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한적한 바닷가 마을 까엡(Kep)

kimswed 2018.10.02 09:40 조회 수 : 5443

 

 

주말이나 휴일이 되면 많은 도시인들이 프놈펜에서의 일상을 잠시 접어두고 휴양지를 찾아 떠난다. 여러 휴양지들 중에서도 단연 으뜸으로 꼽히는 곳은 해변일 것이다. 캄보디아에서 바다하면 떠오르는 곳은 단연 시하누크빌이지만 최근 많은 중국인의 유입과 잦은 공사로 예전 같지 않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혼잡한 중국 관광객을 피해서 시하누크빌을 대체할 휴양지로 조용한 ‘게’의 도시 까엡(Kep)이 떠오르고 있다.

까엡은 프놈펜에서 가장 가까운 해변이다. 보통 외국사람들에게 ‘캡’으로 잘 알려졌지만 캄보디아어로 정확한 발음은 ‘까엡’이다. 프놈펜의 남서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3번 도로를 타고 깜폿을 통해 가거나 2번 도로를 타고 따께오(Takeo)를 통해 갈 수 있다. 까엡은 외국인과 현지인 모두에게 인기 있는 휴양지로 꼽힌다. 바닷가 옆에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기 좋은 보도가 길게 늘어져 있으며 바다위에 거대한 꽃게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까엡에 있는 산 자체도 아름답지만 산에서 바라보는 잔잔한 해변 전망도 매우 멋지다. 또 하얀 모래로 덮인 까엡 해안은 2010년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으로 등록되기도 했다.

풀내음 물씬나는 베란다 리조트(Veranda Natural Resort)
이런 까엡을 더 가고 싶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는 자연을 그대로 옮겨다놓은 듯 나무와 숲으로 둘러싸인 ‘베란다 리조트(Veranda Natural Resort)’ 때문일 것이다.

2002년에 문을 연 베란다 리조트는 까엡 지역이 유명하지 않은 2000년대 중반부터 여행고수들 사이에선 이미 입소문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베란다 리조트에는 돌을 쌓아 만든 벽과 나무로 만든 가구들, 캄보디아 전통양식과 현대의 건축양식을 조합하여 다양한 컨셉의 15개의 방이 준비되어 있다. 베란다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방마다 넓은 베란다가 딸려있는 것이 이 리조트의 특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조용하고 분리된 공간에서 자연을 만끽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베란다 리조트는 바다와 떨어진 제법 높은 지대에 위치하기 때문에 해수욕을 즐길 수는 없지만 리조트 내에 식당과 수영장이 높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특히 수영장이 두 곳이라 여유롭게 수영을 즐길 수 있다. 리조트 식당 뒤편에 위치한 가든 스위밍 풀(GARDEN SWIMMING POOL)은 깊지 않아 아이들이 놀기에 좋다. 리셉션 뒤편에 위치한 인피니티 풀(INFINITY SWIMMING POOL)은 수심 2m정도의 깊은 높이여서 성인이 수영을 하기에 좋은 곳이다. 넓은 수영장, 산과 바다가 한 컷에 담을 수 있어 ‘인생샷’을 찍기에 그만이다. 특히 인피니티 풀은 일몰 포인트로도 유명하다. 수영장에서 바다 너머로 지는 해를 보고 있자면 도시의 피곤함은 어느덧 눈 녹듯 사라질 것이다. 가든 스위밍풀은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이용 할 수 있고 인피니티 풀은 아침 8시부터 무려 새벽 1시까지 수영장을 이용 할 수 있다. 또한 함께 운영하고 있는 바(Bar)는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해피아워로 운영되고 있어 생맥주나, 칵테일을 저렴한 가격에 마실 수 있다.

인생은 까엡에서 게를 먹기 전과 후로 나뉜다.
게의 고장 까엡에 왔으니 신선한 게와 새우, 오징어 등 해산물요리를 즐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바닷가 근처에 위치한 프싸 끄담(꽃게 시장)에서 신선한 해산물을 구입해 해변을 따라 있는 오두막에서 먹을 수 있다. 별다른 양념 없이도 바로 찐 통통하게 살 오른 게를 한입 먹고 나면 그 달달한 맛에 왜 까엡이 ‘게의 고장’인지 바로 알 수 있다. 배부르게 먹은 뒤 오두막에 걸린 해먹에 누워 시원한 바닷바람을 느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

 

배탈이 날까 걱정된다면 시장을 지나쳐 걷다보면 나오는 현지 음식점에서 식사를 할 수도 있다. 시장에서 사먹는 것 보다 가격은 좀 더 있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까엡은 후추의 고장 깜폿과 가까워 후추와 함께 볶는 요리가 일품이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검은 후추가 아닌 생후추로 볶은 양념이 매콤해 입맛을 돋군다. 남은 양념에 볶음밥을 시켜 비벼먹으면 또 하나의 근사한 요리가 탄생한다.(빈 그릇을 보며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한다며 다짐을 한다..) 꽃게 후추 볶음 요리는 ‘끄담 차 머렛’이라고 한다.

식재료가 워낙 신선하기 때문에 어느 식당에 들어가도 맛있게 먹을 수 있지만 그래도 믿고 갈만한 곳을 고른다면 까엡 지역 트립어드바이저 1위에 빛나는 ‘Holy Crab’을 추천한다. 한 관광객은 까엡에 있는 3일 내내 Holy Crab에서만 만찬을 즐겼다고 한다.

여유 있는 일정이라면 토끼섬(꺼 똔싸이)에서 해수욕을 즐겨보자. 까엡에서 남서쪽으로 약 4.5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토끼섬은 까엡 해안에서 보트로 약 20분이면 갈 수 있다. 캄보디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을 자랑하는 토끼섬의 뒤쪽 길을 따라 걸어가면 열대 지방 정글도 체험할 수 있다. 토끼섬안에도 게스트 하우스와 식당이 있기는 하나 사정에 따라 전력공급이 수월하지 않을 때도 있어 아침에 들어가 해수욕을 즐기고 오후에 나오는 것을 추천한다.

아직 때 묻지 않은 자연 속에서 잠시 생각을 내려놓자.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푸른 바다와 산에 눈의 피로를 씻어낸다면 북적북적 도시의 삶을 한 차례 살아낼 힘이 생길 것이다. 이미 유명한 까엡이지만 더 많은 관광객이 찾기 전 하루라도 빨리 까엡으로 떠나보자. 나만 알고 싶은 곳, 거북이걸음도 괜찮은 그곳, 당신도 까엡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엄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