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오더로 FTA의 참맛을 보다
컨베이어 롤러 W사는 컨베이어 롤러, 롤 형성기를 제작하는 업체다. 경북 칠곡군에 있다. 칠곡은 낙동강 수계에 의해 골짜기가 많은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은 한국 전쟁의 격전지였다. 칠곡을 북에서 남으로 가로지르는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1950년 여름과 가을에 걸쳐 남북이 처절한 혈투를 벌였다. 지금은 포성이 멎었지만 W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 회사는 종업원 4명의 중소기업이지만 2016년 매출은 12억 원을 웃돌았다.
2001년 설립된 이 회사의 거래선에는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한국담배인삼공사 등 대기업이 포함된다. 2017년에는 일본 파나소닉 본사로부터 롤러의 구매 오퍼를 받아 수출을 준비하게 되었다. 일본 파나소닉 본사로부터 대규모 오더와 함께 원산지증명서의 발급을 요청받아 준비를 서둘렀고 결국 FTA의 참맛을 보게 됐다.
파나소닉(Panasonic)은 텔레비전, 라디오, 오디오, DVD, 디지털 카메라, 냉장고, 에어컨 등을 생산하는 업체의 브랜드이다. 오디오뿐만 아니라 음향기기와 영상기기, 다리미, 냉장고, 에어컨, 비데 등의 가전제품, 발마사지기, 안마의자, 혈압계 등의 건강용품, 프로젝터, CCTV, 스캐너 등의 시스템기기 등을 생산한다. 1918년에 설립됐고 본사는 일본 오사카에 있다. 이 회사의 창업자는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마쓰시타 고노스케다. 이 회사와 거래한다는 것은 글로벌 대기업으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파나소닉과의 거래는 일본 파나소닉 본사로부터 주문을 받았지만 실제 수출은 인도로 이루어지는 3국 수출 거래이었다. 따라서 W사-일본 파나소닉본사-인도 파나소닉 간의 업무 협조가 긴밀하게 이뤄져야 했다.
한–인도 CEPA 원산지증명서에 달려
W사는 파나소닉과의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다급하게 움직였다. 대구상공회의소를 찾아가 원산지증명서 발급에 관한 상담을 받았고 대구세관에서 상담을 통하여 원산지증명서 발급 방법에 대한 교육도 받았다. 최종적으로 한국무역협회 주관 OK FTA 컨설팅을 이용하여 원산지증명서 발급 실무를 완료하는 과정을 거쳤다.
종업원 4명의 중소기업인 이 회사의 원산지 관리 업무는 L 상무가 전담하다시피 하고 있다. L 상무는 생산, 기술 및 해외영업 분야의 업무와 원재료의 조달 과정을 소상하게 파악하는 입장이었으나 FTA 활용 업무는 새로이 개척해야 하는 분야였다.
그는 FTA 업무능력 향상을 위해 상공회의소 FTA 교육 및 국경관리연수원 사이버 FTA 과정을 수강했다. OK FTA 컨설팅이 시작되면서 L 상무는 물론 전 직원이 컨설턴트로부터 FTA 기본이론, FTA 사후검증 교육, 원산지 증빙서류 작성교육을 받았다.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아 원산지 판정, 원산지 증빙서류의 작성 및 관리 등을 실행하기 위한 ‘FTA-PASS 시스템’을 사용했다. FTA-PASS 시스템을 통해 거래처, 원재료, 원재료의 단가 관리 등을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시작했다. 직원 수가 많지 않지만 만약을 대비하여 FTA 업무에 참고할 수 있도록 FTA 업무 매뉴얼도 작성했다.
단숨에 품목별 인증수출자 취득
W사는 FTA 활용 경험이 전혀 없던 상태에서 컨설팅을 받아 원산지증명서를 성공적으로 발행한 사례다. 먼저 필요한 것은 원산지 증빙서류의 작성 능력이었다. 한-인도 CEPA의 경우 원산지 결정 기준이 세번변경 기준과 부가가치 기준이 조합되어 있어 이를 충족하는 BOM 작성 및 원가산출내역서 작성이 가장 중요한 작업이었다.
수출하는 롤러에 투입되는 원재료와 부품이 700개가량 되기 때문에 BOM 작성에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OK FTA 컨설턴트와 L 상무가 수차례에 걸쳐 반복된 미팅을 통해 BOM을 완성할 수 있었다.
‘세번변경 기준+부가가치 기준’이 조합된 원산지 결정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완제품에 투입되는 원재료 단가 취합과 함께 부가가치 비율을 계산하는 것이 키포인트라 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컨설턴트와 함께 원가 자료를 검토함으로써 부가가치 비율을 계산하고 이를 토대로 구매자가 요구하는 원산지증명서를 무사히 발급할 수 있었다.
또 2017년 9월 대구세관으로부터 품목별 원산지인증수출자 인증을 획득하여 원산지증명서 발급 프로세스 간소화, 원산지증명서 발행시간 단축, 부대비용 절감을 기했다.
[PCM 머신 (CHS 8462.29.0000, CTSH + BD 35%)]
수출 1건에 관세혜택 10만 달러 상회
W사의 원산지증명서 업무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과 해결은 파나소닉과의 수출로 이어졌다. 첫 수출액은 자그마치 136만 달러 규모로 원화로 15억 원 규모에 달한다. 파나소닉이 수출 오더의 전제조건으로 완전한 FTA 원산지증명서를 요구한 것은 한-인도 CEPA를 이용할 때 관세 혜택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었다.
인도의 롤러 수입 기본세율은 7.5%이나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해 FTA 협정세율을 적용하는 경우 0%가 된다. 이를 통해 파나소닉이 절감할 수 있는 관세는 약 10만2,600 달러에 달했다. 수출 경쟁은 단돈 1 달러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에서 10만 달러의 관세 혜택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W사는 원산지증명서 발급 과정에서 바이어인 파나소닉과 긴밀하게 협의를 한 경우이다. 우선 파나소닉 조달부서에서 FTA 업무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많지 않아 여러 가지 질문이 많았고 W사는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아 이에 적극 대응했다.
[수입자의 관세 절감]
파나소닉과 원산지증명서 협의가 ‘보약’
또 발주를 일본 파나소닉 본사에서 하고 운송은 파나소닉인도로 하는 3국간 거래 형태여서 서류준비에 특히 유의해야 했고 인도 세관과의 실무적인 협의도 필요했다. 파나소닉이 인도 세관을 접촉하여 관세혜택을 이용할 수 있는 요건을 파악하고 이를 이메일로 보내주면 W사가 대응하는 식으로 업무를 진행했다.
수출금액이 크고 거래가 복잡한 점을 고려하여 파나소닉과의 소통은 전화와 이메일뿐만 아니라 현지 출장을 통해서도 이뤄졌다. 자칫 인도 세관의 법 규정을 놓쳐 협정세율을 적용받지 못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협력은 W사에 보약이 되었다. 파나소닉으로부터 제품의 기술력을 인정받은데 이어 FTA 활용 능력을 인정받아 서로간의 관계를 돈독히 한 것이다. 후속 오더 또는 유사 제품의 발주에 있어 경쟁업체보다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된 것은 불문가지라 할 수 있다.
실제 이런 희소식이 가시화되고 있다. 파나소닉이 향후 발주할 예정인 롤링 머신(ROLLING MACHINE)을 W사가 수주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계약이 체결되면 또 다시 약 15억 원 규모의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W사는 FTA를 활용하여 세계로 뻗어나갈 기회를 잡은 중소기업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 FTA활용지원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