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충남 태안에 설립된 해산물업체 E사. 해삼 양식을 했던 아버지 영향으로 10년 넘게 서울에서 사회생활을 하던 A대표가 고향으로 돌아와 창업했다.
회사 설립 때부터 중국 시장 개척을 목표로 잡았다. 꾸준한 시장 개척 노력으로 2010년 제1공장을 세우고 2016년에는 제2공장을 세울 정도로 성장했다.
수출물품이자 핵심 생산품은 염장해삼과 건해삼이다. 생물 해삼을 자숙 후 염장한 상품이 염장해삼이다. 염장해삼을 건조 기술로 추가 공정해서 탄생한 것이 건해삼이다.
국산 염장해삼은 중국을 비롯한 중화권에서 인기가 높다. 해삼을 염장하는 작업에 손이 많이 간다. E사는 오랜 가공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뢰도 높은 상품을 생산해 시장에서 호평 받고 있다.
2016년 제2공장 설립과 동시에 수출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한국산을 강조한 ‘건해삼 브랜드화’ 작업도 진행했다.
E사는 중국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세계에서 생산되는 해삼의 90%가량이 중국에서 소비되기 때문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E사에는 큰 기회였다. E사 A대표는 수시로 중국을 드나들며 우수한 품질의 해삼 식품을 중국에 알려왔다.
그 과정에서 ‘찾아가는 FTA 서비스’를 알게 됐다. 2018년 충청남도 주관 ‘해외 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에 참석한 E사는 FTA 컨설팅 사업에 관해 소개받고, 이듬해에 중국 수출이 가시화되면서 컨설팅을 요청했다.
담당 컨설턴트는 “그렇게 E사와의 오랜 동행이 시작됐다”고 E사와의 각별한 인연을 강조했다.
바이어가 알려준 잘못된 HS 코드
중국 바이어는 E사에게 HS 코드 ‘제0308.10호’ 기준으로 원산지증명서 발급을 요청했다. E사는 중국 바이어의 제안에 따라 수출물품의 HS 코드를 제0308.10호로 알고 있었다.
실제로 수출물품인 ‘염장한 해삼’ ‘건조한 해삼’은 제0308호가 맞다. 하지만 컨설팅을 통해 확인한 결과는 달랐다. 컨설턴트에 따르면 호의 용어에 따로 다르게 명시된 부분이 있었던 것.
HS 코드는 법적인 목적상의 품목 분류로 ‘제6404호 신발류’와 같이 각호의 용어 및 관련 부(1부~21부) 또는 류(1류~97류)로 주로 분류한다. 예를 들어 제4류에는 낙농품 등 동물성 생산품이 분류되고, 우유·치즈는 대표적인 제4류 상품이다.
하지만 호의 용어 및 주의 규정에 따라 우유에서 생산된 단백질의 일종인 알부민은 제4류가 아닌 제35류로 분류한다.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던 HS 코드는 이후 컨설턴트를 통해 바로 잡혔다.
해당 수출물품은 가공 공정 중 해삼을 물에 삶는(자숙) 공정을 거친다. 이 때문에 제0308호의 ‘호의 해설’에 나와 있는 제외 대상에 포함된다.
바이어도 호의 해설을 확인하지 못했던 것이다. 따라서 수출물품의 정확한 HS 코드는 제0308호가 아닌 소호 제1605.61호로 분류해야 했다.
꼼꼼히 조문을 확인하던 컨설턴트는 이를 확인하자, 바로 E사에게 안내했다. E사도 이 사실을 바이어에게 알렸다.
제0308호의 해설을 보면 ‘이 호에서 규정하고 있지 않는 가공 방법에 따라 조제하거나 보존 처리한 수생무척추동물은 제외한다’며, 그 사례로 ‘물에 삶거나 식초로 보존 처리한 수생무척추동물(제1605호)’을 언급했다. E사의 수출물품이 정확히 이에 해당했다.
[염장·건해삼(HS 코드 제1605.61호) 협정 비교]
상품 특성상 입증 서류 준비 고충 커
한-중 FTA에서 HS 코드 제1605.61호의 원산지결정기준은 역내가치함유비율(RVC·Regional Value Contents) 45%이다.
원재료는 소금과 생물 해삼 두 가지이다. 생물 해삼은 원재료의 가격 비중의 99%를 차지해 역내산이어야 했다.
해삼은 당연히 우리나라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채집됐다. 하지만 한국산 입증을 위해서는 어떤 서류로 구비해야 할지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었다. ‘관세청장이 인정하는 원산지(포괄)확인서 고시’ 기준의 수산물 품목에도 해삼은 포함되지 않았다.
컨설턴트는 고민했다. 대안을 찾아야 했다.
컨설턴트는 “우선 원산지(포괄)확인서와 함께 국내 채집입증을 위해 어촌계의 해녀 계약서와 해녀의 나잠어업증을 확보했다. 그리고 어촌계와 매입자의 거래관계 확인을 위해 계약서와 세금계산서를 수취했다”며 “다행히 이들 서류로 한국산 인정을 받았고, E사는 처음으로 한-중 FTA 원산지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고 힘든 과정을 전했다.
E사는 앞으로 수출 거래가 지속해서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입증 서류 제출의 간소화를 위해 한-중 FTA 기준의 ‘품목별 인증수출자’ 취득도 진행했다.
바이어 요구에 원자재 공급망 변경
수출물품의 원산지결정기준은 RVC 45%이다. 한-중 FTA 원산지증명서 상에 기준을 품목별 원산지결정기준(PSR)으로 표기하면 됐다.
하지만, 많은 중국 바이어들은 WP로 기재해 달라고 요구했다.
WP는 상품이 원산지 재료로만 전적으로 당사국에서 생산되면 원산지를 인정한다는 기준이다.
완제품이 한국 또는 중국에서 완전하게 생산된 것은 아니지만 최종 생산 단계에서 사용된 재료가 모두 ‘원산지 재료’일 때, 원산지증명서에 WP(Wholly Produced)로 기재된다. WO(Wholly Obtained)와는 비교된다.
WO는 상품이 당사국에서 획득되거나 생산되는 경우를 말한다. 즉, 당사국에서 수확해 제조·가공을 통해 완성되는 모든 것을 충족한 경우로, 보통 1차 상품에 적용된다.
컨설턴트는 WP 충족을 위한 해법을 찾았다. 결국 ‘중국산 소금 매입처로부터 한-중 FTA 원산지증명서를 받거나, 국내산 소금을 사용하면 원산지증명서 상에 WP로 기재해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E사는 컨설턴트 제안에 따라 빠르게 움직였다. 앞으로의 수출 거래 확대를 고려하면 실효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가공비용이 증가하더라도 국내산 천일염만을 사용하도록 원자재 공급망을 변경했고, 이에 맞춰 원산지(포괄)확인서 및 입증 서류들을 갖췄다. 모든 재료를 국산화한 E사는 바이어의 요구대로 원산지증명서를 WP로 발행할 수 있었다.
1, 중국 당국의 갑작스러운 검증 조사
FTA 혜택을 받으며 중국에 수출하던 E사는 2023년 6월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중국 관세 당국으로부터 2022년 11월에 수출된 원산지증명서 발급 건에 대해 원산지 검증 요청이 들어온 것이다.
E사 A대표는 서울세관 FTA검증과로부터 원산지 서면 조사 통지서를 받았고, 즉시 ‘찾아가는 FTA 서비스’를 시행한 컨설턴트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컨설턴트는 “추측해 보면 당시 중국 다롄 지역에 첫 수출인 데다가 바이어가 원산지결정기준을 WP로 기재해 달라는 요청에 따라 E사가 수용한 것이 화근이 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급하게 세관 검증에 대한 지원을 요청받은 컨설턴트는 업체의 조사 대리인 자격으로 검증을 위한 서류를 업체 담당자와 함께 작성해 제출했다. 소명한 중요 사항은 모든 원재료가 국내산이므로 WP로 원산지 기준을 기재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골자였다.
여기에는 WP 기준 충족을 위해 소금을 국내산으로 바꾼 것이 큰 도움이 됐다. 2달 후 세관으로부터 ‘원산지 검증 결과 이상 없음’이라는 결과 통지서를 받을 수 있었다.
2. RCEP 활용한 리스크 최소화
컨설턴트는 이후에도 E사에 대한 지원을 이어갔다.
컨설턴트는 “E사와 소통하는 과정에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을 활용한다면 한-중 FTA와 동일한 관세 혜택을 받으면서도 원산지결정기준을 완화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바로 E사에 안내해 RCEP 품목별 인증수출자 취득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RCEP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하나의 자유무역지대로 통합하는 ‘메가(MEGA) FTA’이다.
컨설턴트에 따르면 한-중 FTA의 원산지결정기준은 RVC 45%이나, RCEP의 원산지결정기준은 CC(2단위 세번변경기준)로 원재료의 원산지가 역내산이 아니어도 원산지결정기준을 충족할 수 있었다.
기존에 생물 해삼과 소금이 국내산임을 입증하기 위해 여러 매입처로부터 원산지(포괄)확인서와 기타 입증서류를 확보해야 하던 고충을 덜 수 있다.
게다가, RCEP은 인증수출자의 경우 원산지증명서를 자율 발급할 수 있어 기존의 기관 발급에 따른 행정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었다. 원본을 현지로 보내는 물류비용 또한 아낄 수 있었다.
컨설턴트는 “다만 중국 현지에서 여전히 RCEP이 아닌 한-중 FTA 원산지증명서만을 고집하는 사례가 많다”며 “우리 수출 기업 지원을 위해 중국에서의 RCEP 협정에 대한 홍보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3. 간이정액환급 지원
HS 코드 제1605.61-9000호는 간이정액 환급액 10원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다. 수출신고필증의 세관 기재란에 환급 대상 물품 안내가 기재되어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수출담당자들은 이러한 제도가 존재하는지 알지 못한다. E사도 제조생산을 하고 있으며 중소기업법상의 중소기업에 해당하며 간이정액환급 대상이다.
컨설턴트는 간이정액환급 신청 서류의 작성을 도와 신청했다. 그 결과, E사는 2021년 1월1일 수출 분부터 2023년 말까지의 수출 분에 대해 간이정액환급 신청을 진행했고, 약 400만 원에 달하는 환급금을 받을 수 있었다.
[E사 해삼 수출액 변화]
4. 인증수출자 후 ‘100만불 수출탑’ 수상
E사의 이러한 FTA 활용 전략은 수출 확대로 나타났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수출이 중단된 2020년을 제외하고 2018년까지만 해도 수출실적이 없었던 E사는 2019년 14만 5,000달러어치 수출했고, 2021년에는 수출 액수가 143만 달러로 급증했다.
2022년에도 79만 5,000달러로 다소 주춤했지만 2023년 ‘1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한국무역협회 FTA 활용정책실 제공
Company E’s export products fell into this exact categ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