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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무역인 조병규 갈렙이앤씨

kimswed 2024.05.07 06:36 조회 수 : 7316

 

절망적인 상황에서 이뤄낸 ‘독자 브랜드’ 수출의 꿈
 
 
사업에는 굴곡이 있다. 조병규 갈렙이앤씨 대표는 한때 신용불량자의 멍에를 쓰고 절망적인 상황까지 치달았었다. 
 
하지만 ‘포기’는 없었다. 해외시장을 꾸준히 두드렸고, 예상치 못한 바이어가 희망의 끈을 잡아줬다. 지금은 당당히 미국·영국·일본 등 14개국에 독자 브랜드로 뷰티용품을 수출한다. 
 
조 대표는 부친의 사업을 보며 ‘독자 브랜드 세계화’를 꿈꿨다. ‘DOB(Dream of Beauty·아름다움을 꿈꾸다)’ 브랜드를 세계로 수출하는 그는 “고객의 아름다움 추구를 돕는 회사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조병규 갈렙이앤씨 대표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한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글로벌 뷰티 시장에 진출했다. 조병규 대표가 인천 청라동 사무실에서 올해 출시 예정인 펫스타일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갈렙이앤씨]
●아버지 한마디에 ‘브랜드’ 의미 깨달아 = 조 대표는 독자 브랜드를 유독 강조했다. 창업을 생각한 것도 자체 브랜드의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다. 
 
조 대표는 “아버지께서 비닐하우스용 비닐을 만드셨는데 비닐을 감싼 포장지에 새긴 상호와 로고를 보면서 자부심을 느꼈다”며 “그 로고는 아버지 제안으로 제가 기획했었다”고 말했다.
 
첫 사회생활도 마찬가지였다. 고향인 인천의 CCTV와 비디오폰을 생산하는 S사에 들어간 조 대표는 회사가 개발한 CCTV가 설치돼 있는 것을 보며 자부심을 느끼며 ‘나의 브랜드 개발’ 꿈을 키웠다. 
 
영업직으로 8년간 다양한 네트워크를 쌓은 조 대표는 36세인 2003년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나의 브랜드’ 그리고 ‘나의 브랜드를 해외에 팔자’라는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그래서 창업하자마자 한국무역협회 무역아카데미에서 강의를 들었다. 수출 진행 경험이 없어서다.
 
●무작정 뛰어든 온라인 무역플랫폼 = 조 대표는 8년 영업하면서 시장조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에게 온라인 B2B 무역플랫폼은 최고의 시장조사 도구였다. 
 
2000년대 초반 국내에서 서비스된 B2B 플랫폼들은 비용을 받지 않았다. 무료로 세계 잠재 고객을 대상으로 시장조사를 할 수 있었던 셈이다. 조 대표는 지인을 통해 확보한 CCTV·비디오폰 등 10여 가지 상품을 무역플랫폼에 등록했다.
 
“8개월 동안 테스트하니 답이 바로 나왔습니다. 해외 바이어들은 한국 제품을 중국·대만산과 비교하는 것이었습니다. CCTV나 비디오폰은 이들 나라 제품과 비교해 경쟁력이 없었습니다. 반면 고데기·드라이기 등 미용용품들은 달랐습니다.”
 
●협력사의 배신을 인내로 버텨 = 전문 분야였던 CCTV 유통을 과감히 포기한 조 대표는 미용기기 유통 사업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리고 시장조사에 나섰다. 내수업체 가운데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곳을 찾아, 대신 수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조 대표는 “고데기 업체가 전국에 60여 곳 있었는데 내수만 하는 곳은 12곳이었다”며 “12곳 모두를 찾아가 가격, 디자인, 마진, 성능 등을 꼼꼼히 비교했다”고 말했다. 
 
최종 H사 제품을 낙점한 조 대표는 H사 대표와 만나서 해외 판매권을 확보했다. 그리고 온라인 무역플랫폼에 등록했고, 얼마 후 캐나다 바이어와 손이 닿았다. 샘플 전달 후 몇 개월간의 작업으로 약 200만 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을 확보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모든 과정이 순조로웠다. 문제는 상품 선적 당일 발생했다. 뜬금없이 H사의 영업 총괄 임원이 조 대표를 부르더니, 무작정 마진의 3분의 1만 받으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H사가 직접 캐나다 업체와 거래한다는 일방적인 통보였다. 조 대표는 몹시 격앙될 수밖에 없었지만, 긴 한숨을 쉬고 참았다.
 
“순간 물건보다 바이어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제가 화를 냈다면 협력사는 물론, 바이어도 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H사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고 순순히 물러났습니다.”
 
●독자 브랜드로 승부 = 이때부터 독자 브랜드 제조에 뛰어들었다. 인천에 8평 월세 15만 원짜리 사무실을 구했고, 고데기 부품들을 사 와서 홀로 조립했다. 하루 목표치 30~50개를 정하고 이행하다 보니 새벽 3~4시가 돼서야 마쳤다.
 
이래서는 도저히 영업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전문조립업체 한편에 사무실을 빌려, 외주를 맡겼다. 
 
당시 상품 기획을 다시 했는데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비용이 발생했다. 7000만 원을 잡았던 디자인, 설계, 금형 비용이 무려 1억6000만 원으로 늘어났다. 대출을 늘렸고 이 과정에서 개인 신용에 문제가 발생했다. 그래도 근근이 회사를 운영하며 2006년 마침내 ‘DOB(Dream of Beauty)’ 브랜드의 고데기를 완성했다.
 
심각한 자금난을 겪다 보니 해외 마케팅은 더욱 버거웠다. 이탈리아 뷰티 전시회에 관람객으로 방문해, 지인 부스에 의자를 하나 빌려 제품을 전시했다.
 
조 대표는 “고 정주영 회장이 설계도면으로 유조선 프로젝트 수주한 것을 떠올리며 버텼다”고 말했다. 전시 장소가 번번하지 않으니 3일 내내 관심을 보인 바이어들은 없었다.
 
이후 심각한 자금난을 겪던 조 대표에게 뜻밖의 e메일이 날아왔다. 이탈리아 전시회에서 전단지를 봤다며, 샘플 주문이 들어온 것. 잠결에 습관적으로 열어본 메일에서 확인했다. 조 대표는 “순간 엄청난 전율을 느꼈다”고 밝혔다. 샘플을 보내고, 얼마 후 첫 주문 500개를 받았다. 첫 수출이었다.
 
 

 
●빅바이어와의 운명적 만남 = 2008년 미국 라스베이거스 뷰티쇼에 나갔을 때다. 출국 며칠 전에 바이어로부터 라스베이거스에 오면 만나고 싶다는 e메일을 한 통 받았다. 
 
그렇게 만난 바이어는 ‘깜짝’ 제안을 했다. 미국에서 갈렙이앤씨 제품을 독점 공급하고 싶다며, 전시제품을 현장에서 빼달라는 요구였다. 그리고 전시회가 끝난 후 바로 본사가 있는 멕시코로 함께 가자는 제안이었다. 
 
그 회사는 멕시코에서 1~2위를 달리는 헤어 전문업체였다. 공장 투어만 하루가 부족할 정도로 컸다. 조 대표는 바로 미국과 멕시코 독점권을 주는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초도물량이 약 10만 달러어치였다. 
 
멕시코 회사는 이후 갈렙이앤씨의 차기 모델 투자에도 참여했다. 현재 주력 수출품인 G7 시리즈다. 총 12종으로 누적 수출 물량이 50만 개를 넘어선 제품이다.
 
●축적된 노하우로 펫 시장 도전 = 회사는 고데기 기술을 바탕으로 펫스타일러를 개발했다. 고데기의 히팅 기술을 펫용 브러쉬에 적용했다. 반려동물의 항균 및 염증 개선, 근육 이완 보조 등의 역할을 한다. 출시를 앞두고 올해 국내와 일본에서 클라우드 플랫폼에 올렸고, 좋은 반응을 확인했다. 
 
조 대표는 “2003년에 국내 고데기 회사가 60여 곳에 달했는데 지금은 5곳만 남았다”고 말했다. 가격이 3분의 1 수준인 중국산과 경쟁에서 버티지 못했다는 것이다. 기업이 혁신과 도전을 멈추면 미래가 없다는 설명이다.
 
조 대표는 펫스타일러의 해외시장 진출을 맞아 “DOB(아름다움의 꿈) 브랜드명처럼 사람과 반려동물이 아름다움을 통해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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