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여파로 지난해 중국의 소비는 역성장을 면치 못했지만 식품은 1년 내내 성장세를 유지했다. 중국 속담 ‘백성은 음식을 하늘로 섬긴다’는 말처럼 식품은 언제나 중국인들의 장바구니에서 가장 중요한 품목이다. 이런 중국 장바구니에 최근 들어 다양한 신제품들이 담기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음료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다>
소득수준 향상과 더불어 중국에서는 ‘전통 탄산음료는 고열량의 설탕 덩어리로 건강을 해친다’는 인식이 확고하다. 그러나 최근 저당, 저칼로리를 내세운 새로운 탄산음료들이 돌풍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중국 음료시장의 판도마저 바꾸고 있다.
중국 최대의 기업과 소비자 간(B2C) 플랫폼 티몰의 2020년 전체 음료 매출은 전년 대비 100% 이상 증가했는데 이 중 생수 등 일반 음료는 50% 이상, 탄산수 등 신탄산음료는 150% 이상 확대됐다. 티몰 음료 매출의 높은 성장세는 신탄산음료가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티몰 검색창으로 ‘탄산 기포’를 검색한 건수가 7배 이상 폭증했으며 프리미엄 제품인 프랑스 천연 탄산수 브랜드 페리에의 티몰 매출은 전년보다 300% 이상 급증했다.
시장 호황에 따라 중국 로컬 기업의 탄산음료 시장 진출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위안치선린, 자서 등 로컬 브랜드들은 2020년 티몰 음료 매출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간식이라 부르고 주식으로 먹는다>
중국 소비자들의 저당, 저칼로리 사랑은 음료에 국한되지 않는데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스낵 시장에서 오래 전부터 ‘건강’이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건강간식 기업에 대한 투자도 급증하고 있다.
심심풀이로 먹던 스낵에 건강이 더해지면서 간식이 주식화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으며 간편한 식사대용식품으로 재해석되기도 한다. 지난해 티몰 플랫폼의 ‘칼로리 관리’, ‘지방 빼는 제품’, ‘식사대용’ 등 단어의 검색량이 전년 대비 150%나 급증했다.
중국 최대의 국유 식품업체 코프코 산하 연구원의 조사 결과 저녁이나 점심 식사시간대 또는 그 전후 식사대용으로 다이어트 간식을 먹는다는 응답자의 비중이 1/3을 넘었다. ‘아침식사 대용’이라고 답한 비중은 20%에 달했다. 바쁜 현대인들 사이에서 건강 다이어트, 체중 관리가 일상화되면서 저당, 저칼로리 건강 간식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맛의 비결은 손맛이 아닌 조미료에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집에서 요리하는 홈쿡족이 늘면서 각종 조미료 소비가 늘고 있다. 특히 요리 초보자도 쉽고 간편하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는 훠궈 소스, 장류 등 복합 조미료가 빠르게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조미료 시장에서 복합 조미료의 비중은 2013년 14.8%에서 2019년에는 20.6%로 확대됐다.
조미료 수입시장도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2020년 중국의 조미료(HS 2103.90) 수입액은 전년 대비 12% 증가한 1억8000만 달러에 달했다. 한국은 중국 혼합 조미료의 최대 수입국으로 수입시장 점유율이 24.5%이고 수입액은 전년보다 48.3% 증가한 4391만 달러였다. 태국, 대만, 일본이 그 뒤를 이어 2~4위를 차지했으며 모두 두자릿수의 시장 점유율을 보였다.
<우리 기업 시사점>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지난해 중국 식품 및 음료 시장 규모가 6조 위안을 돌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전년보다 13.5~28.8% 증가했다는 뜻이다.
코프코 영양건강연구원의 하오샤오밍 원장은 “간편하고 건강한 신제품들이 중국 식품시장의 높은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코로나19로 식품 소비의 주요 채널로 부상 중인 중국 온라인 시장에서 저지방 및 저칼로리, 프로바이오틱스와 효소, 비타민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에 대한 소비자 관심과 선호도가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중신증권의 쉐위안 애널리스트는 ‘안전’, ‘맛’, ‘영양’, ‘간편’, ‘녹색’, ‘문화’ 등을 중국 식품시장의 트렌드로 꼽으면서 “가성비 중심의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제품 다양화와 프리미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로컬 기업들의 추격이 매서워지고 있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기존 로컬 브랜드들은 생수, 두유, 식용유, 유제품 등 전통 품목에서 강세를 보였지만 최근에는 신탄산음료, 식사대용 과자, 간편 훠궈, 간편한 일본식 라면 등 신제품을 출시하며 본격적인 신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