
한국은 2020년까지 1인당 세계 라면소비 1위국이었다가 2021년부터 베트남에게 추월당했다. 베트남의 연간 1인당 라면 소비량은 2019년 55개에서 2020년 72개로 늘었고,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1년엔 88개까지 치솟기도 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라면 소비는 한국 라면 산업의 발전에 토대가 됐다. 1963년 삼양식품이 처음 라면을 생산해 성공을 거두자 1980년대 들어 내로라하는 식품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농심은 1982년 너구리, 1983년 안성탕면, 1986년 신라면을 잇달아 내놨다. 팔도(당시 한국야쿠르트)는 1984년 팔도비빔면을, 오뚜기는 1988년 진라면을 선보이며 맛과 품질로 승부했다. 
 
이 과정에서 라면은 한국의 ‘국민식품’이 됐다. 
 
치열한 경쟁은 고품질의 제품을 낳는다. ‘무죄’와 ‘근거 없음’으로 끝났지만 1980년대 말의 ‘공업용 우지 파동’이나 2000년대의 ‘MSG 소동’은 소비자들의 라면 품질에 대한 지독한 감시를 상징한다. 
 
오뚜기 관계자는 “한국의 까다로운 소비자들이 라면의 품질 향상에 기여한 측면이 있음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일 수출이 수입의 8배… 원조 일본을 따돌리다 = 인스턴트 식품 라면을 처음 개발한 곳은 일본의 ‘닛신’이라는 회사다. 삼양식품 설립자인 전중윤 회장이 닛신에 기술 전수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했고 결국 닛신의 경쟁사였던 묘조식품의 도움을 받아 1963년 첫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 사이 ‘강산이 6번 변했다.’ K-라면은 그보다 더 크게 변신했다. 
 
지난해 한국은 일본에 5797만 달러어치의 라면을 수출했다. 하지만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은 697만 달러어치에 그쳤다. 대일 수출이 수입의 8배에 달한다. 대일 라면 무역수지 흑자는 5000만 달러를 넘는다. 
 
올해 들어서도 4월말까지 2288만3000달러어치를 일본으로 내보냈다. 대일 라면 수입은 337만 달러어치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라면 원조인 닛신이 한국 라면 베끼기에 나섰다는 소식도 들린다. 
 
닛신이 올해 새로 출시한 컵라면에는 한글로 ‘설렁탕’ ‘순두부찌개’라고 국물 맛을 한글로도 적혀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도 양념치킨 맛 라면, 해물짬뽕 맛 라면에 한글을 병기해 출시했다. 닛신이 출시한 야키소바 컵라면의 경우 삼양식품의 까르보불닭볶음면을 복사, 붙여넣기 한 수준이다. 태국시장에선 매울 ‘신(辛)’ 을 매울 ‘랄(辢)’로 살짝 바꾼, 사실상 신라면 베끼기도 했다. 모두 한국과 관계있는 것처럼 보이게 해 판매를 늘리려는 것이다. 
 
●삼양식품의 고난의 행군, 그리고 영광 = 한국 라면의 원조는 삼양식품이다. 1963년 일본기업의 도움을 받아 어렵사리 봉지라면을 처음 출시했다. 
 
삼양식품은 이로부터 60년이 지난 지난해 12월 농림축산식품부의 ‘제1회 K푸드 플러스(+) 수출탑 시상식’에서 농식품 수출탑 대상을 받았다. 무려 ‘4억불탑’이다.
 
최근 한국 라면 수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다. 삼양식품은 특히 ‘까르보불닭’ 등의 인기 덕분에 해외 매출액이 85%나 늘었다. 전체 매출액에서 해외 비중은 올해 1분기 75%로 작년 1분기(64%)보다 급증했다.
 
삼양식품은 1980년대 국내 시장점유율이 70%에 육박했다. 그러나 1989년 발생한 ‘공업용 우지 사건’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5년 8개월간 법정 싸움 끝에 1995년 무죄 선고를 받았지만, 시장점유율은 10%대까지 떨어졌다.
 
삼양식품은 2010년대 들어 회생 기회를 잡았다. 2012년 4월 출시한 불닭볶음면이 2014~2015년 유튜브 등 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면서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수출이 본격화한 2016년 이후 거의 매년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2016년 3593억 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조1929억 원으로 7년 만에 3.3배 증가했다. 
 
●수출실적 통계에 안 잡힌 한국라면들 = 최근 팔도는 베트남에 제2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현지공장에서 연간 라면 7억 개를 생산해 미국·일본·대만 등 10개국에 수출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여기서 팔도가 만들어 수출할 라면은 한국의 라면 수출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베트남의 수출실적으로 기록된다. 말하자면 ‘본적’은 한국 라면이지만 베트남 공장에서 만들었으므로 ‘현주소’가 베트남인 셈이다. 
 
라면은 해외 현지공장에서 생산돼 현지에서 유통되거나 제3국에 수출되는(한국의 수출 통계에서 제외된) 물량도 어마어마하다. 다시 말해 현재의 K-라면 열풍이 단순 수출액 이상이라는 뜻이다. 삼양식품의 수출비중이 크게 높은 것은 이 회사가 해외 공장 없이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 물량만으로 수출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농심은 1996년 중국 상하이 공장을 시작으로 칭다오·선양 공장, 미국 1·2공장 등에서 라면을 생산해 현지 수요에 맞추고 있다. 이 회사는 올 하반기 미국 제2공장에 용라라면 증설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유럽과 아시아 지역 수요 대응을 위해 국내에 수출전용 공장 설립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야쿠르트는 2000년대 들어 대러시아 수출량이 연간 2억 개에 육박하자 2003년 모스크바시 인근 라멘스코예시에 한국 기업으로는 최초로 러시아 현지 공장을 설립했다. 처음 2개 라인으로 출발한 이 공장은 매년 설비를 증설, 지금은 5개의 생산 라인에서 연간 3억 5천만 개의 라면을 생산하면서 연간 18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9월 이 공장은 ‘도시락’ 라면 단일 품목만으로 누계 생산 10억 개를 돌파했다.
 
오뚜기는 2018년 베트남 하노이 인근에 박닌공장을 준공하고 진라면과 열라면·북경짜장·라면사리 등 다양한 오뚜기 제품을 생산해 오고 있다. 오뚜기는 베트남에 할랄 공장을 추가로 설립해 인도네시아 등 이슬람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또 미국에 ‘오뚜기푸드 아메리카’를 설립해 현지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한류와 코로나19의 덕을 톡톡히 보다 =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아카데미 4관왕 등을 수상한 명작이다. 영화에는 ‘짜파구리’가 나온다. 농심 라면인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은 요리다. 영화가 세계적 인기를 끌면서 짜파구리도 덩달아 화제가 됐고 짜파게티와 너구리의 매출이 폭증했다. 농심은 세계 소비자들의 관심과 요청에 짜파구리를 실제 제품으로 출시했다.
 
이 사례를 포함해 영화나 드라마 등 한류의 확산은 한국 문화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으로 이어졌고 그 중에서도 라면을 포함한 식품은 직접적인 수혜를 봤다.
 
한류 스타들의 라면 사랑도 K-라면 붐의 큰 역할을 했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이 라이브 방송에서 불닭볶음면을 먹으며 의도치 않게 홍보대사가 됐고, 외국인들이 SNS에서 ‘불닭 챌린지’를 퍼뜨렸다. 
 
지민의 사례 외에도 SNS를 통한 한국 라면 홍보 사례는 수없이 많다. 현재 제일 잘 나가는 불닭볶음면은 2014~2015년 유튜브 등 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수출에 불을 당겼다.
 
코로나19도 라면 수출의 숨은 공신이다. 코로나19로 외식이 어렵자 라면은 세계적으로 집안에서 조리하기 쉬운 간편식품으로 수요가 증가했다. 
 
이는 한국의 라면 수출 통계에서 증명된다. 코로나19가 확산한 첫해인 2020년 라면 수출액은 29.2% 급증했으며 이후에도 2021년 11.7%, 2022년 13.5%, 2023년 24.4%를 기록했다. 덕분에 한국의 라면 수출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억6700만 달러였으나 4년 만인 지난해 2배로 늘었다. 올해 1∼4월에도 라면 수출액은 3억7886만 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34.4%나 늘었다.
 
 
[연도별 라면 수출 추이(단위 : 천 달러)]
(자료=관세청 무역통계)
 



김영채  weeklyctrade@kit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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