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세계의 독서 경쟁력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은 독서를 많이 한 일이다. 좋은 습관이었고 또 현재의 나를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 ‘성상근습상원(性相近習相遠)’이라는 말이 있다. ‘천성은 원래 별로 큰 차이가 없으나, 습관에 따라 큰 차이가 생긴다’는 뜻이다. 습관이 매우 중요하다는 말이다. 
 
한국인 누구나 존경하는 안중근 의사께서도 ‘일일불독서 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 하루라도 글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이라고 했다. 
 
독서는 가장 소중한 친구였고 일상생활은 물론 기업 경영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 독서를 하지 않았다면 나의 인생은 어떠했을까? 상상하여 보고 싶지도 않다. 비즈니스 때문에 전 세계 사람을 두루 많이 만나본 편인데, 독서를 많이 한 사람은 분명히 중량감이 있었고 교양도 풍부했으며 삶의 철학이 분명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구는 북송시대의 왕안석(王安石)이 쓴 권학문(勸學文)이다. 읽자마자 가슴에 울림이 커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중국공장에 있을 때 유명 서예가에게 글씨를 써 달라고 부탁하여 나의 사무실에 걸어 놓고, 매일 삶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다짐한다. 다음은 권학문 중 일부 구절이다. 매일 보아도 명문이고 삶의 지표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
 
가난한 사람은 책으로 부자가 되고(貧者因書富),
부자는 책으로 인하여 귀하게 된다(富者因書貴). 
어리석은 사람은 글을 통해 현명해지고(愚者得書賢), 
훌륭한 사람은 글을 통해 이롭게 된다(賢者因書利).
글만 읽더라도 영화 누리는 것 보았지만(只見讀書榮),
독서해서 실패한 일은 보지 못했다(不見讀書墜).
황금을 팔아 책을 사서 읽으라(賣金買書讀).
독서를 하면 황금을 사기 쉬워진다(讀書買金易).
좋은 책은 만나기 어렵고(好書卒難逢),
좋은 책은 참으로 만들기도 어렵다(好書眞難致).
책 읽는 이에게 받들어 권하노니(奉勸讀書人),
좋은 글은 마음에 기억해 두어라(好書在心記).
 
전 세계를 다니며 대체로 가난한 나라에는 도서관이나 서점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박사논문을 쓰기 위한 자료를 구하려고 중남미 국가에 출장을 갔는데, 서점을 찾는 일 자체가 쉽지 않았다. 
 
비교적 큰 나라인 아르헨티나나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는 그나마 나았다. 하지만 페루,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과테말라, 파나마 등지에서는 서점을 찾기가 매우 힘들었다. 힘들게 서점을 찾아도 책의 양이 부족했고, 전문서적은 많지 않았으며 대부분 일반적인 도서만 판매하는 정도였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정말 열악했다. 많은 도시에 서점이 거의 없었고, 있어도 나의 개인 서재에도 못 미친 경우가 대다수였다. 단지 길거리에서 복사판으로 저렴하게 파는 책들은 가끔씩 보았다.
 
최근 눈에 띄는 국가는 중국이다. 각 지역 도시별로 대형 서점들이 많다. 책의 양도 큰 나라답게 어마어마하다. 
 
서점과 도서관이 많은 나라는 확실히 선진국이고, 그렇지 않은 국가는 후진국이라는 생각이 든다.
 
▲탄자니아 다레스살렘의 어느 서점. [사진=필자 제공]
기업도 마찬가지다. 세계 각지의 거래처에 가보면 깊이가 있는 회사에는 서고가 있고 좋은 그림과 서예가 즐비하다. 그런 회사는 믿음이 간다. 회사 대표나 직원들의 태도가 무엇인가 달라 보인다. 
 
나의 회사는 샘플들을 외부에 전시하여 놓지 않고, 모두 수납하여 안에 두고 있다. 나의 사무실에는 오직 도서만 있다. 그래서 새로운 방문객은 나의 회사가 무엇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내 사무실에서 견본이 보이지 않아도 나의 철학을 공유하는 고객과 거래를 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게 내 판단이다. 필요하면 꺼내서 보여주고 설명을 하면 되는 일이다. 
 
나의 목표는 ‘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이다. ‘만권의 책을 읽고 만리의 여행을 하라’는 말인데, 명나라 서예가 동기창(董其昌)은 서화에서 향기가 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고 권했다. 
 
문자 그대로라면 만권(萬卷)은 인쇄술이 발전한 현대에서는 5000권 정도일 것이지만, ‘많은 책’이라는 뜻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또 옛날의 만리(萬里)는 마차나 도보로 여행을 한 것의 기준이고,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항공기로 100만 마일 정도는 다녀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책 6000권 쯤은 읽었고 여행도 100만 마일이상 했으니 일단 목표는 이룬 셈이다. 하지만 나는 정말 1만권 읽기에 도전하고 있다. 대도(大盜) 조세형조차 감옥에서 1500권의 책을 읽었다고 하는데, 세계를 누비는 나는 1만권은 소화를 해야 정신적인 소화불량이 없는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개인의 삶은 책을 얼마나 읽었는지에 따라 뿌리가 깊은 나무가 될 수도 있고 뿌리가 얇게 박혀 있는 나무가 될 수도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기업의 성적표는 재무제표이다. 내가 만난 어떤 회사의 대표는 항상 자기 회사가 잘 나간다고 자랑하곤 했는데 그 회사 재무제표를 보면 부실하기 짝이 없다. 화려한 언변과 좋은 자동차로 위장을 하려고 하지만 은행원들은 매의 눈으로 회사의 부실을 다 뚫어 보고 있다. 
 
독서의 성적표는 현재의 인생일 수 있다. 일 년에 책 서너 권도 읽지 않은 사람들, 외면에는 신경을 쓰지만 내면적인 곳에 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성적표가 좋게 나오기 어렵다. 특히 교류가 많은 사업가들은 표시가 잘 나는 것 같다. 독서를 즐기는 기업인 다수는 경영이 순조롭다. 혹시 난관에 부닥쳐도 쉽게 헤쳐 나올 줄 안다. 한쪽으로 치우친 사고의 틀에서 벗어난 사람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은 사고력도 좋고 문제 해결을 잘한다. 풍류를 즐길 줄 알고 대화를 할 줄 알고, 자기 관리에 뛰어나다. 
 
비즈니스맨들은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 기업들과 사업을 하는데, 갇힌 사고를 가지고 있다면 한계점이 존재할 것이다. 책을 읽지 않는 것은 타인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과 동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은 자기 자신에 큰 자산이 있는 것과 동일하다. 기업도 자산이 많으면 좋지 않은가.
 
 
▲정병도 사장은 1999년 4월 인조피혁제조 및 바닥재 수출회사인 웰마크㈜를 창업한 이후 경쟁기업들이 주목하지 않던 아프리카, 중남미 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해 주목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지구 60바퀴를 돌 만큼의 비행 마일리지를 쌓으며 ‘발로 뛰는’ 해외마케팅을 실천했다.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나 경기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공부했고 고려대학교에서 국제경영석사 과정을, 청주대학교 국제통상 박사과정에서 이문화 협상(CROSS CULTURE NEGOTIATION)을 공부했다. 저서로 ‘마지막 시장-아프리카&중남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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