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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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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자란 사람들이 생활력이 강하다고 하잖아요. 저도 살아보니 그게 느껴집니다.”
 
이경화 바다손애 대표는 여장부다. 실패는 있지만, 포기는 없다. 일찍 사업에 손을 댔고, 성공도 했지만 쓴맛도 봤다. 언제나 툴툴 털고 다시 도전했다. 
 
제조업에 뛰어든 후에는 해외 시장을 계속 노크했다. 쉽게 열리지 않았지만 반복해서 두드렸고, 마침내 열었다. 
 
그의 완도에 대한 애착은 남다르다. 완도 특산물 5가지로 해초 샐러드를 만들기도 한 이 대표는 해외 시장을 열어 지역의 해초 판로 지원을 돕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경화 바다손애 대표는 지역특산물인 남도 해조류를 세계에 판매해 지역 어가를 돕고 싶다고 말했다. 이경화 바다손애 대표가 전남 강진 회사에서 주요 상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바다손애]
●고된 바다일로 도시를 그리던 소녀 = 전남 완도 생일도가 고향이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응급의료 사각지대’란 소개가 따라왔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남동생과 함께 가업인 양식업을 도왔다. 아버지가 미역·다시마를 채취해 오면 바닷가에서 물을 가득 먹은 해조류를 받아, 어머니가 그물을 깔아 건조하는 곳까지 옮겼다. 
 
수확 철은 봄과 여름이었다. 봄은 그럭저럭 버텼다. 한여름 뙤약볕은 못 참았다. 수시로 바다에 뛰어들어 쏟아지는 땀을 식혔다. 
 
이 대표는 “집앞이 몽돌해변이었다. 제대로 걷기도 힘든 곳에서 미역 등 해조류를 옮겼다”며 “초등학교 때부터 섬을 떠날 때까지 부모님을 도왔다”고 말했다.
 
●젊어서 사업에 뛰어들어 = 고등학생 때 도시로 나온 이 대표는 5년 사회생활 후 창업을 결심했다. 이 대표는 창업 결심 이유로 “날마다 똑같아 지겨웠다”고 말했다. 
 
첫 사업은 호프집. 지인의 소개로 30대에 호프집 프랜차이즈를 오픈했다. 적성에 맞았다. 
 
이 대표는 “재미있었다. 사람들이 우리 가게를 찾아주는 데 성취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한 달 수익이 많게는 1000만 원을 넘었다. 
 
10년 정도 하다가 캠핑 스타일 고깃집으로 갈아탔다. 이 대표가 캠핑에 빠져 있던 시절이다. 많은 사람들이 캠핑 분위기를 느끼며 고기 구워먹는 것을 좋아할 것으로 기대했다. 
 
오판이었다. 초반에는 반응이 좋았지만, 6개월이 지나자 손님이 끊겼다. 이 대표는 “목포에서 캠핑 콘셉트로 창업한 것도 잘못이고, 무엇보다 제가 육류를 너무 몰랐다”고 실패 이유를 밝혔다.
 
아픔을 잊고, 바로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번에는 이동형 도서관 차량을 개조한 커피·토스트 가게였다. 3억 원을 들여 차량을 개조하고 설비를 들여놨다. 커피 제조법도 배우고 토스트, 호떡 만드는 것도 익혔다. 
 
사업은 6개월 만에 끝났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근처 가게들이 신고해서 쫓겨났고, 관광지에 가면 마트에서 항의했다. 
 
옮기고 옮겨, 고향인 생일도에 들어가는 배가 있는 전남 강진 항구에 자리를 잡았다. 왕래하던 가족이 보고 ‘창피하다. 다른 곳으로 옮겨라’는 말을 들었다. 
 
이 대표는 “장점만 보고 시작한 게 실패 원인”이라고 말했다. ‘개조한 차량이 예쁘다’며 관심을 보인 손님에게 하루 만에 넘기고, 사업을 접었다. 
 
이 대표는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졌었다’고 실토했다. 호프집 영업 당시 한 달에 1000만 원 넘게 순이익을 냈었는데, 이때는 1000원짜리 호떡·커피를 팔았지만 이마저도 잘 안 됐던 것이다.
 
●‘해조’로 재도전하다 = 포기는 없었다. 바로 지역에서 지원하는 해조류·전복 가공 교육 과정을 수강했다. 
 
이 대표는 “원래 쉬거나 놀지를 못한다. 뭔가 계속할 것을 찾는다”고 말했다.
 
교육을 이수할 즈음 양식업을 하던 아버지 소개로 매물로 나온 미역 가공 공장을 찾았다. 대표가 고령이어서 불가피하게 내놓은 물건이었다.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많았다. 
 
이 대표는 자본금이 많지 않았다. 그래도 공장은 욕심이 났다. ‘벌어서 갚겠다’고 공장 대표에게 당당히 말했다. 
 
결국,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이 대표가 인수했다. 이 대표는 “일이 되려면 어떻게든 된다”고 말했다.
 
두 달 내에 갚아야 할 빚이 5000만 원을 넘었다. 사업은 쉽지 않았다. 어려서 미역 양식을 도왔지만 그게 전부였다. 
 
다행히 인수한 공장을 이용하는 거래처들이 있어서, 처음 빚은 어떻게 갚았다. 
 
하지만 곧 또 다른 빚이 쌓였다. 영세한 미역 가공업체들이 많다 보니 때론 덤핑으로 가격을 후려치는 곳이 나왔다. 빚은 계속 쌓여갔다. 이대로는 안 됐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해초 절임 식품 회사, ‘바다손애’다. 공장 인수 1년여 만인 2019년이다. 
 
다시마·미역·톳 등 5가지 해조류들로 장아찌를 만들었다. 레시피는 인터넷을 검색했다. 직원 한명을 두고 인터넷에 쇼핑몰을 만들어 팔았다. 
 
매출은 크게 늘지 않았다. 그래도 계속 투자했다. 소분 미역, 김 스낵, 해초 샐러드 등을 연달아 내놓았다. 매출은 올랐지만 기대에 충족하지는 못했다.
 

 
●수출로 희망의 끈을 잡다 = 이 대표는 판로를 찾기 위해 팔방으로 뛰어다녔다. 특히 정부·지자체의 지원 사업을 적극 활용했다. 어떻게든 기회를 잡기 위해서다. 
 
창업 첫해인 2019년부터 외국 시장개척단에 참여했다. 제대로 된 수출 상품도 없을 때였다. 
 
미역줄기, 다시마, 톳을 들고 러시아에 갔는데 바이어를 설득하기 위해 발사믹 소스, 드레싱, 초장을 주며 찍어 먹어 볼 것을 권했다. 
 
큰 성과는 없었다. 코로나로 인해 2020년과 2021년은 조용했다. 
 
2022년 다시 해외로 나갔다. 2022년 7번, 지난해에는 8번 해외에 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베트남 바이어를 잡았다. 
 
과정은 물론 쉽지 않았다. 베트남에서 바이어를 3차례 만났고 분위기도 좋았다. 하지만, 주문(오더)은 들어오지 않았다. 
 
이 대표는 오기가 생겼다. ‘원하는 단가’ ‘원하는 디자인’을 모두 맞춰주겠다고 제안했다. 어떻게든 거래를 트고 싶었다. 
 
곧, 주문이 들어왔다. 첫 물량은 한 파레트였다. 다행히 베트남 현지에서의 반응이 좋았다. 덕분에 세 번째 주문부터는 20피트 한 컨테이너 규모로 늘었다.
 
회사는 올 초부터 인도에 김 스낵, 구운 김을 수출 중이다. 최근에는 인도 바이어가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을 요청, 절차를 밟고 있다. 미국과 영국에도 간접 수출방식으로 염장 해초류, 김부각, 해초 샐러드, 건미역 등을 내보낸다.
 
●지역특산물 해조를 ‘세계로’ = 바다손애는 해외 시장을 겨냥한 신상품을 계속 내놓았다. 바이어와의 지속적인 소통으로 냉동식품인 해초샐러드를 실온 보관 상품으로 개발한다. 
 
건조한 해초를 별도로 포장한 소스와 함께 제공한다. 해초샐러드에는 다시마·톳·미역줄기·곰피미역·꼬시래기 5가지 해초가 들어간다. 모두 지역 특산품이다. 
 
이 대표는 “어가에서 어렵게 채취한 해초류가 제대로 소비가 안 될 때 마음이 아프다”며 “수출을 늘려, 어가를 돕겠다”고 말했다.
 
바다손애 회사명이 눈길을 끈다. 이 대표는 ‘부모님이 맛있는 음식을 손으로 만들어 주듯이, 저희는 바다에서 난 음식을 사랑을 담아 손으로 정성스럽게 만들어 드린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사명 마지막 글자는 ‘사랑 애(愛)’다.
 
이 대표는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았다. 비결을 묻자, 생활력이 강한 섬사람 속설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어렸을 때 봤던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렸다.
 
“섬에 살면 폭풍이 제일 무서워요. 폭풍이 온다고 하면 집안의 가장 중요한 보물인 배를 우선 안전한 곳으로 옮깁니다. 한번은 아버지가 배를 옮기러 나가셨는데 돌아오지를 않으셨어요. 어린 동생과 바닷가에 뛰어나갔는데, 아버지가 집채만 한 파도 속에서 홀로 배를 끌고 계셨습니다. 괴물 같은 파도와 맞서 싸우고 계셨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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