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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EDITION

WORLD I

국내에서 성공했지만, 해외만 나가면 맥을 못 추는 기업들이 허다하다. 내수와 해외 시장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국가별 인증이 제각각인 의약품 분야는 더욱 그렇다. 
 
우신라보타치는 의약 분야에서 당당히 세계 70개국을 뚫었다. 1993년 설립해 회사를 이끌고 있는 남택수 우신라보타치 대표는 한해의 3분의 1을 해외에서 보낼 정도로 수출에 열정을 바쳐왔다.
 
▲1년에 3분의 1을 해외에서 보내는 남택수 우신라보타치 대표. 인터뷰 다음 날에도 3주간의 일정으로 해외 출장이 잡혀 있었다. 서울 구로동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남택수 대표. [사진=우신라보타치]
●남들이 안 하는 분야만 ‘개척’ = 남 대표는 창업할 때부터 달랐다. 기존 시장을 보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순탄치가 않았다. 창업 후 첫 프로젝트부터 그랬다. 
 
외국 의학 논문을 즐겨 보던 남 대표는 1993년 창업 후 희귀약품 수입에 도전했다. 잠재력이 큰 시장이었다. 
 
외국 대사관을 찾아가 희귀 약품을 만드는 외국 제약사 정보를 얻어내 상품 수입에 도전했는데 국내 등록절차가 까다로웠다. 신생기업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절차였다.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한 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두 번째 선택한 사업은 ‘제약 원료 수입’이었다. 이번에는 공급사를 찾는 것이 어려웠다. 다시 대사관을 찾았다.
 
“일본 그리고 독일을 비롯한 유럽이 제약시장을 이끌고 있었습니다. 이들 나라의 대사관을 찾아가 팩스 번호를 물었습니다. 물론 대사관 보유 기업리스트에 의약품 원료 생산업체라고 적혀 있지는 않았습니다. 회사명, 업종, 종업원 수 등으로 추정했죠. 무작정 팩스를 보냈는데, 30% 정도가 회신을 해왔습니다.”
 
1990년대 국내에 제약용 원료 수입하는 곳은 거의 없었다. 덕분에 우신라보타치는 빠르게 실적이 올랐다. 불도저와 같은 남 대표의 추진력이 낳은 결과다.
 
●한국 제약을 세계에 수출하자 = 사업 4년차인 1996년 우신라보타치는 수입에서 수출기업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정확히는 수출 대행 사업이다. 
 
남 대표는 “우리나라가 약한 부분을 수입해 통했듯이, 우리나라가 강한 부분을 수출하면 될 것 같았다. 당시 국내에서 인기를 끌던 의료용 패치에 주목했다”고 소개했다.
 
우신라보타치의 현 주력 사업인 하이드로겔 패치 수출기업이 되는 계기다. 
 
당시만 해도 가능성을 본 사람은 많지 않았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인기가 있을 뿐 다른 나라에서는 생소했기 때문이다. 
 
남 대표는 “‘털이 많은 서양인들에게 패치 상품은 적합하지 않다’는 걱정의 목소리를 많이 들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남 대표는 도전했다. 다시 대사관을 찾았다. 그리고 반응을 보인 잠재 바이어를 설득했다. 그리고 마침내 싱가포르 수입 에이전트를 만나 도장을 찍었다. 
 
그는 “당시(1990년대 말) 일본 기업들이 의료용 패치의 수출을 안했던 것 같다”며 “초도 물량만 1만 팩(약 1만 달러) 정도였다”고 전했다.
 
 
●5년의 기다림… 그리고 500만 팩 수출 = 싱가포르 시장 개척 후 남 대표는 1998년 처음 독일 의약품 박람회에 참가했다. 우신라보타치 제품에 관심을 보인 곳은 알제리 제약사였다. 
 
남 대표는 어렵게 만난 바이어를 잡기 위해 무진 노력을 쏟았다.
 
“계약을 해줄 듯 하다가 추가 자료 요청을 했고, 그러다가 또 연락이 끊어졌습니다. 잊을 만하면 다시 ‘분석용 자재를 구해 달라’는 제안이 들어 왔습니다. 계약도 체결하기 전에 무리한 요구를 몇 번 해 와서, 수출 포기를 수차례 고민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보낸 시간이 5년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알제리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더운 나라여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실상은 달랐다.
 
“첫해 1만 팩, 다음 해 2만 팩 등 늘어나더니 6~7년 후 갑자기 주문량이 급증했습니다. 단번에 200만 팩 오더가 들어왔죠. 지금은 연간 500만 팩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놀랐습니다. 나중에 알게 됐는데 해당 수입업체가 알제리 1위의 제약사였습니다.”
 
●바이어와의 신뢰가 막은 해킹 = 한참 성장하던 2010년 우신라보타치는 위기를 맞을 뻔했다. 나이지리아 해커가 우신라보타치와 이집트 바이어와의 이메일을 해킹한 것. 
 
해커는 이집트 바이어에게 홍콩의 새로운 계좌를 전달했고, 바이어는 그쪽으로 7만여 달러를 송금했다. 뒤늦게 해킹당한 것을 안 남 대표는 바이어를 설득했다. 
 
남 대표는 “바이어에게 ‘운이 나빴다. 아침에 출근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생각하자. 피해가 발생했지만, 거래는 계속하자’고 설득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양사는 피해 액수를 서로 나눠서 책임지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홍콩 변호사를 고용해 계좌를 동결했다. 1년 후 홍콩 변호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해커를 잡았고, 7만여 달러를 회수했다는 것이다. 
 
남 대표는 “그 일 이후 해외 파트너들에게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해킹 피해 사례를 공유한다”며 “덕분에 스위스 바이어가 유사한 사건으로 15만 유로를 잘못 송금할 뻔했었는데 이를 막았다”고 전했다.
 
▲ 우신라보타치는 70개국 이상에 상품을 수출한다. 사진은 올 7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약산업전시회 동아시아’에 참가한 우신라보타치 부스 모습. [사진=우신라보타치]
▲우신라보타치 ‘하이드로 매트릭스 패치’ 개념도. 독자 기술로 피부 알레르기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하이드로겔을 부직포에 부착해 최대 8시간까지 유효한 성분과 수분을 피부에 전달한다. [출처=우신라보타치]
●하이드로겔 패치 독자 생산 = 2010년대 초반 남 대표는 제약업에 뛰어들었다. 무역회사에서 제약사로 영역을 확대한 것. 2011년 부설 연구소를 세우고 원천기술을 연구했다. 이후 국내에 특허 22건, 해외에 14건을 출원했다. 
 
독자 기술 연구에 맞춰 생산라인도 갖췄다. 국내에는 인천 남동공단에 공장을 세우려다가 화재로 전소돼 10억 원 가량을 날리는 우여곡절 끝에 인천 송도에 공장을 마련했다. 
 
그리고 유럽에 하이드로겔 패치 생산라인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슬로베니아에 공장을 세웠다. 2015년 부지를 확보하고 정부 인증을 받아 2021년부터 패치를 생산 중이다.
 
●약사보다 무역상이 좋아 = 남 대표는 특유한 이력을 갖고 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약학을 전공했다. 제약사에 들어가 4년간 일하다가 무역업에 뛰어들었다. 
 
남 대표에게 약사가 되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느냐고 묻자, “지금 일이 좋다. 약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 없다”고 답했다. 
 
그는 말 그대로 무역상이다. 1년에 3분의 1을 해외에서 보낸다. 출장을 가본 나라만 80개국 이상이다. 우산라보타치 수출국도 70개국이 넘는다. 
 
남 대표는 “일부 해외 파트너는 가족처럼 편하게 만난다”며 “20년 넘게 교류하는 바이어들이 많다”고 전했다.
 
우신라보타치는 지난해 미국 빅바이어를 연달아 뚫으며 약 40억 원 규모의 패치를 수출했다. 미국에서 반응이 좋아, 올 초에는 캘리포니아 얼바인에 지사를 세웠다. 아마존·쇼피파이 등 온라인쇼핑몰에 전용숍도 오픈했다.
 
남 대표는 주사로 주입하는 인슐린을 경구용으로 변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첨단 기술이다. 남 대표는 “고객이 믿고 쓸 수 있는 패치 전문기업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남택수 대표가 말하는 우신라보타치 제품 성공 비결]
 
1. 발로 뛰는 시장조사로 유니크한 아이템 개발
 
2. 해외 바이어·파트너의 신뢰 확보
 
3. 빠른 응답. 해외에서 온 인콰이어러리·클레임에 대해 늦어도 2~3일 내 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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