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에 브랜드를 더하다… 뷰티 기획자의 글로벌 도전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스토리를 썼다. 그리고 기업 브랜드 혁신을 도왔다. 이제는 직접 세계에 통할 제품을 만든다.’
뷰티 기획자이자 개발자인 권윤정 히즈 대표가 걸어온 길이다. 국내외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컨설팅으로 명망이 높던 그는 글로벌 프리미엄 뷰티 시장을 타깃으로 상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아이템은 ‘한국적 웰니스 뷰티’다. 초기 시장은 미국과 일본이다. 대표적인 프리미엄 마켓이다. 권 대표는 “입욕제 시장에서는 아직 지배적 사업자가 없다”며 “5년 내에 글로벌 1위를 달성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남들보다 트렌드를 ‘먼저’ 읽어 = 권 대표는 “어려서부터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것을 채워주는 데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우리 문화를 알리는 스토리를 썼던 일, 브랜드 컨설턴트로 활동했던 일을 그런 이유로 시작했다.
브랜드 컨설턴트로 고객이 갖고 싶은 브랜드를 만들었다. 고객이 보고 느끼며 보유하기를 희망하는 그런 브랜드다. 로고만이 아닌, 제품 기획을 돕고 효율적인 마케팅을 지원한다. 이름만 들으면 아는 대기업의 올드(Old)한 브랜드를 권 대표가 바꿨다.
그런 감(感)은 어디서 나올까. 철저한 시장 조사와 트렌드 분석이다. 1년에 6회 이상 해외에 나갔다.
권 대표는 “전문가 7~8명이 한 팀으로 움직인다. 해외에서 하루에 3만보 이상 걸으며 조사한다. 그리고 밤마다 토론해 흐름을 잡는다”고 소개했다. 이래야만 ‘니치(틈새)가 보이고, 매스(대중)에 넘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K-뷰티의 부족함을 채워라 = 권 대표는 우리 뷰티 상품들의 ‘낮은 브랜드 파워’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품질은 매우 우수합니다. 가격도 경쟁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브랜드 이미지가 약합니다. 뷰티 상품은 브랜드 파워가 중요한데 그것이 따라주질 못했습니다.”
디자인 문제만이 아니다. 외국인의 눈을 사로잡는 브랜드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 권 대표의 설명이다. 외국인들이 ‘남에게 선물하고, 선물 받고 싶은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뷰티 상품에서 브랜드는 곧 제품 선택의 기준이라는 것이다.
우리만의 프리미엄 이미지 부각도 강조했다. 권 대표는 “외국인에게 우리 전통 상품을 소개했는데 ‘중국산’이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며 “외국인들은 이미 충분히 중국 문화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들과는 다른 우리만의 이미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랜드 전문가의 뷰티 개발 = 권 대표는 2018년 히즈를 창업했다. ‘어떤 사람(his·그의)’의 가능성을 찾아내어 돕겠다는 취지로 사명을 정했다.
한국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뽐낼 수 있는 상품의 개발을 선언했다. 그리고 내놓은 상품이 웰니스(Wellness)를 담은 ‘마시지 고체 클렌저’와 ‘배스 솔트 입욕제’다.
이들 상품 선택과 관련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에서 지배적 사업자가 없는 상품군”이라고 소개했다. 시장 트렌드를 반영하면서도 유니크(Unique) 한 상품들이다.
트렌드는 시장 조사를 통해 고체 클렌저 수요 증가를 확인했다. 차별 포인트로 얼굴 마사지에 맞춘 ‘괄사 모양’을 택했다. 괄사는 동양 전통요법으로 피부를 강하게 자극하는 것을 말한다.
괄사 모양의 구현 과정이 쉽지 않았다. 권 대표가 직접 개발했다. 지점토로 틀을 잡고 빨랫비누로 똑같이 만들었다. 힘겨운 작업이다. 수도 없이 테스트했다. 고객이 클렌저로 괄사하기에 가장 적합한 디자인을 찾기 위해서였다.
히즈의 고체 클렌저 제품은 생산에만 한 달이 소요된다. 화학제품은 최소화한 상태로 클렌징 오일을 단단하게 굳히기 때문이다. 기존 비누가 하루에 수백~수천 개 생산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권 대표는 “웰니스 뷰티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감당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입욕제 시장을 선택한 과정도 흥미롭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입욕제 수요가 늘었는데 외국의 저가 브랜드 상품이 한국에서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것이 안타까웠다.
권 대표는 “해외 저가 입욕제가 비싸게 판매되는 것을 보면서 화가 났다”며 “좋은 브랜드는 좋은 퀼리티의 제품을 적정한 가격에 판매해야 한다. 그것이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다”고 강조했다.
권 대표가 선택한 상품 브랜드는 ‘리솔츠(ReSaltZ)’다. 재생을 의미하는 ‘리(Re)’에 ‘소금(Salt)’ 그리고 무한한 가능성을 의미하는 ‘Z’을 묶었다.
히즈는 서울 마포구 합정동 회사 근처에 생산라인을 갖고 있다. 상품의 핵심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직접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 권 대표의 설명이다. 외국 사업자들도 그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해외에 선보이자 ‘호평’ 이어져 = 히즈는 지난해 ‘고체 클렌저’와 ‘솔트 입욕제’ 두 상품으로 미국에서 큰 상을 받았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적인 뷰티 박람회인 코스모프로프 북미에서 ‘그린 & 오가닉 파트’ 그리고 ‘올해의 코스메틱 트렌드’ 분야에서 각각 수상했다. 대기업들이 주로 수상하던 부문이다.
덕분에 권 대표는 많은 잠재 바이어와 협력사를 만났다. 일부 업체는 미국 시장에 유통하고 싶다는 제안을 해왔다. 권 대표는 고사했다. 좋은 기회일 수 있지만 브랜드 관리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권 대표는 “브랜드력이 커지면 더 큰 기회가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이유를 답했다.
올해 세럼, 크림, 향수 등으로 상품군을 넓혔다. 농촌진흥청의 도움으로 세계 최초의 복분자 딸기 열매 추출물을 넣은 입욕제도 개발했다. 해외에서 반응이 기대되는 상품이다.
히즈는 미국과 일본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길거리 테스트’ 그리고 10월 일본 전시회를 통해 가능성을 확인했다. 미국에는 이미 서부 어바인에 현지법인을 세웠다. 일본은 백화점 납품 절차를 밟고 있다.
권 대표는 “영국에서도 관심을 보였는데 아직 그 시장을 볼 여력이 없다”며 “올해는 미국과 일본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특유의 우수한 퀼리티 뷰티 상품을 세계에 알리겠다”며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로 입욕제 시장에서 5년 안에 1위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