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까지 ‘왕하이(王海) 신드롬’ 현상이 중국 사회를 강타한 적이 있었다.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검은 가죽 자켓을 입은 사람이 쇼핑상가나 백화점에 들어오면 정문 경비실로부터 다급한 무전기 소리가 들려온다. ‘조심하라,  왕하이가 떳다.’ 
 
왕하이가 도대체 누구길래 이런 신드롬 현상이 일어났을까? 
 
왕하이는 중국에서 제1의 짝퉁 사냥꾼 혹은 모조품 퇴치의 선봉장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1993년 제정된 중국 <소비자 권익보호법>이 왕하이 신드롬이 생겨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왕하이는 이 법이 모조품(일명 ‘짝퉁’)이 만연한 중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 해결과 돈을 벌수 있는 일거양득의 기회로 본 대표적 인물이다. 
 
왕하이의 사업 방식은 매우 간단했다. 
 
검은 가죽 자켓과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모조품을 판매하고 있는 상점이나 쇼핑센터를 방문한다. 
 
그리고 문제(불량품·모조품)가 있는 제품임을 알면서도 우선 가격을 지불하고 해당 물품을 구매한다. 
 
이어 관련 법규의 ‘가짜·불량 물품을 팔 경우 환불 및 배상한다’는 규정을 이용해 해당 기업에게 높은 배상금을 요구한다. 
 
제조 및 유통기업 입장에서는 불량품·모조품 소식이 알려지면 회사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니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법적 배상금보다 더 많이 주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로 인해 왕하이는 1995년 22살의 어린 나이에 유명세를 탔고, 일반 소비자들을 대신해 선행을 한 것이라는 명목으로 1996년에는 중국 소비자보호기금회로부터 ‘가짜단속(打假) 소비자상’도 수상한 바 있다. 
 
[사진] 중국 가짜 단속 전문가 ’왕하이‘ 
*출처: 바이두
 
2011년에는 똑같은 나이키 운동화를 중국에서는 1,200위안에 판매하는데, 미국에서는 780위안 정도에 팔고 있다며 나이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그 결과 중국 법원은 나이키에 487만 위안(약 8억50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한 적도 있다. 
 
또한 왕하이는 2010년 모조품 단속 담당부서인 지방기술감독국과 공조하여 대규모 가짜 담배 제조공장을 단속했고, 2011년 시가 2000만 위안(약 35억 원)이 넘는 가짜 바이주(白酒) 제조공장을 급습하여 공장을 폐쇄하는 등 수없이 많은 가짜 단속 활동을 펼친 바 있다. 
 
이런 왕성한 활동으로 왕하이는 단숨에 중국 내 가장 핫한 인물로 등극했고, 그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가짜 단속 활동으로 왕하이가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개인 사욕을 채우기 위해 소비자 권익보호법을 악용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대두되기 시작했다. 
 
선량한 시민을 대표하는 영웅인가? 아니면 그냥 장사꾼인가? 왕하이 신드롬을 두고 지금까지도 논쟁이 뜨겁다. 
 
그도 그럴것이 왕하이가 이런 가짜 단속활동을 통해 매년 버는 금액이 평균 100만 위안(약 1억 7000만 원) 이상으로 지난 25년 간 벌어들인 금액이 수천만 위안에 이를 것으로 알려진다. 
 
불량품·모조품 단속 활동을 하다보니 당연히 그와 그의 가족을 시해하려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수없이 많은 협박 전화를 받고 있고 이에 대응해 왕하이는 현재 50여 명의 보디가드를 고용하고 있다고 한다. 
 
왕하이 신드롬이 급속히 중국 사회에 퍼지자, 제2, 제3의 왕하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현재 중국에서 모조품을 적발하고 피해구제를 대행하는 전문 사설기업 및 기관이 2만 개가 넘는다. 
 
왕하이처럼 개인사업자 형태부터 전문인력 및 인프라 등 규모를 갖추고 모조품 적발의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기업까지 매우 다양하다. 
 
중요한 것은 왕하이 신드롬을 그냥 중국 내 하나의 재미있는 사회 현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우리 기업들도 활용할 가치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기업 제품의 중국 내 모조품 침해 사례는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매우 많다. 
 
규모가 있는 중견기업 및 대기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이런 모조품 침해에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중국시장은 진출한 적도 없고 단지 미국 등 기타 선진국에만 수출하는 기업의 경우는 더욱 난감하기 그지없다. 
 
필자는 지난 17회 ’글로벌 짝퉁유통, 중국 해관을 이용하라‘ 라는 칼럼에서 중국시장에서 만들어진 모조품이 글로벌로 수출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중국 해관의 지적재산권 보호방법 및 절차에 대해 사례를 들어 설명한 바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미 중국산 모조품이 미국, EU 등 지역에 수출되어 있는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그 방법에 대해서 사례를 들어 설명해보자. 
 
중국에서 만들어진 모조품이 전 세계로 수출되는데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이러한 모조품 제품 단속의 핵심은 바로 짝퉁제품을 만드는 공장을 적발해 현장을 급습하고 바로 그 자리에서 모조품을 소각하는 것이 가장 핵심이다. 
 
미국 등 제3국에서 모조품을 단속해봐야 중국 내 제조공장을 폐쇄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 하나를 들어보자. 
 
한중일 3국만 만들 수 있는 제품이 있다. 요즘 매체에 자주 언급되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 첨단부품소재가 아니라 바로 ’손톱깎이‘ 이다. 
 
사실 손톱깎이는 80~90년대를 거치며 우리나라의 효자 수출 품목 중 하나였고, 그 중심에 벨금속공업, 대성공업(쓰리세븐) 및 로얄금속공업 등 대표 중소제조기업이 있었다. 
 
3개 회사 손톱깎이의 전 세계시장 점유율이 90년 대 초반까지 80% 이상을 차지한 적도 있었다. 
 
모두 한국을 수출강국으로 만든 자랑스런 우리 중소 수출기업들이다. 
 
그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손톱깎이를 생산한 기업인 벨금속의 손톱깎이 침해사례에 대해 애기해 보자. 
 
벨금속은 ‘BELL’이라는 자체 브랜드로 1980년대 세계 손톱깎이 시장의 60%를 차지할 정도였다. 
 
그 당시에는 중국에 수출도 하지 않았고 미국 및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 집중하는 시기였다. 그런데 갑자기 해외수출 주문량이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생산된 브랜드와 디자인을 그대로 도용한 값싼 벨금속의 손톱깎이 모조품이 미국시장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다음 호에 계속 이어집니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에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하며, 3,000여 개가 넘는 기업을 지원했다. 미국 듀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환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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