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플러스’ 전략의 함의와 미래변화는?
중국 정부가 지난 1월 18일 공업정보화부 등 17개 부처 공동으로 ‘로봇플러스 응용행동실시방안(机器人+应用行动实施方案)’을 발표했다. 로봇플러스 행동방안은 2015년 ‘인터넷플러스 행동계획’이 발표된 후 ‘플러스(+)’라는 이름으로 명명된 2번째 공식 문건이라 대내외적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터넷플러스 계획은 인터넷과 전통산업의 융합을 의미하는 것으로 모바일 인터넷∙스마트도시∙사물인터넷∙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기존 제조업과 융합시켜 전자상거래, 핀테크 등 4차산업혁명의 발전을 고도화시킨다는 국가전략사업이었다.
로봇플러스 전략도 그런 맥락에서 로봇산업과 기타 산업∙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로봇 전후방산업 및 기술역량을 제고시켜 미래첨단경쟁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첨단기술∙제조강국 및 디지털차이나 건설을 가속화시켜 중국식 현대화를 더욱 공고히 하는 국가전략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이미 글로벌 로봇시장에서 기술 및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중국의 시장점유율과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중국 로봇산업발전보고서에 의하면 2022년 중국 로봇산업시장규모가 174억 달러로 지난 5년간 연평균 22% 성장하고 있다. 그 중 산업용 로봇이 87억 달러, 서비스 로봇이 65억 달러, 특수로봇이 22억 달러로 특히 산업용 로봇시장에서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세계로봇연맹(IFR) 자료에 의하면, 중국 산업용 로봇시장은 2013년부터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고령화, 저출산, 노동력 부족, 인건비 상승요인으로 인해 서비스 로봇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중국 서비스 로봇산업의 성장세도 만만치 않다.
현재 중국이 글로벌 서비스로봇시장의 30%를 차지하며 해외수출도 늘어나는 추세다. 예를 들어 한국 청소로봇시장의 54%, 서빙로봇시장의 70% 이상을 메이드인 차이나가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따라서 로봇플러스 전략의 발표가 가지는 함의는 매우 남다르다.
기존 산업용과 서비스 로봇산업성장을 바탕으로 AI와 빅데이터, 드론 등 첨단산업과의 연계, 융합을 통해 제조∙농업∙에너지∙의료∙교육∙군사 등 다양한 영역의 산업기술을 고도화 하겠다는 것이 로봇플러스 전략의 핵심이다. 시진핑 주석의 3기 집권과 함께 시작되는 로봇플러스 전략이 가지는 함의와 목적은 크게 2가지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첫째, 로봇산업의 질적 고도화를 통해 제조대국에서 제조강국으로 전환을 더욱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중국 정부는 제조업의 자동화 정도를 가늠하는 핵심지표인 로봇밀도를 2025년까지 2020년 대비 2배로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봇밀도는 노동자 1만 명당 로봇대수를 의미한다. 2020년 중국의 산업용 로봇밀도가 246대이니 2025년까지 500대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 밖에 로봇플러스 정책의 향후 구체적 목표와 방향성도 명확히 적시하고 있다. 제조∙농업∙에너지∙의료건강∙비즈니스 물류 등 10대 핵심로봇 중점영역을 지정했고, 감속기∙서보모터∙센서∙제어기∙통신관제시스템 등 100가지 로봇관련 혁신응용기술 및 솔루션의 자체 제조역량을 확보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나아가 200개 이상의 로봇과 연계된 첨단기술을 선정해 정부가 제도적으로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감속기∙서보모터∙제어기는 로봇산업의 3대 핵심부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 원천기술을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다. 중국은 로봇관련 핵심기술 및 부품소재의 자급비율을 2025년까지 70% 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또한 첨단로봇산업 생태계의 구축과 관련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지역별 로봇산업 클러스터 우대혜택과 지원을 더욱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중국 최초의 첨단로봇 클러스터인 베이징 이촹(亦创)스마트로봇 산업혁신단지, 장수성 쿤산의 하이테크 로봇산업단지, 충칭의 량장신구 로봇산업단지 등 전국적으로 10개 설립된 첨단로봇클러스터를 SW, R&D, 소재부품, 제조 등 각 생태계별로 특화시켜 집중 육성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향후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이는 미중간 기술패권과 경제안보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고, 이를 위해 특수용 로봇산업을 국가차원에서 전략적으로 키워나간다는 방침이다. 반도체∙AI∙항공우주 영역뿐만 아니라 미래첨단로봇을 두고 미중간 기술경쟁 및 경제안보 이슈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첨단로봇은 반도체, AI, 머신러닝, 시각기술, 라이다, 컴퓨터비전, 자율주행차 등 첨단기술 전영역과 연동되어 있다. 이는 결국 미중간 충돌하고 있는 첨단기술패권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로봇플러스 정책의 숨어 있는 핵심키워드가 바로 군사∙경제안보를 위한 첨단로봇산업의 자립이다. 로봇플러스 정책에 참여한 17개 정부기관 중 하나인 ‘국가국방과학기술공업국’은 핵∙항공우주∙무기∙군함∙전자기기 등 중국군수산업의 전략첨단기술을 연구하고 실용화를 담당하는 핵심기관이다.
따라서 반도체, AI와 같이 로봇산업을 국가의 전략자산으로 정부가 직접 육성해 미국 등 선진국에 대응하겠다는 숨은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AI가 부분적으로 활용되면서 향후 킬러로봇, 드론로봇 등 출현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심화되는 시점에서 AI와 융합된 군수용 특수로봇이 향후 글로벌 패권지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로봇산업 로드맵 개정과 국가로봇이니셔티브(NRI) 추진을 통해 제조업∙의료∙헬스케어∙서비스업∙우주∙군사 등 6개 분야의 향후 로봇산업 발전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특히, 로봇산업 육성정책이 기존 산업용 로봇 중심에서 항공우주∙군사 등 특수용 로봇산업으로 무게중심이 점차 이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견제 목적인 바이든 정부의 혁신경쟁법에도 AI와 첨단로봇산업 육성과 지원이 포함되어 있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첨단로봇산업이 향후 군사 및 경제안보 패권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은 AI기반의 지능형로봇 기술고도화와 관련 원천기술확보를 통해 향후 펼쳐질 로봇패권경쟁과 미래사회변화에 적극 대응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간 첨단로봇을 둘러싼 경쟁은 결국 우리에게는 또 다른 기회와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2023년 글로벌 4대 로봇강국 목표를 설정했고, 윤석열 정부에서는 로봇, 반도체 등 첨단산업 수요연계 및 R&D 강화를 통해 '로봇 세계3대강국' 목표를 제시했다. 이처럼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로봇산업은 매번 국정핵심공약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문제는 각 부처간 이해관계가 촘촘히 연결되어 있는 로봇생태계에서 어떻게 과감히 규제혁신을 할 것인가이다. 정권에 관계없는 정책의 일관성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미·중·일·EU 등 국가간 일어나고 있는 로봇기술패권 선점경쟁에서 도태되고 말 것이다. 2022년 발표된 정부의 지능형 로봇실행계획을 좀 더 세분화시켜나감과 동시에 기타 산업과의 융합발전을 위한 한국판 지능형 로봇플러스 전략도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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