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미르 국경분쟁과 인도의 K-방산 붐
 
 
●K2와 설산, 호수가 어우러진 천상의 절경 카시미르 = 카시미르(Kashimir)! 네팔, 인도, 파키스탄으로 이어지는 히말라야 산맥과 중앙아시아까지 3000km나 뻗은 카라코람 산맥이 만나는 곳이 인도와 파키스탄 최북단의 카시미르 지역이다. 에베레스트보다 오르기 힘들다는 세계의 두 번째 고봉 K2(8611m)를 비롯해 8000m 이상의 고봉 4곳을 품은 지역으로, 산악인의 로망 지역이기도 하다.
 
인도 쪽 카시미르의 주도 스리 나가르(Sri Nagar), 그리고 중국과 접경하고 있는 동쪽 라다크(Ladak)를 20여 년에 걸쳐 4번 방문해 볼 기회가 있었다. 이곳 카시미르는 인도에 산재한 수많은 절경, 관광지 중에서도 전문 여행사 및 여행꾼들이 가장 앞자리로 추천하는 지역이다.
 
해발 600m에 위치한 인구 100만의 주도 스리 나가르의 그림 같은 호수와 주변 설산, 그리고 해발 300m에 위치한 제 2위의 도시 잠무(Jammu)까지 남쪽으로 이어지는 300km에 달하는 카시미르 계곡(Kashmir Valley)은 그 수려한 절경으로 인도 영화의 단골 배경이다. 남쪽 아프간 접경지역의 카이베르 고개(Khyber Pass)와 함께 이곳은 북서쪽 외세가 인도아대륙으로 들어오는 양대 침략로였다.
 
반면, 대부분이 3500m 이상 고지대에 위치해 있는 동쪽 라다크 지역은 히말라야 빙하가 녹으면서 내려 준 여러 강과 오아시스 계곡, 민둥산에 얹힌 빙하를 배경으로 한 쪽빛 하늘로, 마치 다른 행성에 와 있는 느낌을 자아내는 곳이다. 
 
라다크 방문 붐을 일으켰던 인도 영화 ‘Three Idiot(세 얼간이)’의 마지막 배경인 팡공호(Pan Gong Lake)는 이 라다크의 인도-중국 간 접경지역의 해발 3800m에 위치한 쪽빛 산정호수다. 이 푸른 호수를 배경으로 2020년 6월 인도-중국군 간 유혈충돌이 일어나 40여명의 사망자를 내기도 하였다.
 
서쪽 카시미르가 건장한 체구와 흰 피부, 턱수염으로 특징되는 이슬람계라면 동쪽 라다크 지역 대부분은 히말라야 산맥 너머의 티벳 지역과 인종, 종교를 같이하는 라마불교계 전통이 깊숙이 배어 있다. 
 
[카시미르 분쟁지역]
●한반도 면적의 분쟁지역… 인도 55%, 파키스탄 30%, 중국 15% 점유 = 총 22만㎢ 넓이의 이 고산지대를 인도가 약 55%, 파키스탄이 30%, 중국이 15%를 사실상 점유하면서 국경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체 인구 2000만 명 중 70% 이상이 인도령에 살고 있고 파키스탄 점령지역은 거의 100% 이슬람이다. 인도령에 사는 사람들은 주도인 북쪽의 스리 나가르 지역에 95%가 몰려 있는데, 덕분에 인도령 카시미르 총인구의 80% 전후가 이슬람, 특히 수니계 이슬람이다. 
 
인도 국경수비대가 통제하는 인도령 카시미르 주요 간선도로에는 몇 km 간격으로 국경수비대의 검문이 반복되고 있고 접경지역 주요 고개에는 어김없이 검문소가 설치되어 있다. 
 
우리의 휴전선에 해당하는 개념으로 인도-파키스탄 접경지역은 Line Of Control(LOC), 인도-중국 접경은 Line of Actual Control(LAC)로 불린다. 심정적으로 이슬람계 주민 대다수가 파키스탄 편을 들지만, 자체 독립 염원도 강하다. 
 
이 지역을 둘러싼 분쟁은 카시미르 자체의 역사, 영국의 식민지배, 인파-종교분쟁과 국경분쟁이 복합된 결과다. 10세기 이래 이 지역은 힌두계의 Lohar, 이슬람 계통의 Sha Mir Dynasty와 무굴제국 지배를 거쳤고, 영국-시크 간 전쟁의 결과로 1847년부터 100여 년 간  대영제국 인도령 내의 자치왕국(Princely State of Kashimir)으로 이어져 왔다. 
 
2차 세계대전 후 힘이 빠진 영국이 물러가면서 종교를 중심으로 인도아대륙을 힌두의 인도와 이슬람의 파키스탄으로 분리키로 하고 힌두와 무슬림계 양정치권이 이에 호응하면서 현재의 정치, 종교지형으로 귀착되었다.
 
독립 당시 영국령 내 자치국 형태로 존재하던 560여 번왕국(Princely State)은 법적으로는 독립이 가능하였지만, 역학구조상 인도, 파키스탄 두 국가 중 한곳으로의 선택을 유혹받고, 강요받으면서 대부분 인도를 택했다. 그러나 인도 중남부의 하이데라바드(Hyderabad), 북서부의 조드푸르(Jodhpur) 등 힘이 센 5곳은 자체 독립을 모색하고 있었다. 
 
1947년 10월 인도-파키스탄 분리가 본격화되면서, 당시 카시미르의 지배자 하리 싱(Hari Singh)도 독립의 눈치를 살피던 중 서카시미르 내 이슬람 세력이 왕궁으로 쳐들어오자 자신의 종교(힌두교)를 이유로 인도에 카시미르를 넘기는 조약에 서명했다. 카시미르를 둘러싼 양국가의 대척점은 이 조약의 유효성을 인정하는가에 기원한다.
 
이 때인 1947년(독립), 1965년, 1971년(방글라데시 독립전쟁), 2002년(카르길(Kargil) 대전투) 등 양국은 총 4차례의 큰 전쟁, 전투를 치렀다. 카시미르 독립 세력 및 파키스탄 지원군과 인도군간 전투, 분쟁은 늘상 있는 인도 신문의 단골메뉴다. 파키스탄이 작심하고 계획한 2002년 카르길 전투 초반기를 제외하면 대부분 인도군의 공세가 압도적이었다. 파키스탄이 1990년대 중반 핵무장한 이유다.
 
인도아대륙을 지배하던 영국은 신해혁명으로 청나라가 멸망하면서 독립을 선언한 티벳왕조와 1913년 영국-티벳 국경조약을 통해 국경선(Mcmahon Line)을 확정했다, 그러나 티벳의 독립성을 부정하고 있는 국민당 정부, 이후의 공산당 정권 등 중국 정권은 1913년 이 조약을 원천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2020년 6월 갈완계곡에서 중국군과 인도군의 유혈충돌 후 카시미르 지역에서의 양국 긴장은 지속되고 있다. 유혈충돌 이후 약 3개월이 지난 9월 인도령 카시미르주 스리 나가르 북동쪽에 있는 가간기르의 고속도로에서 인도군 호송 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당시 인도는 라다크 분쟁 지역에서 중국군이 도발적 군사행동을 벌여 이를 저지했다고 밝혔으나 중국군은 도발은 인도군이 감행했다며 대응에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스리 나가르=AP/뉴시스]
●카시미르 분쟁과 100억 달러로 확산되는 인도 내 K-방산 붐 = 티벳 망명정부를 둘러싼 대립으로 1962년 겨울 카시미르 및 북동부 아루나찰프라데시(Arunachal Pradesh)에서 한 달 간 벌어진 1차 인도-중국 전쟁은 한국전쟁으로 단련된 중국군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고, 15년 집권 네루의 몰락을 가져왔다. 
 
이후 인도 북동쪽의 아루나찰프라데시와 라다크 지역에서의 양국 간 신경전은 2020년 6월 라다크 지역의 갈완(Galwan) 계곡 전투에서 인도군 20명이 사망하면서 폭발했다. 인도는 카시미르 지역에 공식 병력만 30만을 배치하고, 라다크 내 군사인프라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군도 티벳 접경지역의 도로 확충과 장비, 부대를 급속히 확대하고 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곳 3국 중 중국과 파키스탄은 경제, 군사적 동맹관계다. 싱가포르 말래카 해협 봉쇄에 대비한 전시 해상운송로 확보 수요와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만나는 지역이 파키스탄이다. 파키스탄 협조를 통해 추진된 미국의 아프간 침공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2000년대 중반 이후 중국-파키스탄 간 정치, 외교, 경제, 군사적 협력관계는 공고화되고 있다.
 
파키스탄 제 1의 도시이자 카라히(Karahi) 서쪽의 과다르항(Gwadar Port)은 중국 함대의 주요 기착항이며 이곳과 중국 신장 자치구를 연결하려는 철도노선을 중심으로  파키스탄-중국 경제회랑(Pakistan China Economic Corridor)이 본격 개발 중에 있다. 
 
200억 달러가 넘는 양국 간 교역액은 파키스탄 대외교역의 절반 이상에 달하고 최근 IMF 구제금융 중인 파키스탄에 중국은 23억 달러를 지원했다. 현재 파키스탄 무기류 대부분이 중국산으로 양국 간 군사협력도 급속히 강화되고 있다. 
 
이에 맞서 인도는 최근의 국제정세 변화로 미국산 무기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인도군은 전통적인 경제, 군사협력국인 러시아제 무기체계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장비 노후화와 성능 문제를 안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전차, 대포, 항공기, 전함 등 모든 방면에서 무기 국산화를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지만, 배후 제조업 취약, 만연한 방산비리, 취약한 개발 및 지원체계로 시제품 프로젝트 대부분이 출시까지 30년이 넘게 걸리고 있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 한화디펜스는 2018년부터 7억 달러 규모의 K9 Bajra(천둥의 힌디어) 자주포 현지화 모델 100문 중 41문을 50:50 지분의 인도 파트너, L&T의 구자라트주 공장을 통해 계약보다 몇 달 앞당긴 2020년 3월 실전 배치했다. 당시 직접 시승한 인도 모디총리는 유례가 없는 조기 출하와 성능에 큰 만족을 표시한 바 있고, 이에 앞서 2018년 말 한국에서 인도받은 K-9 자주포 10문은 인도와 파키스탄 간 실전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이러한 인도내 K-방산 성과는 1,000여대에 달하는 K-9 자주포의 추가 생산, 장갑차, 전투기, 군함 도입 논의 등 여타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인도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은 세계 2위의 무기 수입대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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