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자전거일주

kimswed 2009.08.11 14:53 조회 수 : 3593 추천:666



박정호씨의 애마. 큰 물통과 텐트와 침낭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처음 어딘지도 모르고 동네사람들이 괜찮다고 해서 진을 친 자리가 경찰서이다. 저녁을 먹고 오니 경찰들이 나타나 여권과 여행목적 등 이것저것 물어본다. 그리고 호텔에 가라는 걸 돈 없다 하니 처음 텐트 쳐도 된다던 할아버지가 자기 집에서 자라고 데리고 가 주신다.

고마운 마음에 사진을 찍어 준다 하니 머리까지 손질하시고 좋아들 하신다.

잠깐 쉬어갈려고 들어간 곳에서 맥주를 권해 같이 마셨다. 마시면 따라 주고 마시면 따라 주고 결국 중간에 도망쳐 나왔지만 취기가 올라와 자전거 타기가 힘들어진다. 몇 잔을 마신건지 셀 수가 없다.

하롱베이서 배 타고 섬 투어

오후 늦게서야 도착한 하롱베이. 세계적으로 알려진 관광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내가 잘못 찾아 왔나. 힘드니 빨리 숙소부터 찾아 나선다.
무지 큰 다리가 보여 무작정 건너가 보기로 한다. 다리를 건너서 기념사진. 뒤에 보이는 수많은 섬들이 작아서 잘 보이진 않는다.

배를 타고 투어는 별로 하고 싶지가 않았지만 그래도 언제 와 볼까 싶어 배를 타고 섬을 둘러본다. 내가 탄 배는 하롱 08호. 배를 타고 섬을 둘러보는 게 단줄 알았는데 섬으로 들어가면 천연 동굴도 나오고 수많은 종류석에 볼거리도 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미화 60달러면 배에서 하루를 보내면서 수영도 할 수 있는 1박 2일 투어도 있다고 한다.

가볍게 섬을 한 바퀴 돌면서 섬을 감상 할 수 있다. 베트남 사람들은 간식거리를 사와 배에서 먹고 전부 바다에 던져 버린다. 4시간 걸린다던 투어는 2시간 만에 끝이나 버리고. 오전에 짐을 정리해서 하노이로 바로 출발해 버린다.

12시에 guest house에서 나왔다. 오늘은 힘도 솟고 다른 날에 비해 속도도 나는 것 같아 하노이 까지 150km를 하루에 주파하기로 한다. 150km는 엄청난 거린데 그것도 낮 12시에 출발이라니 어쩌면 미친 짓일 수도 있다. 얼마나 달렸는지 모른다. 현재 시각 8시. 하노이 전방 30km. 힘을 내서 앞으로 나아간다. 해는 이미 사라지고 사방이 어둡다. 야간 주행을 위해 처음으로 핼맷도 쓰고 달린다.                          

하노이 시내는 엄청난 오토바이 지옥

하롱베이 유람선 위의 간식. 베트남 사람들은 먹다가 남으면 바다에 던진다.
하롱베이 유람선 위의 간식. 베트남 사람들은 먹다가 남으면 바다에 던진다.
밤 11시가 넘어 도착한 하노이. 먼저 기차역을 찾으니 길이 헛갈려 찾기가 어렵다. 금방 지나간 길인데도 다시 돌아오면 새로운 길 같고. 이때까지 지도 한 장으로 찾아 다녔는데. 1시간 만에 찾은 기차역. 호텔 들어가기도 어중간 하고 돈도 아까워 그냥 밖에서 밤을 새우기로 한다.

소방서 옆에서 쭈그리고 졸다가 깨보니 5시. 할 것 없고 갈 곳 없어 주변을 서성인다. 그러다 역사박물관 앞에서 사진 한 장. 이곳 사람들은 아침엔 곳곳에 배드민턴 코트를 만들고 삼삼오오 모여 배드민턴을 친다.

하노이역이다. 분명 8시에 문을 연다고 했는데 7시도 안 된 시간에 사람들이 역사 안으로 들어간다. 내가 잘못 이해한 것일까. 하노이 시내엔 엄청난 오토바이 지옥이다. 엄청난 매연과 교통난 중국에서 달련된 나도 적응하기 힘들다.

화장실은 돈을 내고 볼 일을 볼 수가 있다. 중국에서도 있었는데 버스표를 보여주면 바로 통과였다. 그런데 여긴 그런 게 없다. 여기서 드는 의문. 이 사람들 하루 종일 잔 돈 받아서 어떻게 먹고 살까?

너무나 깨끗한 나짱 바다 색깔에 놀라

과일행상을 하는 젊은 베트남 아가씨. 이방인에게는 가장 베트남적인 모습이었다.
과일행상을 하는 젊은 베트남 아가씨. 이방인에게는 가장 베트남적인 모습이었다.
기차를 타고 나짱으로 왔다. 어제 기차타면서 사먹은 롯데리아 음료수용 컵으로 컵라면을 만들어 먹는다. 베트남 라면은 우리 입맛에도 맞고 면발이 가늘어 끓여 먹는 게 아니고 컵라면처럼 익혀서 먹는다.

도착 즉시 바로 나짱을 알기 위해 시내 투어에 참가한다. 아침 8시에 출발하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그리고는 배로 옮긴다. 손님들이 한가득. 사람들이 모두 타고 배는 출발한다. 바다를 가로질러 케이블카도 다닌다. 처음에 들른 섬에 배 조형물이 있는데 아쿠아리움이다. 돈을 아끼려다보니 ‘당근’ 안에 들어가 보진 않고 밖에서 구경만 했다.

바다 색깔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바다인지 풀장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깨끗한 바다.
그리고 점심 식사 시간. 점심도 포함된 패키지라 여럿이 앉아서 음식도 나눠먹고 밴드도 결성하여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재미난 투어다. 적지 않는 참가비지만 아깝지 않을 정도다. 해산물이 유명한 나짱이라 해서 해산물 먹어보려고 시내를 다 돌아 봐도 맛나고 싼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중간에 길을 잃어 한참을 헤맨 뒤에야 숙소에 도착하여 잠에 빠졌다.

프랑스 식민 시절 휴양지로 개발된 달랏

다음날 바로 달랏으로 갔다. 나짱에서의 일정을 하루 줄였다. 오전 7시. 버스를 이용한다. 달랏까지는 5시간이 넘게 걸린 것 같다. 베트남에서는 5시간은 아무 것도 아니다. 한국같으면 부산서 서울까지 자동차로 걸리는 시간이다.

달랏은 고산도시다. 연중 내내 서늘하다. 처음 프랑스 식민지 시절 프랑스 사람들의 휴양지로 개발되었다는 곳이다. 지금은 베트남 인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 하는 휴양지로 손꼽힌다. 젊은이들이 제일 선호하는 신혼여행지이기도 하다.

낮엔 가방을 매고도 크게 더위를 느낄 수 없고 밤엔 쌀쌀하다 못해 춥기까지 하다. 베트남 사람들은 여름에도 겨울옷을 사 입고 관광객들은 털모자에 목도리 까지 하고 다닌다. 우리에겐 다소 의아해 보이지만 태어나서 한 번도 추위라는 걸 못 느껴본 사람들에게는 20도만 되어도 얼어 죽을 것만 같을 것이다. 달랏 시장엔 없는 거 빼고 다 있다. 여기도 싼 가격에 열대 과일을 즐길 수가 있다. 불행하게도 난 열대 과일을 좋아하지 않아 ‘패스’다.

달랏 시내 한 복판에는 프랑스 식민지 시절. 휴양 온 프랑스 사람들을 위해 만든 달랏 성당이 있다. 달랏 하늘엔 언제나 연이 날고 있다. 조용한 곳에서 느끼는 혼자만의 여유. 달랏이 막 좋아지는 건 어디서도 맛보지 못한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노점에서 사먹는 커피 한 잔의 여유도 내가 여길 못 잊고 다른 이들에게 추천하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호치민에서 캄보디아로

호치민으로 갔다. 베트남에서 마지막 기착지다. 호치민에서 메콩델타도 가고 구찌터널도 가보지만 고갈된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가급적 덜 움직이는 것으로 1주일이 꼬박 걸렸다. 그래도 여행은 여행이다. 제대로 쉬지 못한 것 같다. 다만 호치민에 사시는 사촌 형님 덕분에 오랜만에 음식다운 음식도 먹어보고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었다.

더 머무르다간 주저앉아버릴 것 같다. 안락함에 안주하면 이번 여정은 실패다. 또 길을 떠나야 한다. 앙코르와트의 나라, 캄보디아로 떠난다. 얼마동안 캄보디아를 헤매고 다닐지는 아직 모른다. 또 이 여행을 언제, 어디에서 마무리할 지도 알 수 없다. 페달을 밟을 수 있을 때까지 서쪽으로, 서쪽으로 나아가 볼 계획이다.⊙

 

자전거를 벗 삼아, 집 삼아, 자가용 삼아 우리나라를 떠나 중국을 거쳐 베트남을 둘러본 뒤 지금은 캄보디아를 돌아다니는 청년이 있다. 스폰서도 없다. 순전히 자력갱생이다. 잘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었다. 그렇다고 뚜렷하게 목적하는 바도 없다. 다만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절박감이 그의 등을 떠밀었다. 박정호씨(31)의 베트남 방문기를 소개한다. 1년을 목표로 길을 떠난 그의 여정은 박씨의 블로그(http://blog.naver.com/jeep607)에 더 자세히 나온다.
중월 국경에서

자전거 한 대와 간단한 살림살이를 챙겨 싣고 배에 몸을 실은 지 두 달여. 상하이, 황산, 광저우, 하이난다오, 홍콩, 마카오를 거쳐 중월국경을 넘는다. 31살의 나이. 사회 초년병. 남들 같으면 신입사원 티를 겨우 벗었거나 신혼의 단 꿈에 젖어 있을 때다. 하지만 나는 길을 나섰다. 대학 때부터 시작된 역마의 탓인가.

비가 그치나 싶더니 출발하려고 하니 아침부터 다시 비가 내린다. 이번 여행의 최대의 적은 역시 비다. 비를 맞고 출발할까 고민하다 12시까지 기다려 보기로 하는데 11시쯤 비가 그쳐 출발하려고 짐 정리하고 나오니 다시 비가 온다. 어쩔 수 없이 그냥 출발.

위쪽은 중국 동싱시 국경사무소, 아래쪽은 베트남 몽카이시 국경사무소.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위쪽은 중국 동싱시 국경사무소, 아래쪽은 베트남 몽카이시 국경사무소.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베트남여행의 시작, 몽카이


몽카이의 국경. 다리를 사이에 두고 중국과 베트남이 마주하고 있다. 남은 중국 돈 4 위엔 중 기념으로 사먹은 음료수가 문제가 될 줄이야. 국경 통과 시 통행료로 2 위엔을 받는데 나에겐 1 위엔 밖에 없어 달러를 보여줘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난감한 상황이다. 옆에서 보고 있던 관리인 아저씨가 뒷문을 열어준다. 무사히 국경을 넘을 수 있었다. 나에게 중국은 나쁜 사람 보다 좋은 사람이 많은 나라로 기억된다.

새로운 여행이 시작되는 베트남 국경이다. 설레임 반 걱정 반 만감이 교차 한다. 우선 출입국 카드 쓰는 것이 시작이다. 베트남은 15일 무비자로 비자 없이도 들어올 수 있다.

베트남 입국과 동시에 돈 걱정 부터 든다. 환율도 모르고 왔으니 1천원이 얼마인지 알 수가 없다. 길을 물어보러 들어간 곳에서 조선족 청년을 만나 필요한 것 몇 가지와 환전할 곳을 찾으니 환전 아줌마가 달려와 환전을 해준다. 20 달러만 환전하려 했는데 잔돈이 없다며 100달러를 전부 환전해 준다. 1백70만동이 넘는다. 헉 생각지도 못한 큰 돈을 나에게 준다. 그럼 환율이 얼마라는 거야.

처음 베트남에서 느낀 건 사람들이 참 맑다는 것이다. 시골이라 때 묻지 않은 사람들 첨보는 나에게 들어오라며 손짓을 한다.

처음 어딘지도 모르고 동네사람들이 괜찮다고 해서 진을 친 자리가 경찰서이다. 저녁을 먹고 오니 경찰들이 나타나 여권과 여행목적 등 이것저것 물어본다. 그리고 호텔에 가라는 걸 돈 없다 하니 처음 텐트 쳐도 된다던 할아버지가 자기 집에서 자라고 데리고 가 주신다.
고마운 마음에 사진을 찍어 준다 하니 머리까지 손질 하시고 좋아들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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