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특화 상품 전략 ‘통했다’
• 회사 설립 : 2019년 10월
• 분야 : 화장품 제조업
• 회사 이름(포메데시)에 담긴 뜻 : Peau+médecine(프랑스어로 피부+ 의료). 고객의 피부 고민을 진단하고 개선하는 화장품 개발
• 사업 목표 :10년 안에 러시아에 포메데시 브랜드로 한국 우수 화장품·생활용품 매장 1만 개 개설
충북 청주에 있는 화장품업체 포메데시. 올해(2022년) 수출 300만 달러를 바라보는 업체이지만 아직 이 회사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국내에서는 상품 판매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100% 해외 고객을 대상으로 화장품을 만든다. 러시아 비중이 절대적이다. 수출 과정이 흥미롭다.
연구자와 러시아 마케터의 만남
정부 연구기관에서 분자과학기술을 연구하던 박기상 포메데시 대표는 2018년 지인을 통해 러시아에서 10년 넘게 거주한 현지 마케팅 전문가 정이완 씨를 만났다. 그는 현재 포메데시 이사를 맡고 있다.
분자과학기술을 연구하며 화장품 분야에 관심을 두던 박 대표는 정 이사로부터 러시아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의 높은 인기에 관해 들었다. 둘은 곧 의기투합했다. 정 이사는 1년 가까이 현지 시장 조사를 진행했다. 현지 화장품 매장을 방문해 조사하기도 하고 보유 고객 정보를 활용한 설문조사도 실시했다.
박기상 포메데시 대표는 “러시아인 1만 명 이상을 조사했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시장 진출 가능성을 확인한 박 대표는 2019년 10월 마침내 포메데시를 창업한다.
박 대표는 “설문조사로 러시아 사람들이 피부 노화가 빨리 오고 이 때문에 주름에 민감하다는 것을 파악했다. 여기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면 통할 것으로 확신했다”며 “춥고 건조한 날씨가 긴 만큼 영양과 보습제품은 기본적으로 잘 판매될 것으로 봤다”고 창업 결심 배경을 설명했다.
콜라겐 슬리핑팩 탄생
그렇게 해서 나온 첫 제품이 창업 2년차에 나온 슬리핑팩이다. 파우치 형태의 마스크팩이다. 마침 당시 마스크팩이 내용물의 피부 흡수율이 낮다는 조사 결과를 듣고 개발했다.
박 대표는 “25g 마스크팩을 붙여도 실제로 얼굴에 흡수되는 비중은 4g 정도라고 들었다”며 “이에 착안해 4g 슬리핑팩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현지에서 콜라겐 함유 화장품에 대한 인기가 높은 시점이어서 회사는 콜라겐 슬리핑백으로 러시아 시장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개발했다.
박 대표는 “한국 브랜드가 인기가 높았지만 높은 가격 때문에 러시아 일반 소비자들이 쉽게 구매하지 못했다”며 “러시아 일반인 소득 수준에 맞춰 가격을 책정해 공급했다”고 설명했다.
전략은 통했다. 정이완 이사가 현지 바이어를 바로 찾은 것. 바이어는 큰 관심을 보이며 구두상으로는 첫해에만 200만 달러 구매 의사를 나타냈다. 그때가 2020년 초반이었다.
대형 수출 계약을 막아선 ‘코로나’
대형 계약을 앞두고 대대적으로 원료를 구매하고 생산설비 확보에 나섰던 포메데시에 대형 악재가 터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러시아 수입업체가 추가 주문을 잠정 홀딩한 것.
박 대표는 “대략 1억 원 정도를 투입해 장비를 사고 부자재, 원자재를 구매했었다”며 “생산설비 설치를 위해 대형 공간도 임대한 상태여서 정말 난감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제품은 모두 러시아 시장에 맞춰 제작한 상태인 데다가 다른 지역 역시 코로나19 불똥이 터진 상태여서 마땅히 해법을 찾기가 힘들었다.
박 대표와 정 이사는 위기 상황을 넋 놓고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우수 바이어를 확보한 만큼 이들을 활용해야겠다고 판단했다. 우선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국내 화장품업체들에게 러시아 수출 대행 사업을 제안했다. 한시적으로나마 회사를 운영하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수출 대행 사업으로 큰 이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회사 운영자금을 마련하는 데는 성공했다.
위기 후 기회를 노리며 과감한 투자
포메데시는 러시아 시장에 흥미를 느꼈다. 한국 화장품에 대한 인기가 높은 데다가 우수한 품질을 적정한 가격에 공급한다면 충분히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고 봤다.
회사는 제대로 러시아 시장을 관리해야겠다고 보고 현지 마케터 3명을 뽑았다. 정 이사를 포함 러시아 전담 마케팅 인력이 4명이 된 것. 이들은 러시아 도매상들에 접촉했고 하나둘 채널을 열기 시작했다.
투자는 성과로 나타났다. 2020년 1만 달러를 약간 넘었던 수출실적은 2021년 72만 달러로 급증했다. 국내와 달리 러시아에서는 2021년부터 코로나19 불안감이 거의 사라지고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게 되면서 화장품 수요가 많이 늘어난 것.
박 대표는 “정이완 이사 가족이 러시아에 있어 수시로 현지 코로나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2020년 말부터 러시아에서 코로나바이러스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며 “곧 화장품 시장이 열린다는 직감을 갖고 대대적으로 마케팅을 펼쳤다”고 설명했다.
1년여 만에 다시 찾아온 위기, 그리고 해법
순항하던 회사는 또 다시 악재를 만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이다. 단기간에 끝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길어졌고 여기에 서방의 제재로 인해 수출대금 송금을 받는 길이 막혔다.
박 대표는 “대금 결제가 안 돼 처음에는 바이어가 안 보내는 것으로 의심하기도 했다. 상황을 파악해 봤는데 실제로 현지 은행을 통한 송금이 막혀 있었다”며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회사는 이번에도 위기를 그냥 보고만 넘어갈 수가 없었다. 대안을 고민하던 중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러시아 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봤던 박 대표가 현지 매장 개점에 관심을 두고 있었던 것. 박 대표는 러시아 수입업체가 현지에 화장품 유통채널을 갖고 있어, 수입대금을 보내는 대신 현지 매장 개설에 투자해 달라고 제안했다.
박 대표는 “아무리 기다려도 바이어 입장에서는 수입대금 송금이 불가능했다”며 “바이어와 수차례 상의를 통해 수출대금을 그대로 현지 매장에 투자하기로 했고 이 결정에 바이어도 만족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매장에 투자한 곳이 이미 러시아 4곳, 키르기스스탄 1곳 등 총 5곳이다.
러시아를 대상으로 철저히 준비한 결과
회사는 시장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현지 고객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시장 공략 전략을 수립했다. 그렇게 해서 ‘포메디시’와 ‘아주사다’ 두 개의 브랜드가 탄생했다. 두 브랜드 모두 ‘기능성 제품을 합리적 가격에 공급한다’는 데 포커스를 뒀다.
포메데시는 주름 개선 위주의 안티에이징, 아주사다는 영양공급 및 보습효과에 초점을 맞춘 제품들이다. 현재 포메데시는 11종, 아주사다는 8종의 화장품을 출시했다.
박 대표는 “현지 시장 조사를 통해 바이어들이 독점공급을 원한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다양한 바이어와 손을 잡기 위해 러시아에 13개의 브랜드를 등록했다”고 말했다. 한 곳 업체에 독점권을 주면 다른 판매 방법이 막히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디자인도 현지 취향에 맞췄다. 박 대표와 정 이사가 공동 디자인한 것으로 러시아에서 금색 톤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주는데 착안해 만들었다.
박 대표는 지방자치단체인 충북도의 지원 사업이 러시아 시장 개척에 큰 도움이 됐다고 소개했다. 대표적인 사업이 충청북도 수출기업 바우처 지원이다.
이를 통해 해외 홍보 및 광고를 진행할 수 있었고, 유튜브를 활용한 광고 효과도 얻었다고 전했다.
회사는 현재 수출 100%를 러시아에 집중하고 있다. 앞으로는 주변국으로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미얀마, 몽골, 태국, 튀르키예 등과 접촉 중이다.
회사는 러시아에 독자 브랜드로 매장을 낼 계획이다. 박 대표는 “앞으로 10년 이내에 러시아에 한국에서 만든 우수 화장품과 생활용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포메데시 브랜드 매장 1만 개를 세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