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을 부르는 적자생존
고참이 되고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많이 가르치려 든다. 자기관리가 중요하고 회사에서 잘 적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의 일환으로 외국어도 배우고 현장 업무도 익히고 운동도 열심히 하라고 말한다.
그런데 내용은 나무랄 데 없이 좋은데, 신입직원 입장에선 하도 많이 들은 공자님 말씀이라서 한쪽 귀로 듣고 반대 귀로 내보내는 현상이 반복된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남는 것이 없는 일회성 훈시로 귀중한 시간을 낭비한 느낌이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직장에서 꼭 해야 할 것으로 간단하고 쉽게 기억하는 방법을 채택했다. 이른바 ‘직장인 적자생존의 3가지 법칙’이다.
회사는 조직이기에 당연히 경쟁이 존재한다. 적자생존 실천을 통해 그곳에서 잘 적응하고 좋은 평가를 받아 즐겁게 회사 생활하면서 남보다 먼저 승진할 수 있으면 매우 좋을 것이다. 물론 승진이 직장 만족도를 모두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동료와 상사들이 인정해주고 있다는 보편적인 기준이라는데 이론이 없을 것이다.
첫 번째 적자생존 법칙은 신입직원부터 꼭 실천해야 하는 내용이다. 모르는 내용이 나와도 듣기 싫은 말을 들어도 상사가 말할 때는 반드시 메모를 하라는 것.
무조건 적자. 글자를 적으라는 의미다. 좋은 내용이라고 인정하거나 잘 듣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 행동이나 마음과는 별개다. 상사가 말할 때 경청하고 나중에 반드시 실천하기 위해 메모까지 한다는 것을 직접 본 상사는 뿌듯해 할 것이다.
극단적으로 내용이 별것 없고 명심하고 있지 않더라도 그런 척해야 한다는 선배의 말을 듣고 웃음을 지은 적이 있다. 물론 잘 적어 업무처리에 활용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설사 적지 않고 있더라도 그런 척을 해야 상사와의 관계가 좋다는 의미다.
사실 업무지시 내용을 잘 적는 것이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듣기만 하면 휘발유처럼 바로 증발하지만, 정리해서 갖고 있으면 제때에 일을 처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것이 쌓여 자기 실력이 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적자생존 법칙은 회사에 잘 살아남으려면 인간관계에서 항상 적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이해타산에 따라 행동한다. 회사라는 조직은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회사 내 관계는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원수관계인 사람이 같은 팀으로 오기도 하고 미워하고 홀대했던 후배가 갑자기 추월하여 팀장으로 오기도 한다.
동료도 마찬가지다. 도움을 요청받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도와주지 않았는데 얼마 가지 않아 반대로 역전된 상황이 발생한다. 앞일은 누구도 모르니 오래 다닐 직장이라면 좀 손해 본다는 기분으로 살아야 한다.
설사 회사를 떠나더라도 새로 채용할 회사가 평판조회를 위해 전에 다니던 직장에 전화를 건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오늘의 적자가 내일의 흑자로 돌아오도록 해야 한다.
적자생존에 대한 세 번째 법칙은 원래 이 사자성어가 갖고 있는 내용이다. 회사 생활과 관련하여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외국어 1개는 필수이고 2개는 선택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제는 2개가 필수라는 말에 모두가 고객을 끄덕인다. 전공이 회사 업무와 관련되면 끊임없는 업그레이드가 필요하고 그 반대면 업무수행에 필요한 현장지식을 쌓는데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기업이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듯 개인도 급여의 일정부분을 재투자하여 누구라도 함께 일하고 싶어가는 실력을 쌓아야 한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끊임없이 습관적으로 실력을 높여야 한다는 점이다.
민영채/W커뮤니케이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