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례 반려된 원산지증명서, 2주 만에 해결하다
경기도 남양주 소재 가업승계 기업인 A사는 1994년부터 30년가량 일본에 아크릴 파이프를 수출했다. 이 회사는 일본의 아크릴 파이프 독점적 유통 사업자와 손을 잡은 덕분에 장기간 꾸준히 수출할 수 있었다.
A사는 캐스팅 및 압출 아크릴, 폴리카보네이트 파이프, 이형압출 등을 생산한다. 이미 1990년대부터 일본 기업과 기술제휴를 통해 최고 품질의 아크릴 파이프를 만들었고 일본의 엄격한 품질 규격도 통과했다. 일본 진출에 만족하지 않고 지속적인 투자로 다양한 규격과 색상의 상품을 개발해 수출 중이다.
RCEP 발효 후 빅바이어의 첫 요구
A사는 약 30년간 일본에 안정적으로 아크릴 파이프를 공급했다. 그러던 중 2022년 어느 날 바이어가 새로운 요구를 해왔다.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발효에 맞춰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해 달라는 것이었다.
RCEP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하나의 자유무역지대로 통합하는 ‘아세안+6’ FTA다. 동남아시아 국가 연합(ASEAN) 10개국과 한국·중국·일본 3개국, 호주·뉴질랜드 2개국 등 15개국이 참여한 협정이다. 2020년 11월 최종 타결됐고 우리나라에서는 2022년 2월 발효됐다. 일본 바이어는 RCEP 발효 직후에 바로 제도의 활용을 요구한 것이다.
직접 발급하려다 다섯 차례나 반려
장기간 일본에 수출해 온 A사는 바이어의 요구에 당황했다. 그동안 한 번도 이런 요청이 없었기 때문이다. 제도가 막 시행돼서 그런지, 관세사에게 문의하니 ‘절차가 복잡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A사의 장○○ 대표는 난감했다. 일단 인터넷을 검색했고 다행히 RCEP 시행에 따른 원산지증명서 발급 방법이 나와 있었다. 장 대표는 하나씩 따라했지만 발급이 쉽지 않았다. 바쁜 시간을 쪼개 절차를 밟았는데, 1주일 동안 무려 5번이나 원산지증명서 발급이 거절된 것. 장 대표는 “중소기업에서 새로운 일을 직원들에게 무작정 시킬 수는 없다. 일단 제가 충분히 이해한 후 직원들에게 공유하려고 했는데, 저 자신이 이해를 못 했다”고 토로했다.
장 대표는 이전에 몇 차례 간접수출 과정에서 원산지 증명서류를 작성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막상 해보니 전혀 딴판이었던 것. 장 대표는 “협력사가 요청한 서류는 작성하라는 것만 적으면 됐지만, 제가 직접 작성하려고 하니 막히는 부분이 많았다”며 “심지어 통화를 원화, 달러, 엔화 가운데 무엇을 입력해야 하는지 분간이 안 됐다”고 말했다.
어려움을 겪던 장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경기 FTA 통상진흥센터의 ‘기업방문 컨설팅’ 사업에 대해 소개받고, 신청했다.
방문 컨설팅으로 큰 틀 잡혀
컨설팅은 대면으로 총 3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장 대표는 “초반에 두 번의 방문 컨설팅을 통해 원산지증명서 발급에 대해 상당 부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발급 거절을 당한 것이 오히려 학습 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컨설팅은 체계적으로 진행됐다. 우선 수출물품을 확인했다. 아크릴을 기본재료로 하여 파이프 형상으로 제조한 물품이었다. HS 코드를 찾기 위해 재질·용도 등 물품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확인했다.
컨설턴트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HS 코드를 확인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오류를 하나 발견했다. 그동안 수출물품의 HS 코드를 잘못 기재해 온 것이다. 관행적으로 연질 플라스틱으로 분류했는데 해당 수출물품은 ‘경질’ 플라스틱이었다. 자칫 HS 코드 오류로 인해 FTA 혜택을 보는 데 어려움을 겪을 뻔한 상황이었다. 일본 수입업체는 경질 플라스틱으로 분류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A사의 장 대표는 “컨설턴트가 유사한 경험이 많았던 것 같다”며 “HS 코드를 유심히 확인하더니 바로 오류를 찾아냈다. 컨설팅이 없었으면 한참 동안 문제를 찾지 못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라며 안도했다. 컨설턴트는 A사에 이런 상황을 안내했고, A사는 수출신고필증상 HS 코드를 바로 정정했다.
관세율 3.9%에서 2.8%로 인하
컨설턴트는 바로 새로운 HS 코드를 기준으로 RCEP 제도 적용에 따른 실익을 조사했다. 이 결과 일본업체는 수입 시 기존 관세 3.9%에서 2.8%로 1.1%p의 인하 혜택을 보는 것으로 파악됐다. 컨설턴트는 이를 A 사에 전달하고 원산지증명서 발급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후 절차는 어렵지 않았다. A사는 이미 30년 동안 일본 바이어에 상품을 공급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A사는 직접제조시설을 보유하고 있고, 해당 시설에서 물품을 만들어 바로 수출했다. 제조 공정 및 투입 원재료에 대한 정보 확인이 바로 진행됐다. 처리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A사의 장 대표는 “방문 컨설팅 후에는 이메일과 전화 통화를 진행했고,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A사는 바이어의 요청에 따라 ‘긴급 요청’을 했고, 덕분에 RCEP 원산지증명서 발급에는 총 2주가 소요됐다. 장 대표는 “컨설턴트가 발 빠르게 대처를 한 덕분”이라고 감사했다.
‘원산지증명서 발급’ 어렵지 않아요
A사는 현재 “원산지증명서 발급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일부 오류들이 있었지만 모두 ‘사소한 실수’였다.
A사는 몇 건 오류 사례를 소개했다. 먼저 과거 원산지증명서를 발급받을 때 사용했던 서류를 그대로 사용한 경우다. 서류 사용기한이 지나서, 발급에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또 하나 사례는 상품의 중량 기재 오류였다. 역시 이전 수출 건과 동일하게 중량을 적었다가 오류로 확인됐다.
A사는 RCEP 제도를 적극 활용했다. 1.1%p의 관세 실익을 톡톡히 봤다. 회사는 컨설팅 이후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하면서 수출 액수가 전년도인 2022년과 비교해 무려 90%가량 늘었다. FTA를 통한 수입 가격 인하로 일본 바이어가 단가를 낮췄고 덕분에 수요처가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A사의 장 대표는 “RCEP 덕분에 자연스럽게 수출가격 인하 효과가 발생해, 일본에서 오더를 추가로 받았다”며 “FTA가 확실히 수출에 긍정적 효과를 발휘했다”고 밝혔다.
[A사 수출품목 및 FTA 실익]
일본 이외 시장 진출 타진
A사는 FTA 제도 효과를 체감하며 일본 일변도의 수출에서 탈피해, 다른 지역으로 수출 지역을 확대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장 대표는 “바이어의 관세 혜택을 통한 만족도가 매우 높다”며 “FTA 제도를 잘 활용한다면 일본 이외의 시장에서도 바이어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컨설팅을 맡은 컨설턴트는 “A사가 FTA를 통해 수출 경쟁력이 향상돼, 일본 시장점유율을 높였다”며 “추후 다른 나라로 수출이 진행되더라도 이번 FTA 활용 경험을 통해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객사 다변화를 통한 해외 판로가 지속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A사 장 대표는 수출 초보 기업일수록 FTA 컨설팅 제도를 적극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장 대표는 “수출 경험 유무를 떠나 중소기업이 스스로 원산지증명서를 발급받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경험이 없는 사람이 한다면 상당히 복잡하게 느낄 것”이라며 “특히 전문가의 FTA 컨설팅을 받는 과정에서 그동안 깨닫지 못했던 정보를 얻거나 잘못된 부분도 고치는 계기가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무역협회 FTA활용정책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