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본시장 변화에 주목하자
지난 1월 18일 중국 외상투자기업 최초로 ‘쑤저우 오우푸 지단(欧福蛋业, OVODAN Egg) 주식회사’가 성공적으로 베이징증권거래소에 상장(IPO)되면서 향후 외국기업의 중국 자본시장 진출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쑤저우 오우프’는 덴마크 토로니코(THORNICO) 그룹 계열사 중 하나인 오브단(OVODAN)이 2004년 장쑤성 쑤저우에 투자해 설립한, 계란설비 및 식품가공을 전문적으로 하는 중외합자기업이다.
토로니코는 아버지와 아들인 토르(Thor)와 크리스티안 스타딜(Christian Stadil)이 운영하는 덴마크 가족기업으로 식품, 식품기술·포장, 스포츠·패션, 해운, 부동산 등 다양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 그룹이다.
특히 계란 등 식품 관련 분야에서 매우 독보적인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덴마크 오브단 본사가 중국 합자법인의 절대 지분인 87.96%를 가지고 있다.
쑤저우 오우프는 중국 내 KFC, 타이완 베이커리 브랜드 85℃, 중국 베이커리 체인인 하오리라이(好利来) 등 대표적 패스트푸드 및 베이커리 기업에 신선한 계란 및 다양한 가공식품을 판매하며 성장했다. 현재 쑤저우, 텐진, 광둥에 R&D, 생산 및 판매 등 3개의 중국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중외합작기업의 중국증시 상장 본격화
특히, 2021년 11월 베이징증권거래소의 설립 목적이 장외시장인 신삼판(新三板)과 상하이·선전증권거래소를 연결해 기업의 성장단계별 자금조달을 지원하기 위한 것임을 감안하면 쑤저우 오우푸 지단이 향후 베이징거래소에서 상하이(혹은 선전) A주 거래소로 전환상장도 가능해 보인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베이징거래소 상장기업이 시가총액, 매출, 순이익 등 방면에서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상하이거래소 커촹반(科创板) 혹은 선전거래소 촹예반(创业板)으로 전환상장이 가능하다.
이미 상하이거래소로 전환상장을 한 꽌뎬팡우(观典防务, SH688287, 드론기업), 선전거래소로 전환상장을 한 타이샹구펀(泰祥股份, SZ301192, 자동차 엔진부품), 한보가오신(翰博高新, SZ301321, 디스플레이 장비부품)의 성공 사례가 있다.
따라서 오우프 지단기업도 베이징거래소에서 회사 규모를 키우고 난 뒤 향후 더 큰 유동성 확보를 위해 상하이 및 선전거래소로 전환상장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자본시장 활용법 고민해야
중외합자기업으로 덴마크 오브단의 중국진출과 성공적 상장사례가 주는 시사점은 남다르다. 따라서 우리 기업 입장에서 점차 커지는 중국 금융자본시장을 어떻게 활용하고 올라탈 수 있을지에 대한 냉정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돈(money)은 시장이 있고 돈이 모이는 곳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많은 한국기업이 반중 및 혐한의 레토릭에 묻혀 중국 자본시장 변화에 관심이 없는 데 반해 미국 및 유럽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중국 자본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지난 2020년 4월 1일부터 중국 증권 및 펀드 운용사, 선물기업에 대한 외자지분비율과 적격외국기관투자자(QFII)/위안화 적격외국기관투자자(RQFII)의 한도규제를 완전히 철폐한 뒤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중국진출은 더욱 빨라지는 추세다.
2022년 10월 기준 중국증시 시가총액이 80조 위안(약 1경5139조 원)을 넘었고, 채권시장 규모도 150조 위안(약 2경8385조 원)을 넘으며 미국에 이어 세계 2대 글로벌 자본시장으로 성장했다.
급팽창하는 중국 자본시장을 보고 진출한 외국계 은행, 증권사, 펀드 및 기타 각종 금융관련기구 수도 이미 200개가 넘는다.
외국계 자본의 중국 자본시장 내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로, 중국 주식시가총액에서 외국자본 비중이 2017년 1.9%에서 2022년 8월 기준 4.3%로 늘어났고, 채권시장 총액 비중은 2017년 1.3%에서 2.8%로 늘어났다.
지난 2017년 국무원이 ‘대외개방과 적극적인 외자 이용조치에 관한 통지(关于扩大对外开放积极利用外资若干措施的通知)’를 발표하면서 외상투자기업의 중국증시상장 및 회사채 발행 준비가 본격화되는 분위기이다.
나아가, 2022년 10월 20차 당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미국 주도의 첨단제조업 공급망 구축에 맞서 외국 우수 선진제조기업 유치를 위해 발표한 ‘제조업을 중심으로 외국자본 유치확대 및 질적 향상을 위한 정책 조치(关于以制造业为重点促进外资扩增量稳存量提质量的若干政策措施)’가 발표되면서 더욱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이 조치에서는 향후 거래소 조건에 부합하는 외국기업의 중국 자본시장 접근을 더욱 용이하게 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상하이, 선전, 베이징거래소 상장과 회사채 발행을 통해 외국기업의 자금융자 기회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미중 갈등과 기술자립 등 대내외적 변수는 향후 중국 자본시장의 지속적 개방과 변화를 가속할 것이다.
지난 3월 양회 전인대에서 통과된 국무원 기구 개편안에서도 금융 및 자본시장 관련 정부조직변화가 가장 두드러지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상장 이전 신삼판 거래소 노려볼 만
기존 중앙은행중심의 수직적 구조인 ‘1행(인민은행)-2회(증권감독관리위원회,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에서 수평적 구조인 ‘1행(인민은행)-1국(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1위(증권감독관리위원회)’의 체제로 전환되었다.
새로 신설되는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이 증권 업무를 제외한 기타 금융업을 총괄하고, 기존의 지방금융감독 관리기능이 총국으로 이전되면서 더욱 강력한 중앙집권적 관리·감독체계로 전환되었다.
최근 중국경제의 가장 큰 이슈로 대두된 지방정부 부채, 부실금융기관, 그림자금융 등 리스크에 중앙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도다.
한편, 글로벌 자본시장변화에 따른 리스크 대응과 중국 자본시장육성을 위해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를 국무원 직속 기구로 승격시키며 그 무게감이 더욱 커졌다.
승격된 증감회는 기존 국유발전개혁위원회에서 맡았던 국유기업 채권발행심사와 인민은행이 관리했던 채권시장도 증감회로 이관될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증감회의 역할과 기능이 확대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돈을 벌기 위한 사업과 비즈니스는 냉정한 사고와 치밀한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우선 우리의 장외거래시장인 코넥스와 비슷한 신삼판이 베이징거래소 상장을 위한 사전 성격인 만큼 주거래 상장 이전 신삼판 거래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신삼판은 일반적으로 중소 하이테크 혁신기업의 매출 및 시가총액에 따라 기본층(基礎層)→혁신층(創新層)→정선층(精選層)의 총 3단계로 구분된다.
가장 높은 단계인 정선층(핵심층)에 속해 있는 중소기업들이 베이징거래소에 상장되는 것이 기본적인 상장 룰이다.
비록 하이테크, 첨단제조업 중심으로 구성되나 현대농업, 식품, IT서비스 등 산업군 기업들도 있기 때문에 업종과 관계없이 향후 성장 가능성과 혁신기술 역량이 있는 우리 기업들은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중국은 제조산업의 공급망 구축과 기술자립을 위한 자국 기업 자금지원을 위해 자본시장을 더욱 키워나갈 것이다. 그에 따른 투자와 비즈니스 기회의 틈을 찾아내는 혜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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