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팬데믹, 한국 발포제로 세계 시장을 뚫는다
• 회사 설립 : 2014년 2월
• 분야 : 발포제 등 기초화학 제품 생산
• 회사 이름에 담긴 뜻 : TFC = Technology develops Fine Chemical. 정밀화학을 통해 과학기술 발전에 공헌
• 사업 목표 : 북미, 유럽, 중남미 등 주요 거점에 핵심 유통체인 확보를 통한 안정적 수출구조 확립
“중국이요? 우리와 3~4년 기술 격차가 존재합니다.”
국내 발포제 생산 ‘빅3’ 중 하나인 테크노화인켐(TFC) 이미정 부사장의 말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이 분야 역시 중국 기술이 올라오고 있지만, 아직은 경쟁자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만큼 TFC 상품이 해외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TFC는 발포제 분야에서 기술력 하나는 자부한다. 엔지니어 출신인 박완수 대표는 2000년대 초반부터 <화학저널> 등에 기고하며 이 분야 전문가로서 명성을 쌓았다. 해외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아 세계적인 기업으로부터 OEM 주문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만드는 데 한계를 느꼈고, 2014년 TFC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자체 생산 및 브랜드 개발에 나섰다. 그동안 쌓은 기술력으로 충분히 도전할만한 능력을 확보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내 안착 후 해외 진출
TFC의 기술은 시장에서 알아봤다. 회사는 국내에서 인정받으며 매출을 확대했다. 발포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회사도 안정적으로 성장했다.
발포제는 플라스틱계의 ‘베이킹 파우더’로 불린다. 수지와 혼합하여 제품을 팽창시키는 역할을 하며 제품의 무게를 줄여 엠보싱 작용을 통해 충격을 흡수한다. 대표적으로 아파트 방음재와 단열재로 폭넓게 사용된다.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신발 깔창, 모자챙, 액자 프레임, 인조가죽 등에도 쓰인다.
국내에서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자 본격적으로 해외시장을 노크했다. 국내에서 충분히 검증된 만큼 후발국에서는 충분히 통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터넷 서핑을 통해 해외 바이어를 찾아 접촉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무역사절단에도 참여하고 해외 전문 전시회에도 나갔다.
그러나 성과는 쉽사리 나타나지 않았다. 해외 바이어의 입질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다. 이 분야에서 인지도가 높은 바이어들이 관심을 보였고, 접촉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수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한 번은 스위스 대형 유통업체가 국내 TFC 공장을 방문해 ‘제품이 우수하다’ ‘기술이 좋다’고 극찬해 기대했는데, 정작 자국으로 돌아간 후 연락이 없었다. 회사 관계자는 “(그 회사가) 워낙 큰 회사이다 보니 발포제 시장에는 진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지자체 지원으로 마침내 파트너 찾아
그러던 중 2019년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충청북도 추천으로 동유럽 지역 유통망을 보유한 현지 러시아 메이저 유통업체와 손을 잡을 수 있었다. 파트너 업체는 연간 800~1000톤을 러시아를 비롯해 동유럽에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TFC는 한껏 기대감에 부풀었다.
하지만 대형 수출 계약 기대감에 들떠 있을 즈음에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졌다. 갑작스러운 대형 악재로 러시아 회사는 약속한 물량을 소화할 수 없었고, 주문은 기대에 턱없이 부족했다.
이미정 TFC 부사장은 “정말 힘든 시기였다”며 “수출 기대감에 생산량을 크게 늘렸는데 막상 팬데믹으로 오더가 끊기자 재고는 쌓여만 갔고, 회사 분위기는 나빠졌다. 기술이 있다고 반드시 수출이 잘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회고했다.
위기 후 다시 기회를 잡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수출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내다보며 해외시장의 벽을 두드렸다. 국내에서는 꾸준한 판매가 이어졌기 때문에 회사가 버티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다만 국내시장도 점차 레드오션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새로운 수익원을 위해 해외시장 개척은 절실했다.
TFC는 발포제 등 석유화학 분야에서 중국이 아직 우리 기술 추격에 한계를 보이는 만큼 해외시장에서의 잠재성은 크다고 확신했다. 더욱이 세계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석유화학에 대한 높은 인지도를 고려할 때, 지금이 해외시장 개척의 적기라고 판단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도 회사가 수출시장을 지속적으로 노크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출장길이 막혔지만, 회사는 좌절하지 않고 온라인상에서 백방으로 뛰었다. 해외마케팅팀은 회사와 제품 홍보 메일을 바이어들에게 지속적으로 발송하며 가능성을 모색했다.
이 과정에서 충청북도·무역협회 등의 도움을 톡톡히 받았다. 2021년 화상으로 진행된 온라인 수출상담회를 통해 바이어를 만날 수 있었다. 이미정 부사장은 “팬데믹 상황 속에서 충북도가 다양한 수출지원 사업을 마련했다”며 “덕분에 큰 부담 없이 바이어를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회사는 바이어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샘플도 보내고, 해외 다른 경쟁사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면 TFC 제품의 우수성을 적극 피력하며 테스트를 제안했다. 펜데믹으로 인한 열악한 물류 환경에서 배송 시점을 지키며 신뢰도 함께 쌓았다.
동남아 수출 시장 기대 커
회사는 코로나19 종식 후 동남아 시장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중국 공장들의 환경 규제로 인해 수요업체를 포함한 많은 제조업체가 동남아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어서다.
이 지역에서는 바닥재 등 건축자재와 신발 깔창 등 생활용품 시장이 호황을 보이고 있다. 이미 시장을 개척한 러시아, 튀르키예(터키)에 이어 동남아 시장에서 수출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 부사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라 오프라인 전시회가 개최되고 있어 그동안 한계를 보였던 해외 마케팅에 다시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며 “그동안 해외시장 개척 준비를 꾸준히 해온 덕분에 앞으로 성과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친환경 발포제 특허도 확보했다. 발포제 조성물 및 친환경 제조방법의 특허로 미세한 표면처리 방면에 적용 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첨단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ESG 경영이 강조되는 분위기여서 수출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시장을 다니다 보면 이런저런 에피소드가 있게 마련이다. 언젠가 이미정 부사장이 중국에서 열린 전시장 주변에서 현지인(중국인)의 길 안내 질문에 친절하게 답변했는데, 그다음 날 현지인이 TFC 부스를 찾았다는 것. 현지인은 이 부사장에게 ‘중국인이 아니었느냐’며 관심을 보였고 서로 대화를 나누던 중, 이 부사장이 유학했던 곳이 그 현지인의 고향이어서 다시 한번 놀랐다는 것이다.
이 부사장은 초보기업에게는 수출이 정말 힘든 과정이라고 소개했다. ‘매번 이 길이 맞을까’ 고민하지만 그래도 계속 도전하다 보면 희망이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국제비즈니스에서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조언했다. 회사가 해킹 피해를 볼 뻔했던 사례다. 해외 바이어로부터 제품에 불량이 있다는 클레임과 함께 외화 송금 요청 메일을 받아 당황했는데, 침착하게 확인하다 보니 받은 메일 주소와 실제 바이어 주소가 약간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여전히 국제비즈니스에서 해킹 등을 통한 사기가 횡행하니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아프리카에 발포제 공장 건립 희망
TFC는 북미, 유럽, 중남미 등 해외 주요 시장별 핵심 유통체인을 단계적으로 확보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들을 통해 TFC 발포제를 안정적으로 세계에 공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당장은 아니지만, 아프리카에 발포제 공장을 짓고 싶다는 뜻도 전했다. 발포제는 다방면에 사용되고 있는 만큼 아프리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부사장은 “발포제 공장을 만들면 발포제를 활용한 다양한 제조 공장이 생겨난다”며 “이를 통해 아프리카에 고용과 부가가치 창출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