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는 아세안(ASEAN)에서도 생활수준이 가장 낮은 편에 속하는 저개발국으로, 보건의료 산업의 발전도 더뎠다. 하지만 경제가 발전하고 소득이 증가하기 시작한 2010년대부터는 의료 관련 지출이 점차 증가하기 시작했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미얀마인들의 1인당 의료비 지출액은 구매력평가지수(PPP)를 기준으로 2016년의 210.7달러에서 2020년에는 243.4달러로 늘었다. 하지만 2020년의 지출액도 싱가포르(5827.6달러), 말레이시아(1122.8달러), 베트남(516.2달러), 인도네시아(414.8달러), 캄보디아(331.6달러) 등 다른 아세안 국가에 비해 여전히 낮다. 또한 2021년에는 군부 쿠데타의 영향으로 경기가 크게 후퇴하며 성장세를 보였던 보건의료산업도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경제 개방 이후 미얀마인들에게 건강에 대한 인식과 현대적 보건 시스템에 대한 필요성이 확고하게 자리 잡으면서 의료 서비스 수요는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반등 가능성도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의 조사에서도 미얀마인들의 건강식품과 의료 서비스 관련 지출이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특히 심각한 경제난이 발생한 직후인 2022년의 소비가 1조5604억 차트, 7억43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7.6% 증가했다. 작년의 1조7253억 차트를 거쳐 올해는 1조8622억 차트에 이를 전망이다.
보건 분야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미얀마 의료기기 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의료기기의 주 수요처인 민간 병원이 꾸준히 늘고 있다. 미얀마 보건체육부가 집계한 자료에도 국립병원은 2017년 1134개에서 2021년에는 1177개로 소폭 증가했고 민간 병원은 2019년에 집중적으로 증가해 2021년에는 259개를 기록했다. 첨단 장비를 사용하는 외국계 민영 병원들도 경제 개방 시기에 다수 문을 열었다.
경제난 이후 미얀마의 의료기기 수요는 이처럼 개인병원과 클리닉에 공급되는 소형 장비와 의료용 소모품에 집중된 것으로 추정된다. 미얀마 의약품·의료기기산업 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최근 늘어나고 있는 개인병원들은 중소형 의료장비를 필요로 하며 각종 시술용 소모품 수요도 꾸준하다”면서 “도시 상류층이 이용하는 미용, 피부 관리 클리닉의 개원은 관련 시술장비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미얀마 의료기기 시장의 이런 트렌드는 무역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HS코드 9018번으로 분류되는 병원용 대형 장비는 경제난의 영향으로 수입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무역통계 전문기관 글로벌트레이드아틀라스에 따르면 2020년 6828만 달러로 최고를 기록했던 해당 품목 수입이 2021년에는 4346만 달러까지 줄었고 2022년에도 5113만 달러에 그치면서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HS코드 9018번에 속하는 품목은 심전계, 초음파 영상진단기기, 자기공명촬영장치(MRI), 내시경 장비 등 종합병원에서 필요로 하는 대형 장비가 대부분이다.
X선 장비, 컴퓨터 단층촬영기기, 골밀도측정기 등 역시 종합병원에서 주로 쓰이는 의료기기가 다수 포함된 HS코드 9022번 품목군의 수입도 대폭 감소했다. 특히 2022년의 수입액은 1245만 달러로 2020년(4232만 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면 중소형 의료장비와 소모품은 비교적 빠른 수요 회복세가 관찰된다. 치료용 호흡기기와 각종 기계요법용 기기, 마사지 기기 등 소형 병원이나 미용 클리닉에서 사용되는 품목이 포함된 HS코드 9019번의 수입액은 2018년 529만 달러에 그쳤지만 경제 위기가 진행 중인 2022년에도 887만 달러로 안정적인 증가세를 유지했다.
참고로 이 분류에는 산소흡입기, 인공호흡기, 에어로졸 치료기와 검사기기 등 코로나19 관련 품목이 다수 포함돼 2020년과 2021년 수입액이 예외적으로 급등한 바 있다. 따라서 이 기간을 제외한 시장의 추세는 완만한 상승세로 볼 수 있다.
HS코드 9021번에 속한 품목은 의료용 소모품과 부품으로, 의치, 인공관절 등의 인공 신체와 보청기, 심장박동기 및 각종 수술용품이 대표적이다. 이 품목군의 수입도 중소형 의료장비와 마찬가지로 경제난 이전 수준을 비교적 빠르게 되찾아 가고 있다. 특히 2022년의 수입액은 565만 달러로 쿠데타로 경기 위축이 가장 심했던 2021년의 수입액(287만 달러)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전체적으로 미얀마 시장에서는 대형 의료기기 판매 부진과 중소형 기기, 소모품 수요 증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만약 미얀마의 경제 상황이 급격히 호전되지 않는다면 중소형 기기와 의료용 소모품 중심의 수요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한편 미얀마의 민간 병원업계는 중소형 의료기기와 미용 클리닉 장비 도입에 있어 사후 교육 서비스가 갖는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얀마 민간병원협회의 틴 뻐 회장은 KOTRA 무역관과 만난 자리에서 “민간 개인병원이나 미용 클리닉들은 기술력이 우수한 선진 장비 도입을 희망하지만 사용법에 대해 지속적인 교육을 받기 어려워 저가 기기 수입으로 선회하는 경우가 다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중국 장비는 성능이 확연히 떨어지지만 사용법에 대한 교육 지원은 비교적 잘 이뤄져 의사들이 불가피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의료인력 초청 교육이나 판매업체의 방문 교육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틴 뻐 회장은 개인병원과 소형 클리닉 시장 공략 방안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틴 회장에 따르면 의료기기는 일반적으로 현지 전문 에이전시를 통해 유통되지만 개인병원과 미용 클리닉용 장비 구매 관련 의사결정에는 의료진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의료기기 전문 에이전시 외에 병원협회나 민간 학회 등 의료진이 모이는 단체와의 접촉이 거래에 도움이 된다. 실제로 틴 회장을 비롯한 병원협회 회원들도 모두 개인병원을 소유한 현직 의료진들이다.
수출을 위한 행정절차도 미리 파악해둘 필요가 있다. 특히 의료기기는 미얀마 식약청(FDA)으로부터 수입추천서를 발급받은 이후 반입할 수 있는 품목이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 현지 FDA는 의료기기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위험도에 따라 4개 클래스로 구분하고 수입추천서 신청 서류를 클래스별로 규정하므로 수출 희망 품목이 어떤 클래스에 속하는지 사전에 FDA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클래스A’로 분류되는 임플란트 제품의 경우 제품 안전을 확약하는 서류나 제조공정을 기술한 문서는 불필요하다.
필요 서류가 준비되면 바이어는 FDA 홈페이지에 접속해 온라인으로 수입추천서를 신청하고 수수료를 납부한다. 이때 샘플 테스트가 필요한 품목은 현지 검사를 위해 샘플을 발송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서류 보완이 필요하다. 수입추천서 발급에는 2~3개월 걸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소식을 전한 KOTRA 무역관은 “미얀마 의료시장 진출 주력 품목은 개인병원용 장비와 미용 클리닉 전용 기기, 의료용 소모품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 진출을 위한 현지 네트워크의 다변화도 중요한데 특히 개인병원을 소유한 의료진이 주로 모이는 학회와 협단체는 의료기기 유통 전문 에이전시 못지않은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현지에서 활동 중인 의료단체의 종류를 파악하고 이들과의 소통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KOTRA 양곤 무역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