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질병 조기 감지 캡슐 개발… 세계 15억 마리가 시장
‘여성’, ‘축산’, ‘내수보단 수출’…. 편견이지만 연결고리를 찾기 쉽지 않은 조합들이다. 유라이크코리아(uLikeKorea)는 이 편견을 깼다.
축우(소)의 몸속에 넣어 질병을 조기에 감지하는 바이오캡슐 ‘라이브케어(LiveCare)’를 개발한 이 회사는 공학도 대학원생 김희진 대표가 2012년 설립했다.
올해 목표 매출 100억 원 가운데 절반을 훨씬 넘는 금액을 해외에서 벌어들인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아직 해외에 유사 기술이 없다는 김 대표는 당당히 이 분야 ‘글로벌 넘버1 사업자’라고 말한다.
●‘왜’란 물음표로 시작한 연구 = 2011년 축산업계는 가축전염병 ‘구제역’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축산학과를 졸업한 아버지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축산농장을 즐겨 찾던 김희진 대표는 농가에서 힘들게 키운 소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며 안타까웠다. 그러면서 전염병을 예측하는 ‘예찰’이 왜 안됐는지 궁금증을 가졌다.
“박사과정 당시 ‘실시간 모니터링’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반도체·자동차와 같은 생산라인의 문제를 미리 파악하는 ‘얼리 디텍션(Early Detection)’이었죠. 가축전염병도 얼리 디텍션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장 조사를 해보니 축우 체온 측정이 엉성했다. 소의 귀는 구조적으로 내부 측정이 어렵다. 결국 항문을 통해 체온을 측정해야 하는데 이 방식은 소를 결박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힘들었다. 결국 귀 표면을 통해 체온을 추정하는데 정확도가 떨어졌다. 웨어러블 방식도 있었지만 이 또한 정확도는 낮았다.
김 대표는 ‘소가 캡슐을 먹어 통신으로 측정하면 되지 않나’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딱풀’로 시작한 연구 = 첫 시작은 수중 배터리 통신이다. 소의 위 속은 물로 가득 차 있다. 결국 체온계가 수중에서 견뎌야 한다. 연구실 주변을 둘러보니 딱풀이 보였다. 내부를 제거하고 통신 배터리를 넣고 밀폐했다. 그리고 테스트했다. 기존 연구에서 확인한 부분으로 다행히 성공적이었다.
이제는 현장 실증이다. 이때부터 힘든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김 대표는 창업멤버 두 명과 함께 경북 경산에 있는 집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아버지가 소개해준 축산농가의 축우를 대상으로 테스트에 돌입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했습니다. 샘플이 하루만 체외로 배출되지 않는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죠. 1년 동안 배출되지 않으면서도 통신이 끊어지면 안 됐습니다. 3년간 수백 번 테스트했습니다. 농장주의 도움이 없었다면 제품은 절대 불가능했죠.”
스타트업에게 ‘수백 번’의 테스트는 정말 힘든 과정이다. 김 대표에게 그런 열정의 근원에 대해 묻자 “없는 기술을 개발한다는 것이 흥미로웠다”며 “제가 ‘끈기’ 하나는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실망 그리고 가족의 만류 = 3년여 노력으로 마침내 라이브케어 상용화에 성공했다. 그리고 시장에 내놨다. 전단지를 뿌리고, 전시회도 나갔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냉랭했다. 아무도 사용해보려고 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축산농가에서 제품에 대해 신기해하긴 했지만 정작 구매하는 것을 꺼려했다”며 “1년 가까이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제품은 나왔지만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죽음의 계곡’에 갇혔다. 대출받았던 자금은 떨어지고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던 가족마저도 사업 지속을 만류했다. ‘기술이 좋아도 때가 안 맞으면 힘들다’ ‘원하던 기술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달성한 것에 만족하라’는 말을 들었다.
김 대표는 흔들리지 않았다. ‘파괴적 혁신’은 언젠가는 시장에서 통할 것으로 봤다. 자금이 떨어진 김 대표는 백방으로 뛰어다녔고, 마침내 15억 원을 유치했다.
“언젠가는 우리 제품을 쓸 수밖에 없다고 확신했습니다. 시장이 열린 후에 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는 시장이 열리기 전에 기술을 개발해야 시장 주도권을 잡을 수 있죠. 아직 시기가 안 왔을 뿐이지 버티면 분명 기회가 온다고 봤습니다.”
●해외에서 먼저 인정 = 유라이크코리아는 태생부터 해외에 집중했다. 국내 축우는 370만 마리인 반면 전 세계 축우는 15억 마리다. 국내 시장이 0.25%인 셈이다.
사실상 시장은 해외에 있었고, 관심도 해외에서 먼저 보였다. 우리 농가는 시장에 보급돼야 움직이지만, 해외는 그렇지 않았다.
“국내부터 판매하고 해외로 나가라는 제안을 많이 받았는데, 우리 축산농가에서 신기술은 주로 일본에서 보급돼야 따라갔습니다. 반면 해외는 품질만 검증되면 바로 채택을 하죠.”
현재 해외에서 진행 중인 사업만도 일본·미국·캐나다·브라질·호주·덴마크 등 10개국이 넘는다. 국내와 다른 해외 축우들의 환경에 적합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으며 이 단계가 순차적으로 진행되면 성과로 이어진다.
●라이브케어를 ‘상비품’으로 = 회사의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2015년 성숙한 축우인 ‘성우’에 대한 제품을 개발했고, 2018년에는 송아지를 위한 제품도 만들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는 양·말·닭을 위한 제품을 개발했다. 기능도 개선했다. 현재는 질병 관리부터 발정 탐지, 분만 예측, 사양 관리, 축우 개체정보 관리 등이 가능하다.
김 대표는 “체온과 활동량을 바탕으로 확보하는 메타데이터가 50종류가 넘는다. 이 데이터들을 활용하면 다양한 기능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며 “농장주는 앱으로 어느 곳에서나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축우를 시작으로 다른 동물로 점차 시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가정의 체온계처럼 라이브케어를 축산농가의 상비품으로 만들어 이 분야 최고의 기업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