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CLMVT’ 진출 성공 최고 비결은 참을성

kimswed 2019.08.29 06:00 조회 수 : 14870

상품용도 재해석·파트너기업 선정·유통시장 선점 등 중요

 
▲20일 한국무역협회가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개최한 ‘메콩강 유역 주요국 시장진출 세미나’에서 한-아세안센터 엄성필 무역투자부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무역협회 제공]
“이들 나라에 진출한 분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첫해에는 굉장히 우쭐해있어요. 후진국에 와서 사업하니 잘 될 것 같았거든요. 그러다가 2년차에 접어들면 화를 내요. 왜냐하면 생각만큼 되는 게 아무 것도 없는 거예요. 환경도 열악합니다. 3년차에 접어들면 절망해요. 4년차가 되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대부분이 철수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을 무사히 극복한 10%, 15% 정도의 기업들은 정착해서 사업을 이어갑니다. 메콩강 유역 주요국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 우리 기업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참을성’입니다.”
 
8월 20일 한국무역협회가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개최한 ‘메콩강 유역 주요국 시장진출 세미나’에서 엄성필 한-아세안센터 무역투자부장의 이야기에 참석자들의 귀가 쫑긋해졌다. 메콩강 유역 주요국이란 CLMVT, 즉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태국 다섯 국가를 말한다. 이 메콩강 유역 국가들은 진출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포기해서도 안 될 시장이다. 6%를 넘는 경제성장률, 천연가스 및 원유 등 풍부한 자원, 평균 연령 28.8세의 젊은 인구를 보유한 유망시장이다. 또한 아세안과 중국, 인도를 연결하는 지리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중산층과 부유층도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하이엔드 내구 소비재나 고급 레스토랑, 해외여행 등에 대한 사치품의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편리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비즈니스 환경 먹구름… 여러 예기치 못한 상황 고려해야 = 그러나 엄 부장의 말에 따르면 이들 국가들의 비즈니스 환경은 아직까지 녹록치 않다. 사업용이성지수(Doing Business Rate)와 부패지수(Corruption Perception Index)를 기준으로 봤을 때 다른 아세안 국가들 대비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도 아니고 부패 지수도 높다. 베트남과 태국은 중간 정도에 위치해있다. 
 
그는 “객관적인 자료에는 베트남이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보다 부패지수가 더 낮게 나와 있지만, 실제로 현지에서 사업을 해보면 부패 정도가 엄청나다”고 전했다. 다만, 삼성, LG 등 대기업이 진출함에 따라 중소기업이 여기에 납품하기 위해 동반진출하고, 또 그들의 수요에 따라 F&B업체가 진출하는 그런 생태계에 연루된 기업들은 체감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베트남 내수 소비시장을 공략한다거나 베트남인과 부딪히며 사업을 진행할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실제로 현지에서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A사는 소방서, 경찰서를 비롯한 7여 기관에 매달 돈을 내고 있다. 심지어 공장 옆에 있는 가정집에서도 ‘연기가 난다’거나 ‘소음이 난다’면서 매달 돈을 받아가고 있다. 엄 부장은 “베트남이 뜨는 시장임은 확실하지만, 이런 부패 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각오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쟁력지수(Global Competitiveness Index)와 경제 자유도지수(Economic Freedom Index)의 경우에도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네 나라는 경쟁력도, 경제 자유도도 매우 낮은 편에 속한다.
 

◇CLMVT 진출 8계명 = 엄 부장은 “메콩강 유역 주요 국가들이 금광임은 확실하지만, 쉽게 갈 수 있는 ‘노천 금광’은 아니”라며 ‘땅 속 깊이 숨겨진 금광’을 찾기 위한 8가지 진출 전략을 소개했다. 
 
첫 번째, ‘현지화’다. 아세안은 EU를 지향하면서 경제공동체로 나아가고자 AEC를 결성했다. 2015년까지 ▷단일 시장 및 생산기지 구축 ▷경쟁력 있는 경제지역 ▷균등한 경제개발 ▷글로벌 경제 편입 네 가지 비전을 내세웠다. 그 이후 2025년까지 ▷경쟁적, 혁신적, 다이내믹 아세안 ▷향상된 연결성 및 분야별 협력 ▷통합, 단결된 경제 ▷저항력이 강하고 포용적, 사람 지향적, 사람 중심적 아세안 ▷글로벌 아세안 다섯 가지 목표를 잡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아세안을 단일 시장 및 생산기지로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이는 다시 말해 아세안 10개국 간 상품 교역 시 관세를 없애겠단 말이다. 실제로 2007년 2.58%였던 평균 관세는 2016년 0.22%까지 떨어졌다.
 
이러한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아세안 내에서 부가가치가 40% 이상 발생했거나 ▷HS 코드 4단위가 변경됐거나 ▷화학제품의 경우 특정 공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세 가지 기준 중 하나를 반드시 충족해야 한다. 
 
두 번째, AEC가 EU 같은 경제통합체를 지향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그러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세안을 하나의 큰 단일시장으로 봐서는 안 된다. 즉 ‘One size fits all'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제품과 서비스의 명확한 타깃계층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 과거 선진국 시장으로 진출하던 방식해서 탈피해 주도적으로 수요를 개발해야 한다. 선진국과 교역할 때에는 우리 중소기업이 제품을 수출하면 현지 수입상이 알아서 마케팅하고 판매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렇지만 CLMVT에서는 이러한 방식의 거래가 거의 불가능하다. 일례로 일본 ‘미쓰이’ 그룹은 미얀마에 비료공장 설립을 추진하면서 현지 농부들에게 비료 사용법을 교육하고, 수요를 창출해냈다.
 
네 번째, 상품의 용도를 새롭게 해석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우리는 김을 밥반찬으로 먹지만 태국에는 김 스낵이 있다. 태국 대기업이 한국 제품인 것처럼 ‘맛있다’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이 제품은 동남아시아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중국 관광객들에게도 인기를 끌어 고급 백화점에도 입점해있다. 
 
다섯 번째는 현지에 억지로 밀어 넣으려고 하지 말고 찾아오게 하라는 것이다. 치킨 브랜드 ‘본촌’은 동남아시아 이전에 미국에 진출했는데, 맨해튼에 유학 갔던 태국 학생이 먹어보고 본사에 ‘사업권을 달라’고 먼저 연락했다. 본촌 본사에서는 충분한 조사를 거친 후 사업권을 내어줬고, 그 후로 본촌은 태국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얼마 전 개장한 ‘아이콘시암’이라는 대형 쇼핑몰 식당가에도 자리 잡았다. 
 
여섯 번째, 한류의 영향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동남아에서 한류가 엄청난 붐을 겪고 있다곤 하지만 경제적으로 연관성이 그리 많지는 않다. 제품과 서비스의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조건이 전재됐을 때 한류가 플러스요인이 되는 것이지 그 자체가 경제적 효과를 내지는 못한다는 설명이다. 
 
일곱 번째, 현지 파트너를 잘 선정해야 한다. 미얀마에 패스트푸트를 제일 먼저 진출시킨 브랜드는 롯데리아다. 2013년에 진출했다. 2년 뒤인 2015년 KFC가 진출했다. 그러나 현재 KFC는 날로 성장하는 반면, 롯데리아는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 엄 부장을 원인을 파트너사에서 찾았다. 롯데리아는 현지 파트너로 중소기업을, KFC는 현지 재벌을 택했다는 것이다. 엄 부장은 “일단 진출하는 게 중요한게 아니”라며 “이왕 할 거라면 강한 현지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덟 번째, 불모지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전자상거래 사업을 들 수 있다.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은 인터넷 보급률도 매우 낮고 결제수단도 발달돼있지 않다. 따라서 주문이 들어온다 하더라도 COD(Cash on Delivery) 방식으로 결제가 이뤄져야 한다. 물류 환경도 열악하다. 엄 부장은 그렇기 때문에 “지금 ‘First move all'을 노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형성 초기단계에 진입해 선점 효과를 획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동남아시아 전자상거래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독일 ’로켓인터넷‘의 Hanno Stegmann 사장은 “많은 사람들이 아세안은 너무 힘들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우리가 재력이 풍부한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 없이 진출할 수 있는 기회였고, 만약 우리가 먼저 가 있지 않았다면 현지 기업 또는 중국 기업이 그 시장을 선점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민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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