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은 폴리우레탄(Polyurethan) 시스템을 활용해 원부자재를 생산·공급하는 업체다. 폴리우레탄 시스템은 단열재로 사용되는 폴리우레탄 수지에 성형하기 어려운 부분을 제작하는 기술이다. 폴리우레탄 시스템으로 만든 제품은 타 단열재보다 단열성, 자기 접착성, 경량성 등의 장점이 있어 조립식 샌드위치판넬용 접착제 등의 1액 습기 경화형 접착제뿐만 아니라 냉장고, 냉동 컨테이너, 주택, 빌딩 등의 건축물 단열재까지 일상생활 및 산업 전 분야에 걸쳐 사용되고 있다.
박태희 태영 대표는 “폴리우레탄 수지를 이용하여 만든 단열재, 접착제 등은 공장에서 사용되는 원부자재이기 때문에 일반 소비재와 달리 판로 개척에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꾸준한 영업과 지속적인 제품 관리로 현재 태영의 거래처는 점차 증가 추세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박 대표는 “제품의 품질도 중요하지만, 업체가 납기, 수량 등의 계약을 정확히 지킬 수 있는지의 여부도 중요하다”며 “제품이 제때 도착하지 않으면 생산에도 당장 영향을 주기 때문에 업체의 신뢰도를 중요시 여긴다”고 덧붙였다.
부도 경험에서 태영 설립까지
박 대표는 1997년 국내 원부자재 업체에 입사해 영업을 담당했다. 하지만 멀쩡히 다니던 직장이 2004년에 부도가 났고 이후 회사 직원들과 동업해 창업을 시작했다. 당시 소규모로 운영되다보니 원료 단가가 타 경쟁업체보다 높은 면이 있었고 더욱이 국내 건축 경기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박 대표는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후 박 대표는 자신만의 회사를 차리기 위해 2009년 ‘태영’을 설립해 독립하고는 현재 국내 업체는 물론 태국, 베트남 업체와 거래하고 있다. 이전까지 해외에 한 번도 나가지 않았던 박 대표가 지금은 수출업체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박 대표의 첫 수출은 태영을 설립하기 전인 2007년 태국 업체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당시 태국 업체는 중국산 원부자재 제품을 쓰고 있었는데 제품의 품질이 중국에서 들어올 때마다 달라 생산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결국 태국 업체는 거래업체를 바꾸기로 결정했고 마침 이전에 명함을 교환한 박 대표에게까지 연락이 갔다. 박 대표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결국, 박 대표는 같은 해 샌드위치패널용 접착제인 TYC-1000 제품을 수출했다. 첫 수출액은 5000달러였다.
박 대표는 “태국 바이어와의 인연은 이전 직장에서 근무했을 때 서로 명함을 교환한 게 전부였다”며 “현지 바이어가 나에 대해 알아봤고 믿을 수 있다는 현지 담당자의 말에 오더 결정이 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거래업체를 잘 바꾸지 않는 원부자재 산업임을 고려한다면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다”며 “이 바이어와는 지금까지 거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년에 현지 업체 공장 4번 방문
첫 번째 수출이 박 대표의 운으로 일궈냈다면 두 번째 수출은 한국무역협회충북지역본부의 도움으로 시작됐다. 박 대표가 2013년 베트남 호치민에 열린 한국우수상품 전시회에 참가해 현지 진성 바이어를 만나게 된 것이다. 이후 박 대표는 이 바이어에게만 2년 넘게 연락하며 관계를 쌓았다. 보통 전시회에 참가한 한국 업체들은 한번 나갔다 성과가 없으면 나가지 않았지만, 박 대표는 달랐다. 이 바이어의 마음을 잡기 위해 매년 참가한 것이다. 그 결과, 박 대표는 지난해 두 번째 수출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수출 금액만 해도 16만 달러에 달했다. 직원 수가 4명임을 고려한다면 제법 쏠쏠한 실적을 올린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박 대표는 지금도 1년에 4번 현지 공장을 방문하면서 바이어와의 관계를 꾸준히 쌓고 있다. 베트남 업체 대표와의 미팅 시간이 마땅치 않다면 공장에 직접 가 현지 직원들과 함께 밥을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원부자재 분야 특성상 사후관리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제품의 배합이 공장에서 조금만 잘 못되면 다른 재료가 나오기 때문에 계속해서 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태영의 제품이 중국보다 최대 20%정도 비싸지만, 이렇게 신뢰를 쌓다 보니 계속해서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돈 버는 장사인 만큼 당장 지금 우리와 거래해도 좋은 가격을 제시하는 경쟁 업체가 나타나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이 바닥”이라며 “서로 신뢰를 계속해서 쌓은 결과 계약 금액 50%에 달하는 돈을 내게 선뜻 보낼 정도로 가까워졌다”고 강조했다,
특별한 충북 기업 모임
박 대표는 충청북도나 한국무역협회충북지역본부에서 지원하는 해외 전시회나 시장개척단을 두고 타 지역에서 지원해주는 사업보다 크게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미 검증된 진성 바이어를 만날 수 있어 자연스레 실적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여기에 충북 기업만의 네트워크가 잘 마련돼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해외 전시회나 시장개척단에 참가한 충북기업이 자신의 업종과 다른 바이어를 만나도 적합한 업체를 소개시켜줄 정도로 관계가 돈독하다는 것이다.
또 해외에 나가다보면 충북 업체들은 타 지역 업체와 달리 저녁 시간에도 함께해 관련 내용을 공유한다고 했다. 행사를 주관한 충청북도,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담당하는 관계자들이 업체들 간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먼저 자리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자신이 먹은 만큼 1/N로 계산해 부담 없이 참가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충청북도, 한국무역협회충북지역본부 등이 지원하는 사업은 2년 전부터 참여하게 됐다”며 “충북도의 사업공고가 연초에 공고되는데 이를 확인해 관련 사업을 알게 됐으며 한국무역협회 및 KOTRA에서도 사업공고 메일을 지속적으로 보내주고 있어 이를 참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신 무역 정보는 충북뉴스레터를 받아보며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말레이이시아 업체가 경쟁상대
박 대표는 그동안 한국 업체와 거래하고 있는 해외 업체를 두고 파트너로 고려하지 않았을 뿐더러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기존 시장에서 제 가격보다 낮게 불러야만 진입이 가능한데 굳이 제 살 깎아내기 식의 경쟁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동남아시아에 위치한 대부분의 해외 업체는 중국 또는 말레이시아와 거래하는 곳이 많을 뿐더러 여기에 메인으로 쓰는 원료만 해도 20피트 컨테이너 수십 개가 오고가기 때문에 시장을 확대하고 싶으면 바로 이 시장을 바라봐야한다는 주장이다. 업체 간의 신뢰를 중요시 여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어 박 대표는 태영의 사업을 확장해 매출을 확대하고 직원 수를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사업을 무리하게 확대했다가 기존 거래처마저도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태영을 설립하기 전의 쓴 경험이 박 대표에게는 고스란히 약이 된 셈이다.
박 대표는 “내가 책임지지 못할 일을 애초에 하지 않는다는 게 나의 마음가짐”이라며 “앞으로도 당장 수익을 내기 위해 남에게 손가락질 받는 행동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늘 이 시간에 충실히 하고자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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