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초 베이징에서 ‘2023 중국국제서비스 무역교역회(CIFIS)’가 개최됐다. 4일간 개최된 교역회에서 유난히 관람객들이 붐빈 곳 중 하나가 바로 메타버스 전시관이었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혼합현실(MR)의 확장현실기술(XR)을 통해 가상도시 체험과 메타버스 게임을 하려는 관람객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2021년부터 본격화된 중국 메타버스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바이트댄스의 중국 1위 VR 기업 Pico 인수(90억 위안, 2021년 8월), 중국 메타버스산업위원회 설립(2021년 11월), 메타버스 산업기술 로드맵 수립(2022년 6월), 가상현실 및 메타버스 산업연맹(XRMA) 창설을 기점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추세다. 
 
베이징·상하이·항저우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메타버스 육성계획도 앞다투어 발표되면서 메타버스 산업이 미래성장산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중국 쑤투(速途) 메타버스연구원은 2021년 중국 메타버스 시장규모가 186억 위안(약 3조3800억 원)에서 2027년에서는 6010억 위안(약 110조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고, 중상산업연구원은 중국 메타버스 산업생태계 규모가 4000억 위안(약 73조 원)으로 2025년 시장규모가 2800억 위안(약 51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 9월 8일에는 중국 공업정보화부·교육부·문화여행부·국무원 국유자산관리위원회· 국가광파전시총국 5개 부처가 공동으로 ‘메타버스산업 혁신발전 3년 행동계획(2023~2025)’을 발표했다. 이는 메타버스 산업 관련 최초의 중국 국가급 육성정책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초기단계의 메타버스산업을 향후 디지털경제 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원칙 아래 구체적인 성장목표를 제시했다. 2025년까지 메타버스 핵심기술·산업·응용·거버넌스 영역 3~5개의 글로벌 메타버스 기업과 전정특신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3~5개의 메타버스 산업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행동계획을 통해 중국 메타버스 산업의 향후 정책 방향을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 9월 5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2023 중국국제서비스무역교역회(CIFTIS)’ 내 통신·컴퓨터·정보서비스 특별전 메타버스관에서 관람객들이 가상도시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신화/뉴시스]
첫째, 각 지역별 메타버스 클러스터 육성과 행동계획이 구체화되면서 산업 생태계가 더욱 전문화∙고도화∙집적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2022년 3월부터 샤먼·상하이·난징 등 지역별 메타버스 육성정책이 연이어 발표돼왔고, 최근 국가급 육성방안이 나오면서 향후 메타버스 산업육성을 둘러싼 지역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특화된 지역 메타버스 육성방안 마련에 각 지방정부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 중 가장 선두에 있는 지역이 바로 ‘상하이’다. 상하이는 이미 작년 7월 ‘상하이 메타버스 육성 행동방안(2023~2025)’을 통해 2025년 메타버스 산업 규모 3500억 위안(약 63조7000억 원)을 달성하고, 14억 달러 규모의 메타버스 산업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올해 6월 후속 육성방안으로 중국 최초의 ‘문화관광 메타버스 행동방안’도 발표했다. 문화관광 메타버스 산업(스마트 관광·디지털 예술품 등) 규모 2025년 500억 위안(약 9조1000억 원) 달성, 2~3개의 메타버스 클러스터 구축 및 30개 이상의 가상현실 융합 프로젝트를 수행한다는 방침이다. 
 
쓰촨성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쓰촨성은 국가급 행동계획이 발표된지 10일 만인 지난 18일 16개 정부부문 공동으로 <쓰촨성 메타버스산업발전 행동계획(2023-2025)>을 발표했다. 
 
쓰촨성을 향후 글로벌 영향력이 있는 ‘중국 메타버스 밸리’로 육성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내세웠다. 쓰촨성 모든 정부산하기관이 총동원되어 메타버스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2025년 쓰촨성 메타버스 관련 산업규모 2500억 위안(약 45조5000억 원)의 목표를 제시했다. 15개사의 메타버스 핵심기업은 물론이고 디지털 트윈, 디지털 휴먼 등 관련 기술영역별 전정특신 기업 150개사와 혁신형 벤처 중소기업 300개사를 육성한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둘째, 서비스형 메타버스 산업구조에서 산업융합형 구조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정부는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해 자동차·항공우주·전자정보·선박 등 기존 전통산업과의 융합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게임·디지털생활 등 B2C 메타버스 산업육성을 기반으로 점진적으로 B2B 산업으로의 확산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행동방안의 핵심은 AI·블록체인·사물인터넷·5G 등 기타 신흥산업과의 융합발전을 통해 디지털 차이나 청사진 진행을 가속하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메타버스 플러스’ 전략을 통해 제조강국·네트워크 강국·디지털 문화강국 건설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속내다. 
 
행동방안에서도 공업 메타버스가 기타 산업에 권한을 부여 또는 위임해야 한다는 ‘부능(賦能)’을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람·로봇·데이터의 핵심요소를 융합해 가상현실을 결합한 생산라인의 디지털 트윈구축(공업 메타버스+생산라인),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스마트 공장의 디지털 트윈 시스템 구축(공업 메타버스+공장), 전통적 시간·공간적 제약을 탈피한 메타버스 산업개발구 구축(공업 메타버스+개발구)을 강조하고 있다.         
 
셋째, 중국 메타버스 산업표준체계가 응용 및 융합기술 분야 중심으로 빠르게 확립될 전망이다. 
 
현재 중국 메타버스 산업체계는 관련 인프라(사물인터넷·클라우드 컴퓨팅·데이터센터 등)와 하드웨어(VR·AR·센서·웨어러블 장비 등)에 집중돼있다. 그러나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한 응용 서비스 영역(디지털화폐·VR게임·NFT 등)의 경우 아직 표준체계수립이 미흡한 상태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중국정부는 ‘메타버스 표준업무위원회’ 설립을 통해 각기 다른 메타버스 시스템간 상호연동을 촉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공업정보화부는 이미 ‘메타버스 표준화업무 테스크포스’ 설립을 위한 의견수렴 및 구성원 인선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기존 설립된 중국전자공업표준화협회(CESA) 산하 메타버스 업무위원회(CESA MWC)와 전국 정보기술표준화기술위원회 산하 메타버스 업무팀을 총괄하는 정부주도의 메타버스 표준업무 위원회를 신설할 것으로 보인다. 
 
메타버스산업의 주무부처인 공업정보화부 주도하에 연구기관, 대학 및 관련 기업들을 참여시켜 메타버스 산업인프라·핵심기술·응용서비스 영역의 표준화 업무를 체계화, 전문화시켜 나갈 것이다. 나아가 메타버스 제조·통신영역의 응용표준 제정뿐만 아니라 디지털 신분, 디지털 휴먼 관련 핵심기술의 표준화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메타버스 산업생태계 구축이 본격화되고 있다. 메타버스는 한중산업협력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문화콘텐츠 기반의 메타버스 융합기술 경쟁력과 중국의 자본, 하드웨어 인프라를 활용한 협력방안을 고민해 보아야 할 시기이다.
 
박승찬 |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 경제통상관/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하며, 3000여 개가 넘는 기업을 지원했다. 듀크대학 교환교수(2012년)와 미주리주립대학에서 미중 기술패권을 연구(2023년)했으며,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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