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 없는 안경’으로 세계시장 거침없는 질주
한국을 대표하는 ‘나사 없는 안경’ 브랜드이자 회사명인 바이코즈(VYCOZ). 안경다리와 안경코 연결 부위에 나사를 없앤 안경테를 생산한다.
나사 없는 안경은 개발이 까다롭다. 그래서 최고급 상품으로 분류한다. 한동안 해외 몇몇 기업들이 시장을 독점했으며, 이들은 특허로 경쟁사의 진입을 막았다.
바이코즈는 독자 디자인으로 이를 극복했다. 관련 특허 7개를 보유하고 있다.
나사 없는 안경은 다리 연결 부위인 ‘림락(Rim Lock)’에 나사를 사용하지 않는다. 나사가 없다 보니 피부에 민감한 니켈 성분이 안경테에 들어가지 않는다. 견고하고 가벼우며, 안경 착용의 편리함인 밸런스 유지가 쉽다.
바이코즈는 가성비 높은 안경테로 나사 없는 안경 대중화에 기여했다. 60만 원 이상이었던 나사 없는 안경을 3분의 1 가격으로 낮춰, 큰 반향을 일으켰다.
●포기를 모른 한 사람의 열정 = 2014년 정병재 바이코즈 대표는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2013년 창업 후 1년여 심혈을 기울여 개발해 내놓은 나사 없는 안경이 시장에서 호평을 받았다. 외산만 취급하던 안경점들이 국산 제품 등장을 환영했고 단번에 매출 2억 원을 찍었다.
하지만 꽃길만 걸을 것 같던 기대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판매 돌입 3개월 만에 불량이 확인돼 하나둘 반품이 들어왔다. 특허까지 내며 철저하게 준비했지만, 힌지 부분이 시간이 지나면서 헐거워졌다. 성공의 단꿈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정 대표는 전량 리콜을 결정했다. 불량이 10% 정도여서 전량 리콜을 안 하고 버틸 수도 있었다. 하지만, 미래를 봤다.
정 대표는 “글로벌 안경 메이커들은 조그마한 불량에도 전량 리콜을 한다”며 “신뢰를 잃지 않으면서 나사 없는 안경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피해는 막심했다. 1년여 만에 빚이 3억 원으로 늘었다. 동업자는 버티질 못하고 떠났다. 정 대표도 결단을 내려야 했다. 회사원 생활로 돌아가느냐 아니면 돈을 구해 재도전하느냐. 정 대표는 후자를 택했다.
“직장생활을 다시 한다면 빚 갚는 데만 10년이 걸릴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마침 그즈음에 첫째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빚을 갚기가 더 빡빡해진 상황이었죠.”
이때부터 홀로 외로운 투쟁의 시간을 보냈다. 정 대표는 “1년 동안 매출은 전혀 없었다. 당연히 집에 들고 갈 돈이 전혀 없었다”며 어려운 상황에서 꿋꿋이 뒷바라지해준 부인에게 감사를 표했다.
●심기일전 그리고 재도전 = 1년 후인 2015년 정 대표는 두 번째 나사 없는 안경 컬렉션을 들고 거래처를 다시 찾았다. 1년 전 전량 리콜을 했던 곳들이다. 이들 거래처도 고객 신뢰에 타격을 입었다. 정 대표가 결코 달갑지는 않았다.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찾은 정 대표는 의외의 반응에 놀랐다.
“10곳 가운데 7곳 거래처가 다시 저희 물건을 받아줬습니다. 정말 고마웠습니다. 당시만 해도 안경 리콜이 흔치 않았는데, 전량 리콜을 결정한 것이 거래처에게 신뢰를 줬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당시 리콜 결정은 저희 성장의 큰 초석이 됐습니다.”
재도전은 완벽한 성공이었다. 약점을 개선하기 위해 밤낮을 잊으며 노력한 결과다. 한 번의 시행착오가 더 완성도 높은 안경을 만들어낸 것이다.
●바로 해외로 도전 = 반년여 간 반품이 없자, 정 대표는 상품의 신뢰에 확신했다. 그리고 바로 해외로 눈을 돌렸다. 프랑스와 홍콩에서 열린 전시회에 나갔고 그곳에서 홍콩·대만·태국 거래처를 만났다.
정 대표는 “10여 년 전부터 해외 안경 전문가들과 관계를 쌓아왔는데, 그들 덕분에 바로 수출처를 찾을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내구성과 우수한 가성비에 바이코즈 상품은 꾸준히 해외에서 팔렸다. 2015년 3개국이었던 수출대상국은 이듬해 6개국으로 늘었고, 그 후에도 꾸준히 증가하면서 지난해에는 12개국이 됐다.
●데이터 전문가의 변신 = 정 대표는 대기업 전산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안경 체인점에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인연이 돼, 안경 산업에 관심을 가졌다. 안경업계 ERP를 관리하면서 안경 시장 데이터를 봤는데, 잠재력이 컸던 것.
데이터를 업무에 적용하다 보니 안경 상품기획자(MD)로 활동할 기회를 얻었다. 이후 안경 수입 에이전트 회사로 옮긴 후 해외 거래처들과 친교를 쌓았다. 나사 없는 안경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이 시점이다.
“2007년에 프랑스 안경 전시회에 갔다가 나사 없는 안경을 처음 봤는데 매우 신기했습니다. 나사가 없으니 나사가 헐거워질 이유가 없고 구조적으로도 내구성이 우수했습니다. 게다가 나사가 없다는 이유로 굉장히 높은 단가에 판매되는 것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정 대표는 나사 없는 안경을 수입해 판매했다. 가격대는 일반 제품보다 2배 이상 비쌌지만, 판매량은 유사 가격대 제품보다 5배가량 많았다. 그때부터 안경 선진시장인 유럽에 대해 공부했다. 내친김에 대학에 들어가 안경 광학 학위와 안경사 자격증을 땄다.
정 대표는 “실무를 충분히 이해하는 상황에서 이론을 익히니 안경이 제대로 보였다”고 웃음을 지었다.
●코로나 후 변화한 환경을 기회로 = 바이코즈(VYCOZ) 브랜드는 ‘바이코리아’에서 유래했다. 그만큼 정 대표는 회사 설립 때부터 해외 진출을 꿈꿨다.
매년 꾸준히 해외 시장을 넓혀온 회사는 올해 기대에 차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해외 메이저 안경 메이커들이 유통사를 정리하고 직접 유통에 나선 것. 일감이 줄어든 안경 유통사들이 바이코즈에게 좋은 조건으로 접근했다.
정 대표도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기회를 잡기 위해 해외 주요 안경 전시회를 빼놓지 않고 챙겼다.
지난해 12개국이었던 수출대상국은 올해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이스라엘·루마니아 등을 추가하며 20개국으로 늘었다. 기존에 수출량이 많지 않던 미국 시장도 대형 현지 에이전트가 관심을 보여, 수출 확대에 대한 기대에 차 있다.
정 대표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안경 분야에서는 20년은 활동해야 브랜드로 인정받는다”며 “이제 씨를 뿌리고 키우는 과정”이라고 평했다.
정 대표는 “세계 30개국에 확실한 에이전트 또는 배급사를 확보해 안정적인 수출구조를 만드는 것이 1차 목표”라며 “나사 없는 안경을 기본으로 도수 있는 선글라스, 10세 미만 어린이 전용 안경 등 차별화된 기능성 안경으로 바이코즈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김준배 기자
<정병재 대표가 말하는 바이코즈 안경 인기 비결>
1. 안경은 심플한 구조의 디자인이 내구성도 뛰어남. 바이코즈 안경은 나사 없는 심플한 디자인으로 내구성 극대화
2. 나사 만들 때 녹 방지용으로 니켈 사용. 나사를 사용하지 않아 니켈 성분 없음
3. 2~4g인 나사가 없어, 안경테의 이상적인 무게 구현 및 밸런스 확보 용이. 안경테에는 나사 2~4개 들어감
4. 나사는 한번 풀리면 계속 풀림. 나사 없는 안경테는 나사 풀릴 걱정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