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결혼기피와 저출산으로 인구절벽에 직면한 가운데 고령화도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혼인신고 건수는 9년 연속 줄었으며 신생아 수는 신중국 건설 이후 처음으로 1000만 명 이하로 떨어졌다. 반면 60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은 20%에 육박하고 있다.
 

 

작년 혼인신고 683만 건으로
10년 전의 절반수준으로 줄어

●‘1000만 쌍’ 깨진 후 가파른 감소 = 중국 민정부에 따르면 2022년 중국에서 혼인신고 한 부부는 2021년보다 10.6% 줄어든 683만5000쌍이었다. 중국의 혼인신고 건수는 2013년 1346만9000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9년 동안 줄곧 감소세였다.
 
특히 2019년 처음으로 ‘1000만 쌍’의 벽이 깨져 927만3000건(8.5% 감소)을 기록했고, 이후 2020년 814만3000건(12.2% 감소), 2021년 764만3000건(6.1% 감소)으로 가파른 하락을 이어갔다. 올해 감소폭인 10.6%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수준에 버금가는 것이기도 하다.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은 민정부 자료를 토대로 계산한 결과, 중국의 결혼 연령도 늦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2022년 혼인신고 인구에서 20∼24세가 차지한 비중은 15.2%로 전년 대비 1.3%p 줄었다. 20∼24세의 비율은 ‘이른 결혼’이 일반적이던 2010년만 해도 37.6%에 달했지만 이후 계속 축소됐다. 2012년 20∼24세 인구 비중(35.5%)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20.3%포인트가 줄어드는 급격한 감소세를 보인 셈이다. 
 
반면 30∼34세(2010년 11.3%→2022년 20.72%), 35∼39세(2010년 6.6%→2022년 9.14%) 인구집단이 신규 혼인신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늘고 있다.
 
작년 기준 가장 비중이 큰 결혼 연령대는 10년 연속 1위를 기록 중인 25∼29세(37.24%)였다.
 
중국에서 결혼이 줄어드는 것은 ‘결혼 적령기’ 인구 자체가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중국에서는 1987년 이후 출산이 꾸준히 줄어왔다. 경제난과 취업난으로 결혼을 ‘포기’하는 세태 역시 혼인신고 감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다만 제일재경은 작년까지도 코로나19 대유행과 방역이 이어져 결혼을 올해로 미룬 커플도 존재하며, 이것이 작년 혼인신고 건수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코로나로 미뤄뒀던 결혼 수요가 살아날 걸로 기대했지만 2분기까지 추세로 보면 기대는 여지없이 깨지는 분위기다. 1분기 결혼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9% 늘어난 215만 건, 2분기는 178만 건으로 9.6%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나마 이런 증가세는 ‘과부의 해’인 내년(2024년)을 피하기 위해 올해로 결혼식을 앞당긴 영향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과부의 해는 음력으로 따져 입춘이 없는 ‘무춘년’을 의미한다. 윤달이 포함된 2023년은 입춘이 두 번 들어 있는 ‘쌍춘년’이지만, 2024년에는 입춘이 없다. 
 
중국 사람들은 입춘이 없는 해를 ‘과년’이라 부른다. 과년은 ‘과부’를 연상케 한다는 이유로 ‘과부의 해’로도 불린다. 무춘년에 결혼을 하면 남편이 요절하고, 여자가 과부가 되며 자식도 낳지 못한다는 속설로 인해 중국인들은 ‘과부의 해’라고 부르며 결혼을 피해왔다.
 
 

셋째 자녀 출산까지 허용했지만
양육비 부담 등으로 효과 없어

 
●6년 만에 절반으로 줄어든 신생아 = 출산율도 계속 낮아지고 있다. 작년 중국의 신생아는 956만 명으로 둘째 자녀 출산을 허용한 2016년(1867만 명)과 비교해 6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중국의 신생아 감소는 1949년 신중국 건국 이후 73년 만에 처음이다. 당국이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2016년 둘째 자녀에 이어 2021년 셋째 자녀 출산을 허용하고, 다양한 출산 장려책도 내놨지만, 세계 2위 수준의 높은 양육비 부담과 경제 침체에 따른 취업난 등이 겹치면서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지난해 중국의 신생아 956만 명 가운데 둘째 자녀 비율은 38.9%라고 밝혔다. 둘째 자녀 비율은 2016년 45%에서 2019년 59.5%로 급증해 정점을 찍은 뒤 2020년 50%로 떨어졌고, 2021년에는 41.4%로 하락했다. 
 
한 해 신생아 가운데 둘째 자녀 비율이 40%를 밑돈 것은 둘째 자녀를 허용한 2016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둘째 자녀 비율이 가장 높았던 2019년의 59.5%와 비교해서는 20.6%p 급감했다.
 
둘째 자녀 출산이 급감한 것은 결혼과 출산 기피 풍조 속에 양육비 부담 때문에 자녀를 낳더라도 한 자녀만 원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출산 인구 감소에 따라 2021년 셋째 자녀도 허용했는데 작년 셋째 이상 자녀 비율은 2021년보다 0.5%p 늘었다.
 
중국 내 연구기관들은 올해 중국 신생아 수를 800만 명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 연구기관에서는 이미 700만 명에 근접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출생아 숫자만으로도 지난해 인구 감소폭의 3~4배에 달하는 감소 수요가 있다.
 
신생아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산부인과도 사라지는 중이다. 현지 언론은 최근 중국 구이저우 소재 병원들이 산부인과 업무를 폐과하거나 축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곳 병원 분만이 전년 동기 대비 약 30%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생아 감소의 영향으로 작년 중국 인구는 14억1175만 명으로 전년보다 85만 명 적어 1961년 이후 61년 만에 처음 감소했다.
 
 

60세 이상 인구 20%에 육박
노인복지·양로비용 부담 늘어

●10년 후 ‘심각한 초고령 사회’ 진입 = 이런 가운데 중국 전체 인구에서 60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20%에 육박했으며 이런 추세라면 2035년에는 ‘심각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민정부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중국의 60세 이상 인구는 2억84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9.8%를 차지했다. 전년인 2021년 기준 60세 이상 인구 비중은 18.9%(2억6736만 명)였는데 1년 새 0.9%p 증가한 것이다.
 
65세 이상 인구도 지난해 2억978만 명으로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전년(14.2%)보다 0.7%포인트 증가한 14.9%에 달했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4% 이상이면 고령 사회, 20%를 넘어서면 초고령 사회로 분류되는데 중국은 2021년 고령사회에 진입한 것이다.
 
민정부는 작년 말 기준, 노인 복지와 양로 서비스에 각각 423억 위안(약 7조8000억 원)과 170억1000만 위안(약 3조1000억 원)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관영 통신 신화사는 제14차 5개년 계획(2026년∼2030년) 기간 60세 이상 인구가 3억 명을 돌파해 중국이 ‘중도(中度) 노령화’ 단계에 진입하고, 2035년에는 4억 명을 넘어서 ‘고도(高度) 노령화’ 단계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젊은 층의 결혼과 출산 기피 풍조로 신생아는 급감하는 반면, 수명 연장에 따라 노인 인구가 계속 증가하는 데 따른 것이다.
 
중국위생건강위원회는 2035년 기대수명이 80세 이상이 될 것이며, 중국의 80세 이상 인구는 2035년 7000만 명, 2050년엔 1억40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의 공장 유지 인력 부족
각종 지원책도 ‘백약이 무효’

●노동인력 감소, 내수시장 축소 등 충격 = 신화사 보도에 따르면 상하이시 경제학회 롄핑 부회장은 “중국의 인구 감소와 노령화는 노동인력 감소, 내수 확대 제한, 재정 압력 등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것”이라며 “인구 감소의 충격을 줄일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계의 공장’을 유지할 노동력의 감소와 함께 내수시장 축소, 노령인구 부양을 위한 사회적 부담이 커질 것이란 얘기다.
 
신화사도 평론을 통해 “인구 노령화는 중국의 장기적인 추세”라며 “뉴노멀에 적응하기 위해 인구 노령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국가 전략을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노인 요양 서비스 시스템 구축을 강화하고, 노령화에 대응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나서야 하며 결혼과 출산, 양육, 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종합적인 출산 장려책을 마련해 출산 친화적인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인구감소는 결국 젊은 층의 결혼 기피와 결혼을 하더라도 경제난 등으로 출산을 꺼리는 풍조와 맞물린다. 중국 정부가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살인적인 생활비와 만연한 청년실업 앞에서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중국 당국은 출산에 군인들을 동원하는 특단의 조치까지 내놨다. 신화사 보도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최근 중앙 군사위원회 주석 자격으로 ‘군대의 중화인민공화국 인구 및 가족계획법 실시 조치’에 서명했다. 
 
9월 10일 시행에 들어간 이 조치는 결혼 적령기 군인의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것으로 자녀를 3명까지 출산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육아 휴직과 외동 자녀 군인의 부모 간호 휴가제를 새로 도입했으며, 자녀 보육과 교육, 탁아 관련 지원을 강화하도록 했다.
 

 

신화사는 이 조치가 부대의 응집력과 전투력을 제고하면서 군인 가정의 혼인과 임신, 출산, 육아, 교육 등 현실적인 요구에 대해 체계적·기술적 서비스를 강화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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