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소지가 있는 계약서

kimswed 2016.05.28 08:21 조회 수 : 11810

분쟁 소지가 있는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면

바이어에게만 유리하게 작성된 계약서 절대 주의!

 

화장품 전문 기업 A사는 독특하게 10대 청소년을 타깃으로 한 유기농 화장품을 만든다. 고교생의 얼굴에 돋은 여드름을 누군가는 청춘의 상징이라 부를지 모르지만, 정작 한창 외모에 신경 쓸 나이의 당사자에겐 큰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A사는 청소년들의 이러한 피부 고민을 덜어 주기 위한 제품들을 만드는 기업으로, 여린 피부에 자극이 가지 않도록 순한 천연 성분을 주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타깃층의 가벼운 주머니 사정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해 판매한다.

 

신제품을 런칭한 이후 국내뿐 아니라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 진출해 순조로운 항해를 하던 A사는 급작스럽게 무역협회에 자문을 요청했다. 6개월 전에 대만에 본사를 두고 중국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던 바이어와 중국 시장에 대한 독점 수출입 거래 계약을 체결할 때 작성한 계약서를 검토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에 계약서를 검토한 자문위원의 표정은 예사롭지 않았다. “전체 조항이 순전히 바이어에게만 유리하게 작성되어 있는 데다, 내용 역시 불명확하고 애매모호합니다. 이 계약서대로 거래하면 분쟁의 소지가 크고 자칫 잘못하면 무역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어 자문위원은 이런 불리한 조건의 계약서에 사인을 하게 된 경위를 물었다. A사 대표의 말에 의하면 해외영업을 전담하였고 당시 계약서를 작성, 서명하였던 책임 임원이 갑자기 퇴사를 해서 급한 대로 대표가 직접 해외영업에 나섰는데, 문제는 대표가 해외영업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계약을 체결한 이후의 거래는 아직 단 한 건도 없는 상황이었다. 사고가 나기 전에 본 사안을 수습하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한 자문위원은 대책 강구를 위해 적극적으로 업무 자문에 들어갔다. 일단 계약서가 불합리함을 알리고 수정과 보완의 필요성을 어필해 바이어와 재협상을 해야 했다. 물론 쉽지 않을 거란 각오가 필요했다. 역시나 예상대로 바이어는 강하게 반발하면서 이를 거부하였다. 바이어가 그렇게 나온다고 해도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시일이 지나면 계약은 자동 소멸될 것이므로, 계약 기간 동안 거래를 아예 하지 않으면 된다. 또한 계약 소멸 이전에도, A사에서 별도의 무역 법인을 설립하여 이 무역 법인을 수출자로 하여 중국 수출을 하는 방법도 있음을 자문했다. 계약이 소멸된 이후에는 중국 시장에 직접 진출할 수 있도록 대체 브랜드를 출시하도록 했고, 중국의 신규 바이어와 새롭게 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자문해 주었다.

 

캄보디아와의 문제도 A사가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지속적으로 유대 관계를 맺어온 캄보디아의 바이어와 계약이 중단될 위기에 처해 있었던 것이다. 역시 책임자가 퇴사한 이후 제대로 바이어 관리가 안 된 것이 원인이었다. 이 건에 대해서는 이제부터 A사 대표가 직접 바이어와 소통을 하되, 전임자의 과실에 대해서 정확하게 바이어에게 설명하고 충분히 양해를 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자문해 주었다. 그리고 향후 실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해 줄 것을 바이어에게 제시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A사 대표는 바이어와의 통화 내용은 물론 이메일 내용까지 자문위원과의 사전 자문을 거쳐 신중하게 접근했다.그 결과 바이어가 계약을 재개하겠다는 희소식을 전해 왔다. A사는 현재 캄보디아 시장에서의 현지 지원을 하기 위해 출장 준비로 분주하다.

 

심각하게 꼬이던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면서 A사는 다시금 돛을 단 배처럼 순항하기 시작했다. 거래가 없던 일본에서도 문의가 들어왔다. 일본의 신규 바이어로부터 일본 시장에 대한 독점 수출입 거래 계약을 체결하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이번에는 지난번 대만 사례와 같은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되므로, A사는 초기 협상 단계부터 자문위원과 긴밀하게 접촉하면서 계약 조항 하나하나를 꼼꼼히 따졌다. 그 덕에 이번에는 도리어A사에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해외영업 담당자의 공백을 말끔하게 메우고 보강하는 데 힘쓴 결과, 2015년 A사의 직수출 실적은 전년도 대비 무려 세 배나 신장될 수 있었다.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크고 작은 문제들은 숱하게 발생된다. 수출에 관한 애로 사항은 그 해결이 특히 복잡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럴때일수록, 얽힌 실타래를 침착하게 풀어 나가듯 접근하면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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