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로 가격 낮춰 한국에서 생산
L사는 2016년 9월에 설립한 벤처기업으로 전기자전거(E-BIKE)를 주요 품목으로 스마트 모빌리티(Smart Mobility) 구축을 위한 해외수출을 진행하고 있다.
2017년 1월 미국의 대형 전기자전거 업체와 독점계약을 체결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으며, 그 해 4월 호주의 유명 전기자전거 업체에도 연간 100대 씩 독점 공급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현재는 호주, 칠레, 체코, 네덜란드, 영국, 덴마크 등 유럽연합(EU) 지역 등에서 글로벌 세일즈 활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L사를 알린 대표 제품은 화물용 브랜드 ‘스카이웨이’의 ‘카고’라고 불리는 제품이다. 기존 세발자전거와 달리 앞바퀴가 두 개인 역삼륜 프레임으로 구성됨에 따라 자전거 탑승객이 손쉽게 화물 상태를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스카이웨이 카고는 필요에 따라 화물용도 또는 어린이 탑승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해외 대신 한국에서 생산하기로 결정
L사는 그동안 화물전기자전거를 중국과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해 유럽 등으로 수출해왔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공급망 환경이 바뀌자, 회사는 국내 생산을 전제로 생산 계획을 다시 수립했다.
중국에서 생산한 전동자전거는 유럽연합(EU)에서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가격경쟁력을 사실상 상실했던 것이다. 또한, 베트남이 EU와 체결한 EU-베트남 자유무역협정(EV FTA)을 활용한 관세 혜택을 기대하였으나, 현지 직원들 간의 의사소통 문제로 의도했던 효과를 보지 못했다.
L사는 결국, 국내 생산 기업에서 아웃소싱 생산을 하여 수출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국내 생산은 높은 인건비 부담에 따라 생산단가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해야 해서 이러한 비용 상승 부담을 상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했다.
[화물전기자전거 한-EU FTA 적용 효과]
FTA 적용 시 6% 관세가 0%
L사는 이를 FTA 활용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FTA를 활용하는 방법은 단기간에 가격경쟁력을 살릴 수 있는 가장 실용적인 방법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또한, ‘한국산’ 제품에 대한 유럽 현지 소비자들의 신뢰도는 ‘중국산’이나 ‘베트남산’ 제품에 비해 높으므로 성능과 품질의 우수성이 바이어들에게 잘 설명되고, 한-EU FTA를 통해 관세 절감 혜택을 볼 수 있도록 FTA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한다면 바이어들이 충분히 L사 제품을 수입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이에 회사는 유럽 수출 품목의 FTA 효과가 어느 정도 되는지를 파악하고, 한-EU FTA 원산지결정기준 확인 및 원산지증명서 작성 방법 등을 문의하고자 한국무역협회 FTA종합지원센터가 진행하고 있는 OK FTA 현장 컨설팅 지원 사업에 참여했다.
담당 컨설턴트로 지정받은 관세사가 L사 본사를 방문해 직원들로부터 기존의 수출거래 현황 등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컨설턴트는 L사가 유럽국가로 수출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사항, 상대국 관세율 확인 방법, 원산지결정기준확인, 소요부품자재명세서(BOM, Bill of Material) 작성 방법 등에 대해 실무교육을 진행했다.
L사 화물전기자전거는 관세율표상 제8711.60호(추진을 위해 전동기를 갖춘 것)에 분류됐다. 회사는 부분품 대부분을 중국에서 조달받아 한국에 있는 공장에서 조립공정을 통해 완제품인 화물전기자전거를 생산하고 있다.
조립생산 시 세번변경기준 유리
제8711.60호 품목의 EU 측 기본관세율은 6.0%이며, 한-EU FTA 협정세율은 0%에 해당다. 6.0%의 관세가 철폐되면 현지 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은 훨씬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므로 반드시 FTA를 활용해야 했다.
해당 품목의 한-EU FTA원산지결정기준은 ▷모든 호(그 제품의 호는 제외한다)에 해당하는 재료로부터 생산된 것 ▷해당 물품의 생산에 사용된 모든 비원산지재료의 가격이 해당 물품의 공장인도가격의 50%를 초과하지 않은 것 가운데 한 가지를 충족하면 된다. 즉, 4단위 세번변경기준(CTH)이나 부가가치기준(MC 50%) 가운데 한 가지 기준을 선택하면 된다.
컨설턴트는 L사 담당 직원과 협의한 끝에 더욱 수월하게 원산지결정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세번변경기준에 맞추기로 했다. 한국과 중국은 FTA를 체결했기 때문에 중국산 부분품은 양국 간 교역에선 ‘역내산’으로 판정받을 수 있으나 EU 등 다른 국가로 수출할 때는 이를 인정받을 수 없다.
부분품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해 한국에서 조립하므로 국내에서 완성한 품목의 공장도 가격에서 중국산이 절반 이상을 차지할 가능성이 커 역내산 판정을 받기 어려울 가능성이 컸다.
이와는 달리 세번변경기준은 부분품의 HS코드가 완제품과 비교하였을 때 일정 단위 이상 변경되면 충족 가능한 조건이 되므로, L사와 같은 기업들이 제품의 역내산 판정을 받는 것이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이에 컨설턴트는 원재료들의 HS코드를 판단하여 세번변경기준을 충족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다음으로는 L사가 FTA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할 수 있도록 컨설팅했다. 한-EU FTA 원산지증명서는 자율발급 제도를 채택했으나, 수출 건당 6000유로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인증수출자 자격이 있어야 한다.
원산지인증수출자 인증 꼭 받아야
‘원산지인증수출자 제도’는 원산지증명 능력이 있다고 인정한 수출자에게 원산지증명서 발급 절차 또는 첨부 서류 제출 간소화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인증 범위에 따라 ‘업체별 원산지인증수출자’와 ‘품목별 원산지인증수출자’로 나뉜다.
‘업체별 원산지인증수출자’는 수출자 자체에 대해서 인증된 것으로 모든 협정과 모든 품목에 대해서 혜택이 주어진다. 유효기간은 5년이며, 협정대상국별 원산지증명능력 및 법규 준수도를 인증 기준으로 삼고 있다.
‘품목별 원산지인증수출자’는 수출국가 및 품목별로 인증받는 것이다. 혜택 범위는 인증받은 협정별 HS코드 6단위이며, 유효기간은 5년이되 법규 준수도에 따라 차등적으로 적용 가능하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한-EU FTA와 한-영 FTA는 인증수출자만 6000유로 초과 물품 수출 시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할 수 있다. 컨설턴트는 L사에 한국무역협회 FTA종합지원센터의 OK FTA 컨설팅 사업을 신청해 원산지인증수출자 인증을 지원받도록 했다.
국내 경기 활성화에도 이바지
컨설팅 결과 L사의 수출 품목인 화물전기자전거는 EU로 수출하는 경우 한-EU FTA를 통해 0% 관세를 받아 6.0%의 관세율 절감 효과를 바이어에게 제시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중국 및 베트남 공장을 통해 제품을 제조해오던 과정을 한국 제조로 변경해 시간 및 비용적인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L사의 제품을 생산하게 된 국내공장은 일거리가 늘어나 매출을 늘리는 한편 일자리 창출에도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L사는 기존 스위스 등의 국가로 수출할 때는 별도 컨설팅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업무를 진행해 원산지증명서를 올바르게 작성했는지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이번 컨설턴트의 방문 컨설팅을 통해 스위스에 수출할 때는 한-EU FTA가 아닌 한-EFTA(유럽자유무역지대) FTA가 적용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무역협회 FTA활용정책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