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기관 지원제도 모두 이용하세요
D사는 1960년 설립 이후 가내수공업으로 장갑(글로브) 생산을 시작해 현재까지 글러브 한 우물만 집중하고 있는 역사와 전통의 기업이다.
1996년부터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에 진출하여 독일, 폴란드, 영국, 벨기에. 핀란드 등 유럽지역을 중심으로 수출을 확대해 나갔다. 덕분에 전체 회사 매출의 90% 이상을 수출로 거둬들이고 있다.
FTA 체결 초기부터 활용 방안 모색
특히, D사는 대한민국 정부가 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초기부터 FTA의 가치를 꿰뚫고 최고경영자(CEO)의 주도로 해외 마케팅에 FTA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이에 주력 수출지역인 한-유럽연합(EU) FTA 발효(2011년)를 앞둔 2010년도에 한-EU FTA 품목별 원산지인증수출자 인증을 취득했다.
D사가 무역업계와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은 2012년 3월이었다. 한해 전 대구시는 대구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시행한‘전자 입찰 컨설팅 지원 사업’을 통해 D사가 미국 정부의 전자 조달 시장의 주계약자 자격을 취득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조달청 주계약자 자격은 미국 정부 조달 시장진출을 희망하는 업체에 엄격한 심사기준을 적용해 적격업체에 한해서만 계약자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당시 D사가 취득한 자격의 정확한 명칭은‘다수공급자계약 자격획득(GSA MAS)’으로 대구지역에서는 D사가 유일하며, 장갑 업계 가운데에선 처음이다. 전국적으로도 29개사만 자격을 가지고 있었다.
미국 정부는 현지 조달 수요가 발생하면 MAS 주계약자 등록 업체를 우선 구매 협상 대상자로 분류하고, 행정부 계약관이 직접 참석하는 주계약자 전시회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도 부여한다.
D사의 성과가 큰 의미를 갖게 된 것은 때마침 발효한 한-미 FTA 때문이었다. 미국은 한-미 FTA를 발효하면서 연간 20조600억 원에 달하는 자국 정부조달시장 가운데 국방을 제외한 30% 규모(약 6조 원)의 시장에 우리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D사의 주계약자 자격 취득은 이러한 시장에 우리 기업의 진출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작용했으며, 정부조달시장 진출은 D사가 한-미 FTA 활용법을 사전에 철저하게 분석한 끝에 얻어낸 결과물이기도 했다.
이후 D사는 한-중 FTA, 한-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FTA와 한-인도 CEPA(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에 이어 2022년 발효한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등 한국 정부가 체결한 FTA의 원산지 인증수출자를 취득했고, 이를 활용하여 수출지역 다변화를 꾀하는 등 FTA 활용 전략을 고도화하고 있다.
덕분에 D사의 FTA 협정별 수출 건수와 수출액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원산지관리의 시작 ‘협력업체 소통’
FTA에서 규정한 무역업무의 영역은 다양하지만, 결국 핵심은‘원산지’이다. 각 FTA 체결국이 설정한 양허품목의 실행관세율(또는 기본관세율, MFN)을 철폐(무관세)하거나 단계적으로 낮춰 양국 간 시장접근의 장벽을 없애 경제적인 측면에서 체결국가가 하나의 국가가 된다.
FTA 관세 혜택을 받으면 수출자는 제품을 무관세 또는 낮아진 관세율만큼 수입자에게 낮은 가격으로 수출할 수 있으며, 이를 수입한 수입자는 FTA 미체결국 기업의 제품보다 낮은 가격으로 자국 내수시장에서 판매하거나, 이를 가공해 생산원가를 낮춰 제3국에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수출할 수 있다.
이러한 관세 혜택을 누리려면 수출하려는 품목의 원산지가 FTA에서 정한 원산지결정기준을 충족해 ‘역내산’으로 판정받아야 한다.
한 기업이 완성품 제조에 필요한 모든 원재료와 부분품을 자국 내에서 생산된 것으로 만들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국제분업화된 현재는 자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원재료를 FTA 미체결국에서 수입하기도 하고, 다수의 부분품과 원재료를 여러 국내외 협력업체로부터 공급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협력업체가 공급하는 원재료와 부분품이 ‘역내산’ 판정을 받아야 완제품 또한 역내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협력업체도 원산지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하지만 국내 협력업체들 대다수는 매출 규모가 크지 않고, 인력도 부족해 원산지관리까지 관심을 가지지 못하고 있으며 그나마 사정이 나은 완제품 생산업체들이 협력업체들의 원산지관리를 지원해야 한다.
D사도 다수의 협력업체가 공급하는 원재료와 부분품으로 장갑이라는 완성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이들이 원산지관리에 적잖은 부담을 겪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이에 협력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선, FTA 사후검증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협력업체의 원산지관리 능력 향상을 위해 대구FTA통상진흥센터와 대구본부세관 등 지역 FTA 활용 유관기관과 연계해 원산지 관리교육을 연 2회 실시하고 있다.
또한, 영세 협력업체들의 원산지관리 능력 배양을 위해 지역 상공회의소와 FTA종합지원센터가 시행하고 있는‘원산지확인서 사전확인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속해서 협력업체의 원산지관리 능력 향상을 독려한 덕분에 D사는 2011년 한-EU FTA 발효 후 수출국 세관이 제기한 2차례의 FTA 사후검증에서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먼저, 2011년 헝가리 수출 건에 대해 현지 바이어의 HS코드 오기재로 원산지결정기준 관련 사후검증을 받았다. D사와 협력업체는 품목분류를 정확히 시행했음을 입증하는 각종 원산지 증빙서류를 모두 보관하고 있었고, 이 서류를 제출해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
2015년에는 영국 수출 건에 대해 현지 세관의 요청으로 대구본부세관이 간접 검증을 실시했고, 이때도 D사와 협력업체는 관련 서류를 곧바로 제출해 서류검증에서 아무런 지적을 받지 않았다.
또 이어진 임가공 현장인 편직 공장 현장 검증에서도 세관에 제출한 제조공정에 맞춰 생산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문제없이 마무리했다. 협력업체와 원활한 소통을 통해 신뢰 관계를 쌓아 문제의 소지를 함께 제거한 사례다.
D사는 모의 검증을 시행하며 현재의 대응구조를 점검하려 노력하고 있으며, 대구세관에서 실시한 한-미 FTA 모의 검증을 통해 검증 대비 절차의 미흡했던 부분을 보완해 재점검받는 등 FTA 협정별로 철저한 사후검증 대비 태세를 갖춰 나가고 있다.
[D사의 연도별 FTA별 수출 건수 및 수출액 추이] (단위 : 1000달러)
민간 이어 미국 정부조달시장 진출
철저한 원산지관리는 민간시장에 이어 앞서 언급한 미국 정부조달시장의 성공적인 진출로도 이어졌다. D사는 버지니아 시각장애인 산업공장(Virginia Industries for the Blinds)에 수출계약을 성사시키며 미국 수출을 늘려나가고 있다. 이를 통해 EU에 집중되어 있던 매출을 8% 이상(63만 달러) 미국 시장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그 외, 지역 FTA통상진흥센터나 세관 등 유관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FTA 활용 네트워크도 구축하고 있고, 이는 CEO의 의지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산업부, 중소벤처기업부, 한국무역협회, 상공회의소, KOTRA 등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유관기관이 많기에 “국내 중소기업이라면 정부와 유관기관이 제공하는 지원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한 모든 것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D사가 미국 조달청 주계약자 자격을 취득할 수 있었던 배경도 대구시와 대구상의가 시행한‘해외 전자입찰 컨설팅 지원사업’을 통했기 때문이다.
D사는 2013년부터 대구FTA활용지원협의회에 참석해서 한-미 FTA 발효에 대비한 섬유제품 관련 미국 HS해설서 발간을 건의하는 등 지역 섬유업계에 필요한 사업을 제안해 수출업체-협력업체 간 FTA 활용 정보 교환의 장으로 키워냈다.
이와 함께, D사는 저가 제품을 앞세운 해외업체의 공세와 원재료·부분품 가격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높아지면서 갈수록 심해지는 가격경쟁력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제품 개발로 대응해 나가고 있다.
일례로 중국의 저가 가격 공세로 영업 확대에 어려움이 생기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가의 소재를 활용해 고부가가치 신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독일‘A+A 산업안전 박람회’에서 신제품을 출시하였고, 제품의 품질과 함께 FTA 관세 혜택을 활용한 가격경쟁력을 적극적으로 홍보함으로써 2만3184달러의 신규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FTA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수출을 늘리며 회사 규모를 키워낸 D사는 고용 창출 면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17년 42명이었던 근로자 수는 2021년 53명으로 늘었으며, 신제품 개발 확대와 수출 증가에 맞춰 해외 마케팅 및 연구개발 인력을 지속해서 충원하고 있다.
D사는 앞으로 한국이 체결할 FTA에도 큰 기대를 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당장 성과를 보지 못하더라도 FTA 준비는‘미래를 내다보고 진행하는 투자’인 만큼 FTA 체결국 수가 늘어날수록 회사의 수출길은 무한히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무역협회 FTA활용정책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