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임도 너무 올랐지만, 웃돈 줘도 선복 못 구하는 실정
주문을 받고 못 보내기도 하고, 주문 자체를 못 받기도

 

◊…“운임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 그런데 웃돈을 줘도 선복을 구하지 못하는 게 더 힘들다.” “FOB 조건이, 비용과 위험부담을 수출자가 지는 CIF·DDP 조건으로 바뀌고 있다.” 물류대란을 일선에서 체감하고 있는 중소기업과 포워더의 분위기를 요약하면 이렇다. 중소기업 2곳과 포워딩 회사 1곳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취재원의 요청에 따라 익명으로 처리했다.…◊

 

해상운임이 계속 오르는데다, 선복 부족까지 심해져 수출업체들이 아우성이다. 총체적 물류대란이다.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에서 6월 22일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부산=뉴시스]


[중소기업 A사 ㄱ대표]


- 취급하는 아이템은.


바닥재다.


- 해상운임이 많이 올랐다는데 실제 어느 정도 체감하고 있나.


안 그래도 어제 (포워더로부터) 오퍼를 받았다. 미국 동부지역까지 1만5500달러에서 1만6000달러라고 한다. 과거에는 미국으로 한 컨테이너 보낼 때 (운임이) 1500달러였는데 지금은 1만6000달러로 올랐다. 10배도 넘게 올랐다. 그런데도 선복 수배가 될 지는 장담 못한다고 한다. 이게 말이 되나?


- 20TEU 컨테이너당?


40TEU당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예를 들어 20TEU가 1500달러면 40TEU는 3000달러였는데, 지금은 모든 기준이 40TEU다. 그렇다고 20TEU라고 해서 절반 가격이 아니다. 40TEU의 80% 수준까지 내야 한다. 20%만 싼 거다.


- 부담이 크겠다.


한 컨테이너 당 물건 값이 2만 달러인데 운임이 1만6000달러이니, 배나 배꼽이나 크기가 비슷해진 셈이다. 콜롬비아도 1만6000달러이고 브라질은 1만7000달러다. 미주 쪽은 거의 1만5000달러 이상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수출한다.


- 스페이스 문제는 어떤가.


운임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선복을 구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우리도 오더가 있어도 배가 없어서 못 나가는 경우까지 생겼다. 답답해서 주변 수출업체들에 알아봤는데, 이런 사례가 흔하다. 주문을 받고 못 보내기도 하고, 주문 자체를 못 받기도 한다. 우리 회사보다 물량이 많은 한 회사는 창고에 바닥재 300컨테이너 정도가 쌓여 있다. 우리 회사도 그렇고, 자금이 안 돌아서 난리다.


- 언제부터 이랬나.


작년부터 운임이 올랐지만 두어 달 전까지만 해도 어쩔 수 없었고, 견딜 만했다. 그런데 6월부터 갑작스럽게 난리다. 지금 7월 오퍼를 받아야 하는데, 한국에도 중국에도(A사는 중국에 공장이 있다) 배가 없어 큰일이다.


- 대책은.


20년 넘게 수출을 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예전에 유류할증료 올랐다고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는데, 그건 아무 것도 아니었다. 바이어도 우리도 머리가 아프다.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나 무역지원기관에서 대책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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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B사 ㄴ상무]


- 취급 아이템은.


니트류다. 미주 쪽으로 수출한다.


- 물류대란이라고 하는데 상황이 어떤가.


컨테이너 쇼티지(부족)가 있다. 코로나19 이후 초기에 수출이 막히다보니 신규 컨테이너 공급이 안 이뤄진 가운데, 낡은 컨테이너는 퇴출됐다. 그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깡통(컨테이너) 수배가 어렵다. 또 운송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우리 회사의 경우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만든 제품이 자카르타 항에서 미주 서부까지 가는데 보통 이전에는 23일 정도, 늦어져도 30일 이내였다. 그런데 지금은 거의 50일 정도 걸린다. 물동량이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 예전 같으면 LA로 보내던 물건을 뉴욕 항으로도 보내기도 한다.

 

- 납기를 포함해 문제가 많이 생길 텐데.


우리 회사 얘기는 아니고, 2월에 나간 물건이 80일 걸려 미국에 도착한 사례가 있다고 들었다. 예정보다 너무 오래 걸리다 보니 제품에 곰팡이 이슈, 몰드 이슈가 생겨 바이어가 이를 수출자에 반송하고 클레임을 제기했다고 한다. FOB(본선인도) 조건이었다는데.


- FOB면 수출자 책임은 아니지 않은가.


과거에는 보통 FOB로 선적했는데 요즘 바이어들이 DDP(관세지급인도) 조건을 요구한다. ‘도어 투 도어’를 원하는 것이다. ‘바이어스 마켓’이니 이런 조건 변경 요청을 거절하기 어렵다. 이러다 보니, 수출자들이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위험에도 고스란히 노출된다.


- 운임도 많이 올랐나.


운임은 뭐, 5배, 6배, 7배 이렇게 계속 뛰고 있다. 코로나19 초기에는 컨테이너 당 2000달러 정도였다. 이것이 정상은 아니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3000~4000달러 수준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통상 1만2000달러 정도 부른다. 이것도 업체마다 다른 것 같다. 어떤 회사는 1만6000달러, 또 다른 데는 1만7000달러라고 들었다.


- 40TEU 기준인가.


그렇다.


- 20TEU를 쓰면 얼마인가.


20TEU는 구하기 힘든 때가 많다. 컨테이너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에 일단 구하는 대로 써야 한다. 40TEU FCL로 보내려고 했는데, 컨테이너가 없어 20TEU 2개를 쓴 적도 있다. 이러면 비용은 더 들어간다.


- 원부자재 조달은 문제없나.


중국의 원부자재를 우리 공장이 있는 인도네시아까지 운송하는데, 자꾸 지연된다. 주로 상해 항에서 딜레이가 너무 발생해서 인도네시아까지 3주 이상 걸리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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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워더 C사 ㄷ이사]


- 물류대란, 어느 정도인가.


상황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 연초에는 운임 급등과 스페이스 부족이 문제였고 중국 춘지에(중국 설날)가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란 얘기도 있었는데, 위 두 가지 문제는 더 심각해졌고 컨테이너 야드 부족이나 이로 인한 물품반입 금지도 있다. 총체적 난국이다.


- 운임은.


계속 오르고 있다. 7월에 유럽, 중동지역이 500~1000달러씩 더 오른다는 소문이 돈다. 7월 부킹이 다 막혀 있는 지역도 있다. 부킹을 했어도 (선박 딜레이로 인해) 정상출항 자체를 기대하기 어렵다. 운임이 얼마나 오를지도 모르고 정상출항을 기대하기 어려워도 부킹을 안 할 수가 없다. 게다가 어떤 배는 5일 전 반입만 받아준다, 또는 7일 전 반입만 받아준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수출품이 (부산으로) 내려가는 도중에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돼 예상치 못한 운송비와 보관료 부담도 생긴다.


- 화주와 불편해졌나.


당연히 그렇다. 스페이스가 부족하다보니 선사는 선박의 설계중량을 모두 채우려고 한다. 그래서 중량물을 받지 않는다. 20톤이 넘으면 부킹 자체가 어렵다. 위험물도 거절당하기 십상이다. 돈을 더 준대도 안 실어주니 화주들로부터 불만이 커지고 있다.


- 대기업도 그런가.


사실은 중소 화주와 중소 물류업체가 피해를 입고 있다. 스페이스는 물량이 많은 대기업에 우선적으로 배정되고, 오른 운임도 중소화주에게는 100% 적용되지만, 대기업들은 선사들과 자기네끼리 계약을 따로 맺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할인된 가격을 적용받는다. 검증되지 않은 얘기지만,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절반 운임이라는 말도 돈다. 게다가 힘 있는 물류사가 스페이스를 싹쓸이 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그래서 중소 물류사는 더 힘들다. 이게 현실이다.


- 인상분을 중소 수출기업이 떠안는단 말인가.


그렇다. 심지어 ‘프리미엄 차지’라는 것도 있다. 선복을 구하기 어려우니 정상 운임이 1만 달러라고 하면, 3000달러 더 얹어 1만3000달러를 지불하고 스페이스를 확보하게 된다. 이 돈을, 화주와의 관계 때문에 물류사가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 비용이나 위험은 보통 바이어 부담 아닌가.


요즘은 바이어의 요구에 의해 FOB 조건이 많이 CIF(운임보험료 포함) 조건으로 바뀌고 있다.


- 선복이 부족하다고 해도 운임이 너무 오르는 것 같다.


부족한 스페이스를 핑계로 선사들이 과도하게 운임을 올리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항공운임은 비교적 투명한 편인데, 해상운임은 베일에 싸여 있다. 스페이스가 얼마나 남았는지, 정말로 없는 건지 알 길이 없다.


- 정부가 개입할 여지는 없나.


운임이야 시장 원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니, 정부가 개입할 순 없을 것이다. 대신 최대한 선박 투입을 독려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데, 현장에선 잘 모르겠다.


- 중국도 심각하다고 들었다.


사실 중국 때문에 우리가 피해를 입는 측면도 있다. 중국에서 워낙 많은 물량이 쏟아지니까 그 쪽은 우리보다 운임이 더 올랐다. 그러다 보니, 선사들이 중국 업체들을 우선하게 된다. 게다가 그쪽에 대형 화주들이 많고 하니 중국을 더 배려한다. 자연히 한국 기업들의 몫이 줄어든다. 물류인들 사이에 국적선사인 한진을 왜 망하게 했느냐는 원망이 돈다.


김석경  kskiss@kit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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