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국내외 고객에게 검증했다. 이제는 수출이다!’
인천 송도를 대표하는 주꾸미 맛집 ‘송쭈집’ 요리가 해외로 진출한다. K푸드 주꾸미요리의 글로벌 데뷔다.
주인공은 송쭈집 주꾸미요리를 밀키트로 만든 ‘온쿡컴퍼니’다.
송쭈집과 온쿡컴퍼니 두 회사를 이끌고 있는 김민이 대표는 “우리 레스토랑(송쭈집)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다시 찾는데, 어떻게 해외로 나가지 않을 수 있냐”며 수출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외국서도 잊지 못하는 송쭈집 = “사장님! 애정하던 송쭈집의 주꾸미가 (제가) 공부하고 있는 뉴욕에 온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어디에서 구매할 수 있을까요?”
인터뷰 도중 김 대표가 고객으로부터 받았다며 보여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다. 국내에서 즐겨 찾던 송쭈집 주꾸미를 타지에서도 잊지 못한 고객이 송쭈집의 미국 진출소식에 문자를 남긴 것.
감정이 북받쳐올 만할 문자인데, 김 대표는 담담했다.
“저희(송쭈집)가 오랫동안 배달(택배) 판매를 하지 않았습니다. 많게는 하루에 10건 넘게 배달 요청을 받습니다. 경기도 분당에 산다는 한 고객은 ‘부모님께서 많이 드시고 싶어 하시는데 어떻게 배달을 받을 수 없겠냐’며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김 대표가 배달시장에 진출하지 않은 것은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그래서 환경 오염원인 플라스틱·스티로폼·일회용품 사용을 최대한 자제해왔다. 수익을 추구하는 사업가에게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김 대표에게 물어보니 “나쁜 환경을 후대에 밀려주고 싶지 않았다”는 거침없는 답변이 돌아왔다.
●코로나로 불가피한 밀키트 진출 = 잘 나가던 송쭈집도 코로나 팬데믹 위기를 넘어설 수는 없었다. 특히 인천공항 이용객 급감에 따른 타격은 상당했다.
김 대표는 “월 매출 2억 원을 앞두고 직원도 뽑았는데 매출이 절반 가까이 내려앉았다. 도저히 버텨낼 수가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장기화에 2020년 12월 밀키트 사업 진출을 결심한다. 다만 ‘무조건 친환경을 염두에 둔다’는 전제를 달았다.
동시에 우리의 자랑스러운 먹을거리인 주꾸미의 글로벌 진출도 고려됐다.
“송도에 외국인들이 많잖아요. 이분들이 저희 요리를 잘 드십니다. 불닭볶음면에 익숙해서 그런지 매운 음식을 생각보다 많이 즐기세요. 특히 중동 고객이 많았는데, 한 요르단 손님은 ‘자국에 한국 주꾸미요리를 알리고 싶다. 매우 맛있다’고 극찬했습니다.”
문제는 송쭈집 주꾸미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 김 대표와 음식을 담당하는 남편이자 공동대표인 이벧산씨는 긴 시간 고민했다.
송쭈집은 프리미엄 주꾸미를 원산지에서 컨테이너로 인천항에 들여와, 항구 근처 냉장창고에 바로 보관한다. 그리고 송쭈집만의 특제 양념으로 요리한다. 이를 통해 인정받은 맛이 자칫 배달과정에서 ‘맛이 다르다’는 불평을 듣는 것을 원치 않은 것.
그래서 선택한 것이 ‘급속 냉동기’와 ‘진공 포장’이다.
매출이 절반 가까이 빠져 자금 상황이 여의치 않았지만, 은행 도움으로 요식업체로서는 흔치 않은 고가의 장비를 마련했다.
그리고 배달을 시작했지만, 매출이 바로 빠르게 오르지는 않았다.
김 대표는 그때까지 마케팅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맛으로만 승부했고 입소문으로 지금까지 왔다.
밀키트 시장은 막연했다. 그러다가 지인 추천으로 포털사이트 지역 명물 코너에 올리자, 반응이 왔다.
이즈음 라이브커머스에 도전한 것도 매출 확대에 큰 힘이 됐다. 처음에는 한 번 방송에 200만 원가량 판매됐지만, 횟수가 늘면서 입소문까지 타 최근에는 1000만 원까지 주문이 들어온다.
온쿡컴퍼니의 매출도 2021년도 초반 월 1000만 원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1억 원을 넘나든다.
비결은 역시 ‘맛’이다. 재구매율이 35.5%에 달한다. 5번 이상 구매한 사람이 1만 명을 넘는다고 김 대표는 귀띔했다.
●포기할 수 없는 ‘친환경’ = 김 대표는 사업에서 돈보다 ‘환경’을 중시한다. 밀키트 시장에 처음 진출했을 당시 김 대표는 ‘종이상자’를 고집했다. 환경을 저해하고 싶지 않아서다.
하지만 이는 끝내 실행하지 못해, 김 대표는 못내 아쉬워했다. 택배사에서 종이상품은 신선식품으로 분류하지를 않아서다. 냉장 차량으로 실어 배달해야 하는데 이것이 막힌 것.
김 대표는 “10년 전부터 바닷가에서 온 가족이 함께 플라스틱을 줍고 있다”며 “환경을 지키며 사는 것이 옳은 삶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밀키트 수요가 늘면서 30억 원에 달하는 설비투자를 결심했다. 이때도 친환경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기존 스킨포장을 1년여 만에 버리고,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진공 포장 방식을 택했다.
온쿡컴퍼니만의 ‘리퍼브’ 판매 방식도 친환경 정책의 일환이다. 포장된 판매 상품의 무게를 달아, 일정 기준을 밑돌면 ‘푸드 리퍼브’로 분류한다.
예를 들어 520g 상품이 510g으로 측정된 경우 리퍼브 상품으로 분류하고, 가격을 20% 이상 낮춘다. 비닐을 뜯었다가 재포장하면 손익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하지만 비닐 폐기를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다.
김 대표는 “고객에게 솔직하게 이유를 밝히니, 리퍼브 상품의 인기가 매우 높다”고 밝혔다.
●세계에 K푸드 알릴 것 = 온쿡컴퍼니는 지난해 해외 진출을 선언했다. 최근에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코리아 수산물전시회’에도 나갔다. 현지 반응은 좋았다.
김 대표는 “유통체인으로부터 PB(자체브랜드)상품 제안을 받기도 했다”며 “미국을 대표하는 한인마트에 론칭 예정인데 현지 반응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미국 이외에 일본과 홍콩은 현지 유통사와 접촉 중이다.
주꾸미요리가 아직 외국인에게는 낯설다. 하지만 김 대표는 잠재력을 확신한다.
김 대표는 “불닭볶음면이 뜨면서 코리아 매운 음식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이 높다”며 “주꾸미는 고단백질에 저칼로리로 고객 소구점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미, 아시아, 중동 등 세계를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판매 도전에 나설 것”이라며 “현지 수요에 맞는 퓨전요리를 개발하는 작업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송쭈집 주꾸미요리에 대해 “남편(이벧산 공동대표)이 ‘이 맛이 아니다’라며 통째로 요리한 것을 버릴 때가 많았다. 그때마다 힘들어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그동안 최고의 맛을 찾기 위해 정말 쉼 없이 달려왔다”고 감사를 표했다.
그는 이어 “이런 노력으로 탄생한 우리 상품을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싶다”며 “온쿡컴퍼니는 철저한 ESG 경영을 바탕으로 K푸드를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