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가 시장 개방에 적극 나서면서 특별경제구역(SEZ)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맞춤한 해외 투자처를 물색 중인 우리 기업에게 도움이 될 만한 캄보디아의 SEZ를 소개한다.
◆SEZ 개요와 범위 = 캄보디아 정부가 경제진흥구역 등의 도입을 검토한 것은 196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SEZ 계획은 2005년 말에 들어와서야 처음 도입됐다. 캄보디아 정부는 2005년 SEZ 제도를 전담할 특별경제구역청을 설치하고 관련 법률 초안을 제정하는 등 제도적 장치 마련에 주력해왔다.
SEZ는 경제 발전을 위해 지정된 특별구역으로, 산업 및 관련 활동을 할 수 있으며 일반산업지대, 수출가공지대 등을 포함한다. 각 SEZ는 생산구역을 갖추고 있으며 이는 다시 자유무역 구역, 서비스 구역, 주거 및 관광 구역으로 구분된다.
SEZ는 위치와 지리적 경계가 확실한 50헥타르 이상의 부지에 수출가공지대, 자유무역지대, 투자자별 소유지 등의 구역별 경계가 확실해야 하며 관리사무소 및 행정사무소, 상하수도, 하수처리시설, 고형 폐기물 저장 및 관리시설, 환경보호설비와 기타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
◆SEZ 신청과 허가 = SEZ는 국가, 기업, 정부 및 민간 합작에 의해 설립될 수 있으며 특별경제구역청에 투자허가 신청서를 제출하고 적격 프로젝트를 신청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러면 특별경제구역청은 영업일 기준 28일 안에 허가여부를 사업자에게 통보하고 조건부 투자등록증명서를 발급한다.
SEZ 개발자는 투자등록증명서 발급 후 영업일 기준 180일 안에 타당성 조사, 인프라 마스터플랜 수립 등을 실시한 뒤 관련 서류를 제출한다. 특별경제구역청은 사업자 서류 제출 후 100영업일 안에 유관기관으로부터 인허가를 취득하고 최종 투자등록증명서를 발급하는 것으로 SEZ 설립을 공포할 수 있다.
참고로 최종 투자등록증명서 발급 후 1년 안에 투자자본 중 최소 30%가 투자되지 않으면 인허가가 철회될 수 있다.
◆투자 인센티브와 혜택 = SEZ는 보통 도로와 전기, 수도설비 등이 잘 구축돼 있기 때문에 전자, 기계, 기타 가공산업에 적합하며 SEZ 부지에 입주할 경우 원스톱 서비스를 통해 생산 후 수출·통관 절차를 일괄 처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토지가격이나 임대료가 외부의 개인 부지에 비해 비싸고 별도의 관리비를 지불해야 한다.
일반 공장부지의 경우 전기‧수도 등의 시설이 열악하고 우기에 침수의 우려가 있으며 토지 소유권 관련 분쟁이 발생할 여지가 있으므로 부지 선정 시 철저한 사전 검증 및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
◆SEZ 투자현황 = 작년 9월 기준 캄보디아 정부의 승인을 받은 SEZ 프로젝트는 총 34개다. 이 중 입주 기업 수가 가장 많은 SEZ는 중국 주도의 ‘시아누크빌 SEZ 2’로, 항구에 인접해 수출입이 용이하다는 지리적 장점을 갖추고 있다. 중국 기업의 투자가 잇달으면서 작년 말까지 100개 기업이 입주했다.
두 번째는 일본 주도의 ‘프놈펜 SEZ’로 2016년 말 83개 기업이 입주했으며 구역 관리기업인 프놈펜SEZ Plc.(PPSP)는 그해 5월 캄보디아 증권거래소(CSX)에 4번째로 상장했다. 프놈펜 SEZ의 대표 입주 기업인 캄보디아비버리지컴퍼니는 코카콜라 생산 확대를 위해 최근 1억 달러 규모의 새 공장을 오픈했고 전자부품을 제조하는 일본기업 미네비어도 누적 투자액 1억 달러를 거쳐 오는 2019년까지 투자액을 4억 달러로 늘릴 예정이다.
◆한-캄 합작 SEZ = 캄보디아 상무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SEZ 투자순위에서 일본이 3억 달러로 1위를 기록했고 중국, 타이완, 싱가포르, 한국, 태국 등이 뒤를 이었다. 캄보디아개발위원회(CDC)에 따르면 현재 캄보디아 내 일본 기업 수는 약 87개이며 이 중 6개는 의류 및 신발, 70개는 전자제품 제조와 관련이 있다. 대부분의 일본 기업들은 프놈펜과 스와이리엥, 포이펫 소재의 SEZ에 자리 잡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캄보디아 SEZ에서 창출된 일자리는 약 6만8000개였다. 이에 따라 캄보디아 정부는 다양한 혜택을 강조하면서 해외 투자자들이 SEZ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2011년 태국 홍수 이후 일본 기업들의 ‘타이+1’(태국에 진출한 제조업체들이 노동집약형 생산공정 일부를 인건비가 저렴한 인근 국가로 이전하는 전략)에 따라 캄보디아 포이펫 SEZ에도 일본 기업의 투자가 유입되고 있다. 중국에 기반을 둔 제조업체들 또한 중국의 인건비가 지속적으로 상승함에 따라 ‘차이나+1’의 대상으로 캄보디아를 눈여겨보고 있다.
캄보디아는 주변국으로부터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이 가능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 및 각종 인센티브, 용이한 원부자재 수급 및 완제품 수출 여건에 더해 동남아 공급 네트워크를 확대시킬 수 있는 국경지대를 폭넓게 갖고 있는 것이 최대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코라오그룹은 약 1억 달러를 투자해 베트남 국경 인근에 위치한 캄보디아 바벳 지역에 112헥타르 규모의 SEZ를 개발하고 자동차 및 오토바이 조립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코라오그룹은 “2년간의 시장조사 끝에 캄보디아 투자 확대를 결정했으며 캄보디아 정부의 산업개발 정책과 적극적인 해외투자유치 정책, 안정적 사회 및 노동시장 등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한국-캄보디아 합작회사가 깜뽕츠낭 주에 100헥타르 규모의 SEZ를 설립하고 입주 기업들에게 태양열을 활용한 저렴한 전기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케리월드브릿지로직스틱스 SEZ도 독일계 컨설팅 업체와 손잡고 껀달 주에 63헥타르 규모의 산업·기술 클러스터를 설립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SEZ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지속되고 있다.
◆개선되는 제조업 입지 = 캄보디아 정부의 적극적인 유인책과 해외 투자자들의 연이은 투자 확대 결정은 캄보디아가 매력적인 투자처임을 반증한다. 하지만 높은 에너지 및 물류비용, 열악한 도로 사정, 숙련된 노동력 부족은 해외 투자자들에게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비싼 전기요금이나 기술인력 수급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캄보디아 제조업이 베트남, 태국 등 인근 국가들과 같은 경쟁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견해다.
최근 캄보디아 내 해외 투자가 의류 및 신발 생산 중심에서 전자제품 등 부가가치가 높은 제조업으로 다변화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전자제품을 비롯한 전자회로기판, 스마트폰 부품 등에 대한 투자 확대는 캄보디아 인력시장과 투자환경에 연쇄반응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단순 노동집약 제조업에서 숙련 노동력이 필요한 제조업 중심으로의 변화를 위해 기술 훈련 및 인력 개발에 더 많은 투자가 진행되면 캄보디아 인력시장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와 투자심리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캄보디아 정부는 빠른 시일 안에 전기요금을 인근 국가 수준으로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2016년 캄보디아는 전체 전기 소비량의 28%를 수입했고 올해는 이 수치가 25%로 감소한 뒤 2018년이나 2019년에는 자체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숙련된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캄보디아 정부와 투자 기업들의 노력도 계속되고 철도 및 도로 개선을 위한 프로젝트도 다수 진행되고 있어 캄보디아 제조업의 입지는 꾸준히 개선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주간무역 wtrade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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