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서 이어짐) 그렇다면, 이러한 중국 대리상 선정 및 활용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첫째, 가능한 한 대리상은 영업만 하고, 계약의 주체는 한국 본사가 직접 하는 게 좋다. 만약 한국 본사의 사정상 직접계약이 힘들다면, 현금결제를 요구하여 미수금 발생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성과가 미약한 대리상은 점차 도태시키면서 3년 안에 손익분기점(BEP)에 도달한다는 생각으로 경쟁과 마케팅 강화를 유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둘째, 광고 및 물류비 지원, 차량 지원 등 대리상도 한국 본사 조직이라는 생각으로 밀착 관리해 대리상의 판매실적을 높이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경쟁력 없는 대리상을 점차 도태시켜 나가야 한다. 중국 대리상 계약만 했다고 해서 매출실적이 바로 올라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셋째, 중소 브랜드의 경우는 대도시보다 중소도시 위주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지역 대리상 발굴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 중소기업들이 많이 직면하게 되는 문제가 바로 ‘중국 총대리상’ 개념이다. 많은 중국 유통상들은 가능하면 총 대리상을 요구한다. 하지만, 총대리상 권한은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만약 총대리상 선정, 이른바 ‘총판권’을 줄 때 자칫 A/S 문제, 소유권 및 상표권, 저작권 등의 도덕적 해이 현상 등 향후 중국 사업에서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총대리상을 희망하는 중국기업이 있다면, 우선 향후 총판권에 대한 사업계획서를 먼저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중국 내 해당 제품의 시장 및 경쟁현황, 매출액은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향후 방향성에 대해 검증을 할 필요성이 있다. 물론 해당 중국기업에 대한 사전 기업조사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중국은 한국의 거의 100배에 해당하는 면적을 가지고 있는 지역이고, 56개의 소수민족이 사는 다민족 국가다. 중국 남방인과 북방인은 매우 다른 성향과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한국도 아직 보이지 않는 지역감정이 남아 있는데, 하물며 중국은 더욱 심하다고 볼 수 있다. 드러나지 않지만, 매우 심한 지역감정이 있다.
따라서 필자는 우리 중소기업들에 총대리상 개념을 국가 개념으로 보지 말고, 가능한 권역별로 나누어서 총대리상을 주라고 얘기하는 편이다. 일반적으로 중국 내 판매 총대리상은 화남지역, 화중지역, 화북지역, 화동지역의 4개로 나누어서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가능한 중국을 지역 관행 및 풍습, 역사, 문화, 음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더욱 세분화시켜 총대리상을 선정하라고 추천한다. 중국을 권역별로 나누는 방법은 향후 이어지는 칼럼에서 다시 설명할 예정이다.
[그림] 중국 대리상의 일반적인 지역 구분사례
한편, 경소상(经销商)은 자기자금으로 제조상으로부터 물품을 구매하고, 자기 유통채널을 통해 재판매함으로써 매매차익을 버는 유통상이다. 따라서 독립된 경영조직과 경영방식을 구비하고, 상품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 제조상(혹은 공급상)으로부터 1,000원에 직접 구매해 중국에서 5,000원 혹은 10,000원에 팔든 모든 권한이 경소상에 있다. 중국 경소상이 한국 제조상으로부터 상품을 직접 구매해 중국 소비자에게 다시 파는 중개 판매상이니 한국 제조상(혹은 공급상)과 수평적이고 대등한 관계라고 볼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중국 수입상(Buyer)이 경소상이 될 수도 있다.
중국에서 경소상은 크게 2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첫째, 한국 제조상 제품만을 판매하는 독점 경소상, 둘째 다양한 브랜드의 동종제품을 판매하는 일반 경소상일 수도 있다. 한국제품의 브랜드 인지도 및 기술적 우수성에 따라 독점 경소상 혹은 일반 경소상으로 구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중소 국내기업의 경우 독점 경소상보다 일반 경소상을 통해 비즈니스가 진행된다고 보면 무방하다.
결국, 대리상과의 이러한 차이점 때문에 대부분의 한국기업들은 현금을 내고 물품을 사 가는 중국 경소상과의 거래를 희망한다. 그도 그럴 것이 외상거래가 일반적인 중국 유통시장에서 당연히 경소상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또한, 경소상을 통해 물품을 중국시장에서 판매할 경우 물류비용 혹은 재고비 절감 등의 효과가 있다. 대표적인 중국 소비시장 진출 성공사례로 불리는 오리온 초코파이나 농심 신라면도 중국 각 지역 경소상과의 신뢰 및 탄탄한 유통망 구축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고, 중국 내 매출의 90% 이상이 경소상을 통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비교하면, 리스크가 많은 대리상보다 경소상이 훨씬 좋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경소상을 통한 중국 유통시장 진입에서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그것은 중국 내 시장선점을 위해 경소상들이 일명 ‘가격 후려치기’를 많이 한다는 것이다. 소비재 중소기업들의 중국사업 실패사례를 보면, 초창기 중국 경소상을 통해 시장진입은 성공했으나, 가격이 무너지면서 결국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 사업의 격언 중 “가격이 무너지면 중국 사업도 무너진다”는 말이 있다. 단기적으로는 현금거래로 물품을 팔아서 수익이 발생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부메랑이 되어 실패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중국 소비자들의 특성상 지역마다 가격이 다를 경우 우선 제품에 대한 불신을 가진다. ‘왜 지역별로 가격이 다르지? 혹시 이 제품은 가품이나 짝퉁 아닌가?’ 라는 의구심을 가지는 것이다. 과거 온라인 비즈니스가 발달하지 않았을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대부분 가격을 조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 사업에 있어 판매가격은 절대 무너지면 안 된다. 반드시 중국 경소상과의 수출 혹은 거래계약서 작성 시 현지 판매가격에 대해 철저히 준수조항을 적시해야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위약금 혹은 기타 제재조항을 삽입하는 것이 현명하다. (다음 호에 계속 이어짐)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에서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하며 3000개가 넘는 기업을 지원했다. 현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