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도 CEPA 덕분에 직접수출 꿈 이루다
M사는 2013년 설립 이후 자동차 부품과 화학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는 중소기업이다. 다년간 축적된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특수인쇄 분야에서 국내외 최상의 품질과 최적의 가격으로 고객 만족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특수인쇄 분야 중에서도 차량 썬바이저(SUNVISOR) 및 헤드레스트(HEADREST)에 사용되는 라벨은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개발해 고품질의 제품을 공급하면서도 제조방식 차별화로 원가절감에 앞장서고 있다.
고객 만족과 감동을 기업이념의 근간으로 삼는 국내 최고의 라벨 생산기업을 지향하며 앞선 품질과 고객대응으로 최고의 파트너가 되겠다는 목표로 정진 중이다.
직접수출의 꿈 이뤘지만 FTA 활용은 어떻게 하나
전체 임직원 수가 50명이 넘는 M사는 그동안 내수판매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해외 시장 진출에 꾸준히 도전해 왔음에도 직접수출실적은 전무했다.
그러던 중 2022년 회사 제품에 관심을 가진 인도 바이어가 구매를 결정함에 따라 처음으로 직접수출의 꿈을 이뤘다.
하지만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실무 경험이 부족해 어떻게 일을 진행해야 할지 막막했다. 이에, 업무 담당자였던 K 상무는 대표이사와 임원들에게 한국무역협회가 담당하고 있는 ‘OK FTA 현장방문 컨설팅’을 신청하자고 제안해 승인을 받았다.
무역협회에 컨설팅을 신청한 직후 전문 컨설턴트가 회사를 방문했다. K 상무로부터 회사의 현황과 수출에 관련된 내용을 들은 컨설턴트는 우선 M사 직원들에게 수출 업무 전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이어 인도로의 수출 업무에는 한-인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을 활용하면 이익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CEPA는 시장 개방보다는 경제협력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상품 및 서비스 교역, 투자 등 실제 내용은 FTA와 큰 차이가 없다.
먼저, 한-인도 CEPA를 활용하려면 M사가 생산하는 제품의 원산지가 한국산 또는 역내산임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한-인도 CEPA 원산지증명서를 바이어에게 발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원산지인증수출자 자격을 획득하여 원산지 업무를 총괄할 원산지관리 담당자를 지명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임원이 직접 원산지관리 담당자 맡아
K 상무가 원산지관리 담당자로 지정됨에 따라 국제원산지정보원에서 시행하는 국가공인 민간자격인 원산지관리사 시험을 보고 자격을 취득한 후, 생산 품목의 원산지 충족 여부 확인·관리, 원산지증명서 발급 등을 담당하기로 했다.
인력이 부족하고 입사·퇴사가 빈번한 중소기업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재직기간이 길고 다양한 부서와 부품·소재를 공급하는 협력업체와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해 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임원이 원산지관리를 맡는 것이 업무의 영속성을 위해서도 바람직했기 때문이었다.
담당 컨설턴트가 M사의 인도 수출 품목에 대한 HS코드를 찾아보니 ‘제3919.90호(플라스틱으로 만든 접착성 판·시트(sheet)·필름·박(箔)·테이프·스트립과 그 밖의 평면 모양인 것 중 기타품목)’였고, 해당 HS코드 품목에 대한 인도의 기본관세율(MFN)은 15%였다.
한-인도 CEPA의 양허유형은 ‘E-8’인데, E-8은 한-인도 CEPA의 발효일을 시작으로 5단계에 걸쳐 매년 균등하게 철폐되어 이행 7년 차인 1월 1일부터 그 상품에 대하여 무관세가 적용된다. 한-인도 CEPA는 2010년에 발효되었으므로 현재는 무관세가 적용된다.
바이어가 제품을 통관할 때 15%의 수입관세를 내지 않는다는 것은 M사의 제품을 그만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M사가 ‘한국산’임을 한-인도 CEPA 원산지증명서로 입증할 경우 앞으로도 수출규모의 확대 및 장기 거래 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되었다.
한-인도 CEPA 하에서 제3919.90호가 원산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른 소호에 해당하는 재료로부터 생산된 것’과 ‘35% 이상의 역내 부가가치가 발생한 것’이라는 (CTSH+RVC 35%)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했다.
원산지결정기준의 두 가지 조건을 자세히 살펴보자면, 첫 번째는 ‘세번변경기준(CTC. Change in Tariff Classification)’이다. 해당 물품이 2개국 이상에 걸쳐 생산된 경우로서, 해당 물품의 품목번호와 해당 물품의 생산에 사용된 비원산지 재료의 품목번호가 일정 단위 이상이 다른 때에는 해당 물품을 최종적으로 생산한 국가를 원산지로 인정하는 기준을 말한다.
HS 품목분류체계는 통상 가공도에 따라 번호를 부여하므로 번호가 바뀌면 상품의 본질적 특성이 변한다. 이런 원리를 이용해 투입된 비원산지 재료들의 세번과 완성품 세번의 2단위(CC, Change of Chapter), 4단위(CTH, Change of Tariff Heading), 6단위(CTSH, Change of Tariff Subheading) 등이 다른 경우 원산지를 인정하는 기준이다.
두 번째는 ‘부가가치기준(RVC, Regional Value Content)’으로, 완제품의 가치 중 역내국에서 창출된 부가가치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그 국가를 원산지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때 부가가치 산출 계산 방법이 몇 가지 있는데, 한-인도 CEPA는 ‘공제법(BD, Build-down Method)’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제법은 상품가격에서 비원산지재료의 가격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역내 부가가치로 보는 방식이다. 원산지재료비 비율이 낮고 가공비 비율이 높은 경우에 적용하면 유리하다.
품목별 원산지인증수출자 인증 취득
담당 컨설턴트는 K 상무와 함께 협력업체 또는 거래처로부터 공급받은 원재료의 원산지와 HS코드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였고, 그 결과 M사의 완제품이 한-인도 CEPA의 원산지요건을 충족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인도 바이어에게 한-인도 CEPA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할 수 있게 되어 수출이 가능해진 것이다.
참고로, 한-인도 CEPA의 원산지증명방식은 기관발급으로 한국에서는 세관과 대한상공회의소, 인도는 수출검사위원회, 섬유위원회, 수산물수출진흥원에서 발급받는다. 증명서식은 통일서식이며, 유효기간은 1년, 사용언어는 영어다.
한발 더 나아가 담당 컨설턴트는 M사에게 앞으로도 FTA 수출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원산지인증수출자를 취득하라고 제안했다. 원산지인증수출자를 취득하면 원산지증명서 발급절차 또는 첨부 서류 제출 간소화 혜택을 누릴 수 있기에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라면 반드시 취득하는 것이 좋다.
이에 M사는 한-인도 CEPA 품목별 원산지인증수출자를 취득하고 한-인도 CEPA를 비롯한 FTA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업무 프로세스도 구축했다.
자력으로 한-인도 CEPA에 대응
이렇게 해서 M사는 자력으로 한-인도 CEPA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인도 바이어에게 한-인도 원산지증명서를 처음 발급한 후 바람대로 해당 바이어와 지속적인 거래가 이뤄졌다.
2022년 8월부터 12월까지 총 9건의 수출에 대한 한-인도 CEPA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했고, 금액은 한화로 환산해 1억 원에 육박했다. 내수에만 전념했던 회사가 직접수출을 진행한 첫해에 올린 수출 건수와 규모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준이다.
M사는 뛰어난 제품 품질과 더불어 15%의 관세 혜택을 통해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시하면서, 현재 거래하고 있는 바이어를 통해 인도 현지는 물론 다른 국가 바이어에게도 입소문이 퍼지며 2023년부터 ‘수출기업’으로 위상을 높이고 있다.
아울러 M사는 OK FTA 컨설팅으로 인연을 맺은 한국무역협회의 교육에도 지속해서 참가해 대한민국이 FTA를 체결한 다른 국가에도 수출 마케팅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국무역협회 FTA활용정책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