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코로나 방역 속에 지난 9월 5일 제10회 중국국제서비스무역교역회(CIFTIS)가 71개국 7000개 넘는 국내외 기업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한 가운데 폐막했다.
이 교역회는 치열한 미-중 충돌 속에서도 글로벌 포춘 500대 기업 중 400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이 참석해 총 1339건의 프로젝트가 체결되는 등 성황을 이뤘다.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국제서비스무역교역회는 시진핑 주석의 지난 10년 집권 기간과 그 맥을 같이 한다.
시 주석은 개막식 축하 서한에서 “국제서비스무역교역회는 중국 서비스산업의 개방 및 협력 확대, 그리고 혁신 개혁을 위한 중요한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이미 서비스 산업 강국
중국은 2013년을 기점으로 서비스 산업이 2차 제조업을 추월하며 중국 GDP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21년 기준 3차 서비스 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4.9%로 39.4%의 2차 제조업을 월등히 앞서고 있다.
중국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중국 서비스무역의 지난 10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6.1%, 누적 무역액이 4조 달러를 넘어서면서 8년 연속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서비스 시장 규모도 2013년 이후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서비스 수입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2022년 상반기 중국의 서비스 수출입액은 전년동기대비 21.6% 증가한 2조8900억 위안(약 576조 원)을 기록했다.
[그림] 중국 서비스 무역액 변화
*출처: 중국 상무부
한편, 중국 서비스 산업의 개방과 성장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의 중국 진출도 기존의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 산업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2021년 중국의 실제 외국인 투자액은 약 1조1500억 위안(약 240조8500억 원)으로 전년대비 14.9% 증가했는데 그중 서비스 산업이 79%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금융, 환경, 헬스케어, 과학기술 서비스 영역을 중심으로 중국진출이 가속화되는 추세이다.
중국 서비스산업의 성장과 글로벌기업들의 진출 배경은 ▷첫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서비스 산업 육성정책 ▷둘째, 외국자본 유치를 위한 서비스 시장의 대외개방 확대 ▷셋째, 중산층의 소득증가 및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 등의 요인을 꼽을 수 있다.
따라서 우리기업들도 급성장하는 중국 서비스 시장에 대한 진출과 협력을 강화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
산업과 업종 구분 없이 ‘묻지마 탈중국’이라는 고정된 프레임에 갇혀 세계 2위의 서비스 수입 시장을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한-중 서비스∙투자협정이 만들 기회
무엇보다 진행 중인 한-중 FTA 후속협상인 서비스∙투자협정이 타결된다면 우리기업에게는 중국진출의 좋은 돌파구가 될 수 있다.
효과적인 중국 서비스 시장진출을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모두 다각적인 노력과 핵심 서비스 영역으로 집중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한중양국은 2015년 12월 발효된 한중 FTA의 후속협상을 위한 지침에 따라 2018년 3월부터 서비스∙투자관련 후속협상을 9차례 진행해 오고 있다.
그러나 미중무역전쟁과 코로나 사태, RCEP 발효를 위한 후속 조치, 한중관계 악화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협상의 진전이 더딘 상태였다.
다행히 지난 7월 중순 양국 서비스투자협정의 수석 대표 간 화상회의가 진행되면서 향후 양국 간 타결을 위한 협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한-중 FTA 서비스∙투자 협정이 올해 초 발효된 RCEP 서비스 영역의 개방 수준과 폭이 비슷할 경우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점이다.
RCEP이 기존 FTA 대비 서비스 및 투자분야에 있어 시장개방 수준을 높인 협정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한-중 FTA 서비스∙투자협정은 좀 더 높은 개방수준 혹은 확대된 서비스 영역의 개방이 필요하다.
따라서 촘촘하고 세밀한 조사를 통해 우리 경쟁력과 경제적 효과에 기반한 적극적인 협상이 진행되어야 한다.
우리기업 또한 개방 폭이 커져가는 중국 서비스 시장 진출을 위한 현지화 경영, 현지 파트너십 강화 등 차별화된 접근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3대 중국 서비스 시장 변화에 주목
필자는 중국시장 개방 확대와 한-중 FTA 서비스∙투자협정 체결에 대비, 향후 3대 중국 서비스 시장의 변화와 성장에 주목하고 있다.
첫째, 점차 커져가는 중국 금융자본시장을 적극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상하이 커촹반을 활용한 한중 과학 및 기술서비스 자본협력 모델을 구축하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상하이 커촹반은 녹색산업, 헬스케어, 첨단산업 분야 기업의 상장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향후 한중 합자기업을 설립하고 상하이 자본시장을 활용하는 기회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
한국은 기술과 장비를 현물 출자하고 중국은 자금과 토지공장, 운영자금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합자기업을 설립해 커촹반에 상장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금융자본의 중국진출 가속화가 주는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둘째, 커져가는 중국 친환경서비스 시장 진출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친환경 및 저탄소 경제는 향후 중국정부가 주도적으로 키우는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2021년 기준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으로 2006년부터 탄소 배출량 규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시 주석은 대외적으로 206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그에 따라 지역별, 업종별 중장기 탄소 저감을 위한 중장기 추진전략이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그 결과 2021년 중국의 GDP 단위당 에너지 소비는 2012년 대비 26.2% 하락했고, 지난 10년 동안 탄소 집약도는 약 34% 감소했다.
이번 10회 교역회에서 처음으로 환경서비스 세션을 신설해 저탄소 에너지, 탄소중립 및 친환경 기술 관련 주제를 집중적으로 소개한 것도 바로 그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에너지 저감기술, 친환경 저탄소 클라우드 컴퓨팅 서버, ESG 탄소 발자국 계산 등 댜양한 신제품이 소개되었고, 24개의 관련 포럼 및 콘퍼런스가 진행되었다.
따라서 우리 친환경 제품 및 서비스기업들의 적극적인 시장탐색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메타버스, VR, AR 등 4차산업기술 기반의 서비스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이다.
메타버스 기반의 디지털 산업이 문화콘텐츠, 디스플레이, 블록체인 등 산업과 융합되면서 새로운 과학 및 기술서비스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추세이다.
2021년 과학 및 기술서비스 업종으로 중국에 투자한 외국투자기업수가 전년대비 42% 급증해 노동집약형 기업의 탈중국과 대조적인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정부의 서비스 산업육성은 시진핑 경제인 ‘시노믹스(Xinomics)'의 중요한 영역이다. 따라서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중국 서비스산업의 변화와 성장에 주목해야 한다.
(다음 호에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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