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무역인 김은실 오셰르 대표

kimswed 2023.08.15 07:09 조회 수 : 25

 

‘비건 색조화장품’으로 K-뷰티의 다양성을 넓히다
 
 
딸을 위해 만든 틴트(입술 등에 바르는 색조화장품)가 시작이었다. 화장품·건강식품 해외 영업 등을 담당하던 아내와 20여 년 화장품 연구 외길 인생이었던 남편이 손을 맞잡았다. 결혼만큼 어렵다는 사업이 2018년 시작됐다. 
 
비건 색조화장품을 만드는 오셰르의 브랜드 ‘미크릿’은 엄마아빠의 마음이 뭉친 결과다. 그 마음은 ‘비건’으로 표출됐다. 
 
피부와 몸에 직접 닿는 화장품인 만큼 안전이 가장 중요했다. 문제는 동물 실험이었다. 인간에게 문제없음을 증명하기 위해 토끼나 쥐 등은 끔찍한 고통을 받고 죽음에 이르러야 했다.
 
오셰르가 닿은 가치는 비건 화장품이었다. 코로나 팬데믹 전후로 동물권 인식이 높아지던 트렌드와 맞물렸다. 
 
사실 제조·가공 과정에서 동물성 원료를 쓰지 않는 선택이 쉽지는 않다. 기존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면 제품군이 다양해지고 판로도 넓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셰르는 원료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춘 장점을 살려 ‘순한 맛’을 택했다. 그런 가치 지향성이 오셰르가 추구하는 아름다움과 환경이라는 가치와 방향성이 맞다고 여겼다. 
 
나만 아름다워지기보다 함께 아름다워지고 싶었다. 지구에는 인간만 사는 것이 아니니까.
 
가치(윤리적) 소비를 넘어 제품 경쟁력으로 승부하고 있는 오셰르는 10여 개국 수출을 발판 삼아 더 넓은 해외시장에 미크릿을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 소셜벤처답게 화장품 내용물만 비건·친환경이 아닌 제품 패키지, 포장 용기 등도 일관성을 갖추고자 노력하고 있다. 
 
비건 색조화장품을 통해 K-뷰티의 다양성을 넓히고 있는 김은실 대표를 인천 사무실에서 만났다. 
 
▲비건 색조화장품을 통해 K-뷰티의 다양성을 넓히고 있는 김은실 오셰르 대표가 미크릿 제품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오셰르 제공
- 오셰르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오셰르’는 히브리어로 행복이라는 뜻이다. 내가 행복하고자 사업을 시작했고, 우리 제품을 쓰는 분들이 행복하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대개 화장품은 개인 용도로 쓰지만, 나만 아름다워지는 게 아니고 모두가 아름다워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담았다. 
 
회사 이름은 오셰르지만, 브랜드는 ‘미크릿(MECRET)’이다. ‘마이 시크릿 레시피’ 줄임말인데, 많은 사람이 ‘美+secret(아름다움의 비밀)’로 여기기도 한다. 
 
뷰티 회사 중에는 ODM(제조업자개발생산)이 많은데, 우리는 연구개발을 직접 하는 차별점이 있다. 우리 기술을 극대화해서 보여주면서, 미에 대한 처방을 공유하겠다는 의미에서 미크릿이라는 브랜드를 냈다. 
 
- 비건화장품이 트렌드인 것 같다. 현재 비건화장품 시장은 어떤 상황인가?
 
2019년 미크릿 브랜드를 내놓고 비건으로 방향성을 잡았다. 그 당시 비건 화장품은 미국, 유럽 등에는 활성화돼 있었지만, 국내에는 생소했다. 
 
코로나를 거치며 비건 화장품 수요가 많아졌다. 신규 브랜드가 많이 생겼고, 비건 인증 단체도 만들어졌다. 
 
그런데 비건 제품은 기초화장품에는 많지만, 색조화장품에는 그렇지 않다. 
 
기초보다 색조에 원료가 많이 들어가고 원료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쉽지 않다. 제조사에서 대응할 수 있는 부분도 많지 않다. 
 
소비자들도 기초화장품은 성분을 먼저 확인하지만, 색조화장품은 성분보다 발색력이나 지속력을 우선하곤 한다. 
 
그래서 색조를 쓰다가 피부와 맞지 않아 트러블이 생기는 경우가 왕왕 있다. 색조화장품도 피부에 닿아 스며들므로 성분 확인이 중요하다. 
 
우리가 비건 색조화장품을 시작했을 때 비건 업체는 1~2곳에 불과했는데,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 성분과 원료에 대한 이해와 연구개발에서 오셰르만의 장점이 있다면? 
 
남편이 20년 차 색조화장품 연구원이었다. 말하자면, 외길 인생이다. 아이가 내 화장품을 쓰고 걸 보고, 남편이 아이에게 안전하고 좋은 화장품을 만들어준 게 첫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당시 남편은 화장품 회사 연구원이었고, 단가 생각 없이 아이만을 위한 제품을 만들었다. 꼼꼼하게 원료와 성분을 따져 아이에게도 안전한 우리만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오셰르의 미크릿 브랜드 제품들 [사진=오셰르 제공]
- 어떻게 창업하게 됐나?
 
결혼 전, 우리는 같은 회사에 다닌 사내 커플이었는데, 나는 해외 영업을 담당했다. 그러다가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나는 프리랜서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쇼핑몰 과정을 배웠고, 마지막으로 사업계획서를 써서 발표하는 과정이 있었다. 
 
처음 사업계획서를 짜봤는데 덜컥 2등을 했지 뭔가. 약간의 상금도 있었고, 함께 배운 분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진행하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권했다. 
 
남편도 창업을 권했고, 우연한 배움에서 상을 받고 동기부여가 된 덕분에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운이 좋았다.
 
- 수출도 하고 있다. 어느 나라에 진출했고 해외에서 반응도 궁금하다. 
 
중국에서 학교를 나왔고, 직장 다닐 때도 수출입 거래를 했던 터라 해외 판로개척이나 영업이 막막하지 않았다. 
 
2019년 무역협회에서 각 분야 스타트업을 모집해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이때 뽑혀서 인도네시아에 수출상담회에 가서 정식 수출로 이어졌다. 
 
이후 팬데믹이 터져 해외에 갈 수 없어서 쇼피, 라자다, 아마존 등의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나가고 있다. 
 
다만 비건 제품은 중국에 수출할 수 없다. 중국에 들어가는 화장품은 동물 독성 실험을 거쳐야 하는데, 비건 제품은 그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규모로 온라인을 통해 중국에 가긴 한다. 
 
이밖에 미국, 멕시코, 일본,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10여 개국에 미크릿이 나갔다.
 
- 아마존 런칭할 때나 해외 진출 시 어려움은 없었나? 혹시 있었다면 이를 어떻게 타개했나?
 
아마존에 들어갈 때 미국에 미크릿 상표권 등록부터 했다. 아마존은 풀필먼트(물류업체가 판매자 대신 주문에 맞춰 제품 포장부터 배송까지 마치는 방식) 시스템인데, 역시 풀필먼트를 하는 쿠팡과 다른 부분이 있어서 생소했다. 주문이 오면 보내주는 방식이 아닌 제품이 입고 돼야 하고 기간이 필요하더라. 
 
미국 상표권을 딸 때 KOTRA 지원을 받았다. 미국은 상표권 선등록 제도가 있는데 국내보다 오래 걸린다. 해외 진출을 하려는 스타트업은 상표권 등록부터 하는 게 좋다. 우리는 이 과정을 통해 전략을 날카롭게 벼릴 수 있었다. 
 
해외 진출은 늘 어렵다. 뷰티 제품은 나라마다 인허가 기준이 달라서 인허가 절차, 비용, 시간 등의 어려움이 있다. 
 
특히 중국은 색조별로 인허가가 필요하다. 네일 제품은 61컬러인데, 61컬러 전부 다른 제품으로 분류돼 제품별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 네일 제품으로 시작해 코로나 시국에서 아이메이크업 제품이 인기를 끈 것으로 알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를 맞은 현시점 상황은 어떤가? 
 
코로나 직전 립 틴트 제품이 나와 반응이 좋았는데 팬데믹이 터지면서 마스크를 써야 하니 아이메이크업을 출시했다. 다행히 반응이 좋았다. 지금 시점에서 다시 립 제품이 올라오고 있다. 
 
우리 제품에 대한 전반적인 반응을 보면 충동구매보다 다른 제품을 쓰다가 트러블로 인해 성분을 따져서 쓰게 된 분이 많다. 재구매가 많고 충성 고객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고객분들 덕분에 어려운 시기지만 잘 버티고 있다.
 
- 사업하면서 인상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또 K-뷰티가 나아가야 할 방향, 수출지원 등 바라는 점이 있다면 듣고 싶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인도네시아 수출 건이다. 맨 처음 수출 상담을 했던 건이었고, 이후 다시 인도네시아 박람회에 갔을 때 바이어가 일부러 찾아와 재구매를 했다.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행동에 옮기고 진심으로 대하니까 반응이 온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2019년 상해 박람회에 가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기억도 난다. 비록 팬데믹으로 이어지진 못했지만, 엔데믹이 됐으니 해외 진출에 좀 더 힘을 싣고자 한다. 
 
K-뷰티가 예전 같지 않다고는 해도 여전히 수요가 있다. 지금도 좋은 제품과 브랜드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가치 지향을 하는 브랜드가 더 많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우리도 계속 노력하고 있지만, 화장품은 아직 ‘제로 플라스틱’ 단계까지 가지 못했다. 
 
수출은 지속 지원이 필요하다. 단발성보다 연차별 지원이 이어져야 효과가 생긴다. 상담회 한 번 갔다고 단박에 수출할 수 있는 게 아니니 연속 지원도 고려해주면 좋겠다. 
 
- 하반기 어떤 계획들이 있고 오셰르가 향후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말해준다면?
 
작년에 회사를 이전하면서 1층에 공장을 만들고 식약처에 등록했다. 엔데믹과 함께 수출 등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경기 침체가 왔다. 우리에게만 닥친 어려움도 아니고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잘 알고 있다. 
 
현재 출시를 앞둔 제품들이 있다. 우리가 가진 연구개발 강점을 살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계속 시도하면서 나아가고자 한다. 판매액 중 일부를 기부하는 활동도 계속하고 있다. 
 
신제품을 계속 선보이면서 정비할 부분은 정비하면서 우리만의 방법으로 길을 찾아가고 있다. 해외 진출에도 더 힘을 쏟으니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김이준수 기자 jslyd0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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