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별’ 원산지인증서, ‘업체별’ 인증으로 간소화
H사는 해외에 약 43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대한민국의 대표 베이커리 브랜드 회사다. 2004년 중국에 매장을 열며 처음으로 해외에 진출했지만, H사가 본격적으로 해외시장에 눈을 돌린 계기는 2013년 음식점과 제과점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부터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제과점의 경우 전년 대비 2% 이내에서 출점할 수 있고 동네빵집 반경 500m 이내 지역에는 출점할 수 없게 한 ‘출점제한 조치’가 발효됐다. 성장 정체를 예견한 H사는 해당 조치가 시행되기 한 해 전인 2012년부터 동남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확대했고, 덕분에 회사는 글로벌 베이커리로 성장할 수 있었다.
H사는 현재 베트남, 싱가포르, 캄보디아 등 해외사업을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주요 수출국인 베트남 등 아세안 국가의 원산지 사후 검증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대기업 FTA 활용 키워드는 ‘효율성’
그런데 회사가 성장하고 FTA 체결국가로의 수출이 증가하면서 기존 업무 프로세스에서 처리할 수 있는 역량이 한계를 보였고, 효율성도 저하되는 현상이 불거졌다. 이에 H사는 전 부서 직원들의 FTA 활용 업무에 대해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업무분장을 재정립하고, 성장에 걸맞은 고도화한 업무 프로세스를 재구축하기 위해 한국무역협회가 진행하고 있는 ‘OK FTA 현장 컨설팅’을 신청했다.
초보 수출기업이나 중소기업과 달리, 매출과 수출에 있어 규모 있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중견 이상 기업과 대기업에 대한 FTA 컨설팅은 전문 인력이나 경험 부족과 같은 차원에서 접근해선 안 된다. 해외시장 진출 초기에 직원들의 고착화된 업무 관행을 혁신하고, 기존에 구축된 업무 프로세스도 규모에 맞게 개선하여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
새로 구축한 FTA 시스템은 회사의 일반 업무 시스템과 조화를 이뤄야 했다. 그러므로 전사적으로 추진하는 FTA 업무에 대한 직원들의 거부감을 없애고 부서 간 원활한 협력이 이뤄지도록 할 필요가 있었다.
전문 컨설턴트가 H사를 방문해 담당 직원들과 미팅을 한 결과, H사는 베트남, 캄보디아, 싱가포르 등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을 중심으로 FTA를 활용한 수출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FTA 활용 편의를 위해, 품목별 인증수출자를 취득해 필요한 수출품목, 대상 협정이 추가되면 품목별 인증수출자 인증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인증수출자 제도를 활용하고 있었다.
‘품목별 인증’ 너무 많아 관리 어려움
여기서 전문 컨설턴트는 H사의 첫 번째 문제를 발견했다. 컨설팅 신청 전 회사의 품목별 원산지인증수출자 인증 차수가 무려 14차나 되었던 것이다.
품목별 원산지인증수출자 인증은 품목·협정별로 분류돼 각 차수가 다른 만큼 갱신 기간도 각각 상이해 관리에 어려움이 많았다. FTA 활용 실무경력이 있는 관세사 2명을 채용해 전반적인 원산지관리 상태는 양호했지만, 품목·협정별로 인증수출자 인증을 취득하는 기존 업무 관행을 바꾸지 않으면 전문 인력을 추가로 고용해도 시간이 갈수록 업무의 비효율성은 누적될 것이 분명했다.
FTA 활용 목적인 관세실익을 따져라
다음으로, 전문 컨설턴트가 들여다본 것은 H사의 수출품목이 FTA 활용을 통해 얼마나 관세 실익을 거두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H사의 주요 수출품목은 케이크, 도넛, 바게트, 크루아상과 같은 베이커리 완제품과 생지(반죽), 빙과류, 로스팅 원두 등으로 아세안 국가를 중심으로 수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수출 비중이 높은 품목은 바게트(제1905.90호), 단팥 도넛 반죽(제1901.20호), 크루아상(제1905.90호), 애플파이(제1905.90호)였다.
주요 수출품목군을 파악한 뒤 전문 컨설턴트는 2021년 11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1년간 H사가 거둔 수출액(2893만2371달러) 가운데 품목별 수출액과 비중, 수출국 현황을 살펴봤다.
그 결과, 바게트(제1905.90호)가 전체의 절반인 50.6%를 차지하는 1464만4,870달러로, 주로 베트남으로 수출되었다. 단팥 도넛 반죽(제1901.20호)은 46.4%인 342만1808달러 규모로 수출되었으며, 해당 품목은 미국, 베트남, 캄보디아, 싱가포르로 수출되었다.
이어 로스팅 원두(제0901.21호)가 35만4756달러로 1.2%(수출국: 베트남), 딸기잼(제2007.99호)은 23만163달러로 0.8%(수출국: 베트남, 중국, 싱가포르), 빙과류(제2105.00호)는 14만3441달러로 0.5%(수출국: 베트남, 싱가포르, 캄보디아), 주스, 차(제2202.99호)가 1만4718달러로 0.05%(수출국: 베트남, 싱가포르)였다.
[H사 주요 수출품목의 협정별 관세 절감 실익 분석(HS CODE: 1905.90)]
경쟁력 좌우할 만큼 큰 FTA 관세실익
이에 전문 컨설턴트가 전체 수출의 97%를 차지하는 바게트와 단팥 도넛 반죽 두 품목의 HS코드를 기준으로 주요 FTA의 관세 절감 실익을 알아본 결과, 활용 중인 모든 협정에서 실익이 존재하며(관세 약 1~20% 절감 가능), 특히 최근 발효된 한-캄보디아 협정에 따른 관세 실익은 약 15% 정도로 캄보디아 시장에서의 상당한 시장경쟁력 확보가 예상되었다.
또한, 바게트와 단팥 도넛 반죽의 수출통계자료와 두 품목의 관세 절감 실익을 근거로 H사의 FTA 활용 효과를 계산해 보니, 주요 수출국인 아세안 국가에 대한 수출금액의 약 10%인 최소 280만 달러에 달하는 관세 실익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현재, H사는 아세안 국가 외에도 미국, 중국, 등 기타 FTA 체결국에도 수출하고 있으며 이들 국가에 제품을 수출할 때도 FTA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FTA활용정책실 제공
정리=김영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