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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천장에 조명등을 설치할 때 추락사고 등의 위험이 따른다. 이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국내 한 중소기업이 공중 작업을 안전하고 손쉽게 할 수 있는 장치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V사가 주인공이다.
조명등을 자동으로 승·하강 시켜주는 무선 시스템, ‘원격 조명릴’은 리모컨을 이용해 조명이 내려오는 위치를 조정할 수 있다. 조명뿐 아니라 CCTV(폐쇄회로 TV)나 화재감지기 등에도 활용할 수 있어 공중 설치물 유지와 보수의 획기적인 대안이 되고 있다. 자동으로 전원을 차단할 수 있어 감전 사고의 위험을 줄일 수 있으며, ‘집게형 스토퍼’를 달아 30m 높이에서도 최대 1.5t의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했다.
전 세계 22개국에 판매망 구축
2002년 설립된 V사는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해 전 세계 22개국에 대리점 형태로 판매망을 구축했고, 50개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주력 수출국은 중국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으로, 제품을 직접 수출하고 있다.
V사는 원격조명릴을 제8543.70호로 수출하고 있었다. 아세안 지역의 경우 기존 FTA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하고 있었는데 담당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지연되면서 현지 바이어로부터 컴플레인이 발생하고 있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중국에서 벌어졌다. 중국 바이어가 샘플 건에 대해 원산지증명서 발급을 요청해 보내주었는데, 중국의 수입 HS코드와 상이하다며 변경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V사는 원산지 업무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한-아세안과 한-중국 FTA 품목별 원산지인증수출자 인증 취득을 추진하던 중이었다. 인력 부족 문제는 신규 직원 채용을 통해 해결할 수 있지만, HS코드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중국뿐만 아니라 이미 수출을 진행하고 있는 국가에서도 비슷한 요구를 할 수 있었고, 품목분류 심사결과 V사 측의 책임으로 판결이 날 경우 사후 검증 등을 통해 피해보상과 거래중단 등의 손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내부 회의를 통해 V사는 이번에 의심스러운 점을 모두 해소해 나가기로 했고, 해당지역 FTA활용지원센터의 OK FTA 현장 방문 컨설팅을 신청했다.
컨설턴트가 V사를 방문해 현황을 점검한 결과, 원격조명릴 품목분류의 관건은 ‘리프터(Lifter)’냐 ‘호이스트(Hoist)’냐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제8543호는 그 밖의 전기기기(이 류에 따로 분류되지 않은 것으로서 고유의 기능을 가진 것으로 한정한다)로, V사는 조명등이 메인 제품이고 원격조명릴은 조명등의 설치와 관리를 편리하게 해주는 부속 제품이라고 보고 이 제품을 제8543.70호(기타 전기기기)로 분류했던 것으로 보인다.
‘리프터’가 아니라 ‘호이스트’
하지만 컨설턴트가 검토를 한 뒤 제시한 의견은 달랐다. 호이스트의 일종인 제8425.11호로 분류한 것이다.
원격 조명릴은 90여 종의 원·부자재를 조립해 만든 것이며, 컨설턴트가 적정 HS코드 분류를 위해 품목의 현품확인, 용도 및 기능, 규격, 투입 원부자재 일체에 대한 검토를 진행한 결과였다. 원격조명릴 품목 자체의 기능, 즉 줄을 이용해 들어 올린다는 점에 집중한 판단이었다. 또한 물건을 내리는 양하 중량에 따라 6가지 세번으로 분류된다는 점도 V사 측에 설명했다.
제8425.11호의 중국의 기본관세율은 6%이며. 한-중 FTA 협정상 양허유형은 ‘15’이다. 당사국 양허표상의 단계별 양허유형 ‘15’로 규정된 원산지 상품에 대한 관세는 이 협정의 발효일을 시작으로 15단계에 걸쳐 매년 균등하게 철폐되어, 이행 15년 차 1월 1일부터 그 상품에 대하여 무관세가 적용된다. 2021년 한-중 FTA 협정관세율은 3.2%이다.
아세안의 경우 기본관세율은 회원국 별로 0~5%이지만, 한-아세안 FTA 협정세율을 적용하면 0%이다.
세번변경기준으로 원산지 충족 시도
정확한 품목분류를 했으니 이번에는 FTA 원산지 결정기준을 충족하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제8425.11호의 한-중 FTA 원산지결정기준은 ‘다른 호에 해당하는 재료로부터 생산된 것(4단위 세번변경기준, CTH)’이다. 한-아세안 FTA는 ▲수출 당사국의 영역에서 완전 생산된 것(WO) ▲다른 호에 해당하는 재료로부터 생산된 것 또는 40퍼센트(%) 이상의 역내 부가가치가 발생한 것(CTH or BD 40) 중 하나를 충족하면 된다.
컨설턴트는 두 FTA의 공통된 원산지 결정 기준인 CTH를 충족시켜 보기로 하고 V사 담당자와 함께 진행했다. 90여 종의 원재료 HS코드가 완제품 HS코드와 달라야 하는 만큼 원재료 공급 업체들로부터 원산지(포괄)확인서와 원산지소명서 등 관련 서류를 받아 원산지 결정을 위한 소요부품자재명세서(BOM, Bill of Material)와 제조공정도(Manufacturing Process), 원산지소명서(Cost and production Statement) 등의 서류를 작성해 검토했다.
‘역내 가공·충분 가공·직접 운송’ 원칙
FTA 원산지 결정의 3가지 기본 원칙은 역내가공원칙, 충분가공원칙, 직접운송 원칙이다. 이러한 기본 원칙이 모두 충족된다는 전제하에 수입국 세관에 FTA 원산지증명서를 제시하고 협정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충분가공원칙’은 산업의 글로벌화가 심화하여 외국의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공산품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 또한 생산 공정 일부를 외국에 위탁하여 수행하는 경우에서 착안해낸 개념이다. 이런 상황에서 완전 생산품만을 원산지 물품으로 인정한다면 FTA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려우며, 역외국가의 재료를 사용한 불완전 생산품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역내의 생산과정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상품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정도의 공정이나 가공(실질적 변형)’을 거쳤다면 원산지 물품으로 인정한다는 것이 충분가공원칙이다. 세번변경기준도 이에 포함된다.
‘직접운송원칙’은 제3국 경유 없이 협정 체결국가 간에 직항운송이 원칙이라는 뜻으로 직접 운송된 품목만 협정세율을 적용한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중국과 거래를 하는 업체가 한-중 FTA를 적용하여 관세 혜택을 보고자 한다면 우리 인천항에서 출발할 때 타국을 경유하지 않고 중국까지 도착해야 한다. 3가지 기본 원칙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유효한 원산지증명서 발급을 완료했더라 하더라도 ‘직접운송원칙’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FTA 협정세율 적용이 불가능하다.
컨설턴트는 원격조명기의 제조공정도를 검토한 결과, V사가 원부자재 매입, 설계도 및 조립공정도 작성, 공정에 부합하도록 원부자재의 가공(밀링, 절삭 등), 용접 등을 통한 완제품 제조를 진행하고 있어 한-중 FTA 및 한-아세안 FTA 협정에서 규정하고 있는 불인정공정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했다.
또한 V사는 아세안 및 중국 수출 건 각각의 B/L(선하증권)을 수취했으며, B/L 검토 결과 3국 경유 없이 직접 운송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V사의 원격 조명릴은 한-중 FTA, 한-아세안 FTA 협정에 따른 원산지결정기준을 충족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품목별 원산지 인증수출자 취득
원산지 결정 작업을 완료한 V사는 한-아세안 FTA와 한-중 FTA의 품목별 원산지인증수출자 인증 취득 절차를 진행했다.
해당 FTA는 모두 원산지증명서 기관발급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업체 내부 원산지관리는 컨설팅을 신청한 담당자가 전담하기로 했으며, 원산지관리 지정을 받기 위해 관세국경관리원에서 진행하는 교육을 이수, 관련 자격을 구비했다. 이를 통해 변경한 HS코드 제8425.11호로 관할 본부세관인 광주세관에 품목별 원산지인증수출자 인증 신청을 진행해, 최종 인증을 취득했다. 원산지증명서를 받은 중국 바이어도 만족해함으로써 향후 V사의 중국 수출은 원활히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V사는 대한상공회의소를 통해 진행하던 원산지증명서 발급업무를 관세청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한-아세안 FTA 표준 문서인 AK FORM과 관련해 아세안 현지 바이어로부터 관세청이 발급한 원산지증명서(C/O)로 변경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한국무역협회 FTA활용정책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