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3.0시대, 신년사에 비춰진 미래담론
‘위드 코로나’ 시행과 그에 따른 확진자 급증으로 인해 전국이 어수선하던 지난 12월 31일 저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번째 신년사를 발표했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국내외 상황과 시 주석의 3번째 임기가 시작되는 신년사라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중국이 당면한 주요 이슈에 대한 향후 정책방향과 미래담론을 예측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번 신년사 내용을 분석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특히 20차 당대회 이후 시 주석의 권력이 더욱 강력해진 상황에서 중국의 향후 변화와 고민을 살펴볼 수 있다.
13분 동안 진행된 신년사가 서방의 관점에서 매우 평범하게 들릴 수 있으나 결코 그렇지 않다. 직설적인 표현보다 매우 함축적이고 우회적인 표현을 통해 중국 공산당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만큼 중국은 표현 속에 숨어 있는 의미와 속내를 간파하기 어려운 ‘고맥락(High Context)’ 사회이기 때문이다.
고맥락의 사회는 일반적으로 관조직적, 전체론적, 통합적 배경을 기반으로 형성되는 것으로 비언어적 표현, 물리적 배치, 사회적 환경 등이 강조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시 주석 집무실에 배치된 소품, 사진 등을 통해 그 의미와 내포된 함의를 추론하는 ‘소품 혹은 사진의 정치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시 주석은 작년 한해 어려운 시기에서도 중국의 성과와 업적을 일일이 언급함으로서 인민들에게 공산당의 명분과 당위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당면한 다양한 대내외 어려움을 언급하고 그에 따른 내부단결을 강조했다.
미래담론1 : ‘중국지혜’와 ‘중국방안’
필자는 무엇보다 이번 신년사를 통해 크게 3가지 미래담론에 주목하고 있다. 첫째, ‘중국지혜(中国智慧)’와 ‘중국방안(中国方案)’이 가지는 미래담론이다. 시 주석은 ‘인류평화와 발전을 위해 중국지혜와 중국방안을 기여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언급했다.
여기서 ‘중국지혜’는 무엇이고, ‘중국방안’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2가지 모두 18차 당대회 이후 지금까지 시 주석의 대내외 국정철학과 외교정책을 관통하는 키워드이다.
중국지혜는 2017년 1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글로벌 경제발전에 중국지혜가 공헌을 할 것이다’라고 언급하면서 알려졌다. 결국 경제대국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해 세계경제성장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중국지혜는 중국식 성장과 발전경험을 통한 주변국과 협력확대, 타이완 문제해결을 위한 시진핑식 국정외교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지혜가 가지는 함의는 생각보다 매우 포괄적이고 방대하다.
대내적으로는 반부패 척결을 위한 정풍운동 및 공산당 기강 강화, 중국 빈곤탈피 경험의 개도국 전파와 홍콩, 마카오에 기반한 타이완 일국양제 필요성 등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대외적으로는 일대일로의 지속적인 확대와 주변 연선국가들과의 경제협력 확대를 통한 세계경제 번영과 발전에 공헌하겠다는 것이다. 비록 타이완 통일 및 일대일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중국지혜라는 단어에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다.
한편, ‘중국방안’이라는 용어는 2014년 브릭스 제6차 정상회의 기간 중 주석이 중국 외교정책과 중국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언급했고, 그 이후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중국방안의 함의는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중국은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고, 또한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자세로 외부사회와 소통∙대화를 통해 국제사회 발전과 평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중국은 세계경제 2위의 대국으로서 세계경제발전과 글로벌 기후변화, 빈곤문제 등 국제이슈에 대해서 핵심적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중국지혜나 중국방안에 내포된 함의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글로벌 외교무대에 참여하고, 다자협력기구를 통해 중국의 영향력과 글로벌 리더십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비록 신년사에 중국의 외교정책방향에 대해 언급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중국지혜와 중국방안 두 단어를 통해 중국의 향후 글로벌 외교정책 방향을 예측할 수 있다.
미래담론2 : 내부단결로 외부압박 대응
둘째, 내부단결을 통해 미국의 거센 압박과 제재에 대응해야 한다는 미래담론이다. 대내외 어려운 상황이 더욱 심화되고 있어 14억 인민의 단결이 무엇보다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시 주석은 ‘범기지난이도기지원(犯其至難而圖其至遠)’이라는 북송의 대표적 문학가 소식의 사치론(思治论)에 나오는 문장을 인용하며 점차 고도화되고 있는 미중간 첨단기술전쟁을 비유했다. 이 말은 미중 전략경쟁이 본격화되고 서방의 중국체재에 대한 논쟁이 심화되던 2018년 이후 시 주석이 중국특색의 사회주의를 강조할 때 자주 언급하는 문구 중 하나로 유명하다.
‘가장 어려운 난관을 돌파하고 가장 원대한 목표를 추구한다.’ 라는 뜻으로 미국제재에 막혀 중국의 첨단기술 굴기가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공이산’의 정신으로 포기하지 않고 버티며 꾸준히 나가면 반드시 기술자립을 할 수 있다는 의미를 비유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올해 미국의 대중국 첨단산업에 대한 제재의 강도가 더욱 심화될 것이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내부단결 밖에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시 주석은 송나라 학자인 장재(张载)의 서명(西铭)에 나오는 ‘간난곤고, 옥녀어성(艱難困苦, 玉汝於成)’의 문구를 인용하며, 중국이 처한 힘든 상황을 암시하고 있다. 이 말은 ‘모든 고난과 어려움은 옥돌을 연마하는 것처럼 결국 자신을 더욱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으로 중국이 처한 힘든 상황이지만 공산당의 노력과 굳은 신념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국내외 힘든 상황을 직시하고 공산당을 중심으로 인민단결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술패권을 둘러싼 미중관계는 더욱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담론 : 경제회복과 성장지속
셋째, 경제회복과 성장을 위한 미래담론이다. 시 주석은 신년사에서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을 유지하며, 2022년 GDP가 120조 위안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2022년 중국 GDP는 전년대비 3% 증가한 121조 207억 위안(약 2경 2,038조 원)으로 사상 최초로 120조 위안을 돌파했다.
시 주석은 제로 코로나로 인해 소비위축 및 수요감소, 수출하락 등 3중고 속에서도 예상 목표치에 못 미치는 3% 성장률이지만 올해는 기저효과와 소비활성화에 힘입어 경제회복이 본격화 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나아가 2035년 경제규모로 미국을 추월할 수 있도록 본격적인 시동을 걸겠다는 의지도 담겨있다.
최근 발표된 골드만삭스 보고서에서 2035년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고, 하버드대학 벨퍼센터도 지금의 궤도라면 10년 안에 중국 GDP가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경제성장은 공산당 존립의 명분이다. 개혁개방 지난 40여 년간 중국은 경제성장을 통해 사회주의 체재와 당의 우수성을 선전해 왔다.
따라서 올해 경제회복과 성장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부양정책과 리스크 관리가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외부 껍데기를 보지 말고, 내부 알맹이를 봐야 한다. 중국의 변화와 진화는 계속 될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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