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해외출장서 3곳 계약’… 5년 내 100개국 진출 목표
“꾸준히 걷다 보니 이 자리에 왔습니다.”
필러·스킨부스터 등 피부미용 용품을 40개국 이상에 수출하는 뷰메드 서정길 대표가 말하는 해외시장 개척 비결이다.
20년 넘게 국제 비즈니스를 펼쳐온 그는 해외를 드나들며 고객에게 ‘진정성’으로 다가가 신뢰를 얻어냈고, 거래에서도 믿음을 보이자 시장이 열렸다고 말했다.
●국산 보톡스·필러의 세계화 앞장 = 서정길 대표는 2000년대 초반 제약사에서 개발 라이선싱 업무를 맡았다. 해외 신약을 도입하거나 국산 신약을 해외에 라이선싱하는 일이다.
2011년부터는 무역통상 업무를 담당했다. 의료 가운데 뷰티 분야였다.
서 대표는 “한국 뷰티 상품이 인지도는 낮았지만, 품질에서는 충분히 경쟁력을 지녔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찾아낸 아이템이 보톡스와 필러였다. 국내 시장에서의 폭발적 반응에 주목했다.
서 대표는 “외국 바이어가 ‘한국에서도 보톡스와 필러를 생산하느냐’는 질문을 할 정도로 해외에서의 인지도가 낮았다. 하지만 국내 수요와 외국산과 비교한 제품의 가격·품질을 보면 충분히 잠재력이 있다고 봤다”고 소개했다.
당시만 해도 해외시장에서는 높은 가격대의 미국과 유럽산 제품이 주도했다. 가격과 품질을 고려할 때 동남아시아 등 신시장에서 우리 제품이 충분히 먹힐 것으로 본 것이다.
●돈독한 신뢰로 단기간 성과 = 사업 수완은 창업 후 샘플을 들고 떠난 첫 해외 출장에서 바로 발휘됐다. 동남아 5개국 출장길에 올랐는데, 말레이시아·싱가포르·인도네시아 3개국에서 바로 수출 계약을 체결한 것.
과정을 묻자, 서 대표는 “바이어들이 ‘출장비라도 뽑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주문을 해줬다”고 답했다. 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와 믿음이 수입 제안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국산 제품에 대한 신시장에서의 예측은 적중했다. 3개국 바이어 모두 추가 주문을 넣었다. 가격 대비 우수한 품질이 먹힌 것이다.
또한, 동남아 피부미용 시장의 잠재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서 대표는 이후 동남아 시장에서 하나둘 제품군을 늘렸다.
공격적으로 시장도 넓혀나갔다. 서 대표는 “1년에 8번 정도 해외에 나갔다. 유럽 메이저 뷰티 전시회는 기본으로 두바이, 홍콩, 멕시코·브라질 등 각 대륙 대표 전시회들을 챙겼다”고 말했다.
주요 국가에서 열리는 내수 전시회에도 상품을 출품했다.
서 대표는 “해외 출장이 재미있다. 우리 제품을 소개하는 것이 재미있고, 새로운 거래처를 만나서 우리 고객으로 만드는 과정에 희열을 느꼈다”고 밝혔다.
●수출대행→외주생산→자체생산 = 사업 초기에는 국내 제품의 수출대행 업무만 진행했다. 2015년부터는 직접 상품을 기획해 위탁생산을 통해 수출했다. 수출대행이 ‘돈이 된다’는 소문과 함께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연간 2억 원에 달하는 출장비에 각종 해외 인허가 비용을 고려하면, 경쟁의 심화는 곧 마진 악화로 이어졌다.
지난해부터는 자체 생산 체제로 전환했다. 경기도 광명 소화동에 400평 규모의 생산라인을 확보했다.
서 대표는 “유통 기업에서 제조기업으로 고도화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수출대행과 외주 제작을 통해 충분히 해외에서 통하는 제품을 알게 됐다”며 “자체 생산라인은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때부터 연구개발(R&D) 인력을 채용하는 등 제품 차별화에 나섰다.
서 대표는 “현재 8명인 생산과 R&D 인력을 12명으로 늘릴 계획”이라며 “내부 개발과 함께 산학협력도 진행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최근 고분자 화합물을 사용한 스킨부스터 시장이 각광받고 있어, 이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5년 내 100개국 수출 목표 = 뷰메드는 해상 운송 중 수출품이 행방불명돼 큰 피해를 본 2016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수출량이 늘었다. 트렌드에 맞춰 ‘품목’과 ‘시장’을 꾸준히 확대한 결과다.
보톡스·필러로 해외시장을 개척한 뷰메드는 의료용 수술실인 봉합사, 주름 개선과 피부 미맥용 스킨부스터, 지방분해제 등으로 수출품을 늘려나갔다. 수출품은 현재 20종에 달한다.
수출국도 많이 확대됐다. 최초 아시아 위주에서 2014년에는 유럽, 2016년에는 중남미와 중동으로 시장을 늘렸다.
서 대표는 “아시아 지역은 접근성이 좋다보니 국내 플레이어가 계속 늘고 있다. 그래서 중남미와 중동으로 시장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현재 수출대상국은 40곳을 넘는다.
서 대표는 ‘한 국가에 집중하는 전략도 있지만, 국가 간 분쟁 또는 전쟁 발발 등으로 인해 수출이 급격히 꺾일 위험이 상존한다’며 수출 다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K-뷰티의 힘을 실감한다며 수출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서 대표는 “올 초 프랑스에서 열린 뷰티전시회에서 부스 방문객이 이전보다 30%가량 늘었다. 계약 진행 건수도 많이 증가했다”며 “우리나라 국격이 높아진 만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인지도가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필러와 같은 피부미용 의약품은 국가 인지도의 영향이 크다”며 “우리나라가 미용, 피부, 성형이 강한 나라로 인식되면서 기회가 많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10년 전과 비교해 ‘한국산’을 찾는 사람이 많아, 해외에서 상담하다 보면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낄 때가 많다고 밝혔다.
5년 내 100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서 대표는 “꾸준히 하다 보니 이 자리까지 왔다”며 “지속적인 R&D 투자와 함께 해외 전시회에 지속적으로 출품해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해외 바이어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한 노하우 질문에 대해 ‘원칙에 충실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서 대표는 “약속을 지키고, 물건을 제때 보내고, 하자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는 자세를 이어가면, 어느 순간 신뢰가 그 회사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는다”며 “뻔한 것이지만 이것을 못 지키는 기업들이 의외로 많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