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무서운 고정관념
요즘 개인적인 사유로 탈북자들을 자주 만난다. 그중 대다수는 청년들이다. 언어나 외모는 우리와 차이가 없지만 서구(미국이나 유럽) 출신 외국인보다 한국에 적응하는 것이 어렵다는 말이 들린다. 사고방식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을 방문한 다른 외국인은 언어는 다르지만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에 문제가 없고 문화적 차이도 단시간 내에 이해하기 때문에 한국 정착에 큰 애로가 없지만 북한 출신은 다르다는 점을 단순히 웃고 넘어갈 수 없는 에피소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탈북자들이 필수적으로 받아야 하는 한국 정착에 대한 교육이 있다고 한다. 이를 수료한 것을 축하하기 위해 성대한 저녁이 차려졌다. 형식은 뷔페로 다양한 메뉴가 등장했다고 한다.
참가자 중 한 명이 식사가 끝난 후에 담당자에게 남한도 크게 다른 게 없다고 불만을 제기했다고 한다. 그는 ‘아니, 음식은 잔뜩 차려놓고는 감시원을 배치하여 못 먹게 만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 관리자가 어이없어 하며 불만을 제기한 사람에게 다시 확인하니 탈북자는 뷔페음식을 관리하고 부족한 것이 있으면 채우라고 배치한 뷔페업체 직원을 감시원으로 오해한 것이다. 기존에 살아온 환경과 업무처리 방식에 대한 고정관념이 야기한 촌극 아닌 촌극이다. 좋아하는 메뉴가 많았어도 눈치 보느라 뷔페 후에 더 배고파졌다는 후일담까지 들었다고 한다.
개와 고양이가 원초적으로 가깝게 지낼 수 없다는 이야기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요즘 집에서 개와 고양이를 같이 기르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커다란 이해관계 없이도 싸우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다.
개가 꼬리를 세워 살랑살랑 흔들면 살가움의 표시인데 고양이는 이를 나와 한판 붙자는 도전으로 해석한다고 한다. 또한 개는 앞다리를 들어 같이 놀자는 친근감을 표시하는데 고양이는 이를 내 영역이니 비키라는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고양이의 ‘야옹’이라는 소리는 긍정의 표현이지만 개는 이를 자기에게 짖는 것으로 해석하여 싸움을 불러온다고 한다.
사실 여부를 떠나 기존 입장과 자기에게 익숙한 방식만 고수한다면 절대로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음을 알려주는 귀중한 교훈이다.
직장 내에서 업무를 처리하다보면 대부분 관련 부서가 있기 마련이다. 해당 업무가 여러 부서에 관련된 경우 상대 부서의 입장을 고려하거나 협의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처리하면 안 된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생략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모든 것을 결정한 후에 통보라는 절차를 통해 공유하는 것은 공유가 아닌 강요가 된다.
일 처리에 대한 능숙함은 다른 조직의 반발을 최소화 하는 것이다. 목적에만 매몰되면 여타 부서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게 된다. 긍정적인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생긴다.
그래서 여타 부서장의 합의를 필수화하거나 초안이 나오면 공유하여 최종안을 만드는 작업에 공동으로 참여하게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배려의 순서다. 직원들의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관련되면 연차가 낮은 직원이 먼저 의사를 표현하도록 하고 부서 간에는 현장 팀에게 우선권을 줘야 하다.
업무처리에서 고정관념을 없애는 또 다른 방법은 기존 방식의 장단점을 항상 분석하도록 하고 새로운 기획안에는 아주 일부라도 새로운 내용을 넣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연도별로 반복되는 기안에 ‘복사하기 → 옮겨 붙이기’를 반복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경우라도 반드시 1∼2가지는 새로운 내용이나 개선점이 들어가야 한다. 지난해에 실행한 최선의 방안도 변화된 환경(경쟁자 출현과 고객 이탈 등)으로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제의 정답도 내일에는 오답이 될 수 있으니 고정관념을 벗어나야 한다. 융복합이 대세인 미래환경은 고정관념을 가장 큰 적으로 만들고 있다.
민영채/W커뮤니케이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