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무역인] 조윤기 엑티브온 대표
연구개발·영업력 겸비… 화장품 소재 시장을 흔들다
화장품 소재업체인 엑티브온의 조윤기 대표. 대학에서 생화학을 전공 후 약학 석사, 의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쉽사리 물러서지 않는 스타일이다.
인도 기업가를 설득하기 위해 다음날 비행기를 타기도 하고, 일본 소재기업을 따라잡기 위해 집요하게 테스트했다.
조 대표에 대한 첫 인상은 ‘순탄한 길만 걸어온 사업가’였다. 실상은 달랐다. 쉽지 않은 역경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았다.
지금은 당당히 ‘글로벌 톱3 화장품 소재 회사’라는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고 있다.
●입사 첫해 ‘연구의 값진 수확’ 체감 = 1995년 굴지의 화장품 대기업 연구소에 입사한 조 대표는 첫해에 잊지 못할 경험을 한다.
피부 주름 개선 효과를 발휘하는 레티놀 성분을 찾는 최종 단계에서, 부작용을 확인하는 작업을 맡았다. 그리고 곧 검증은 마무리됐고, 회사는 그해 말 미국에서 대규모 발표회를 열었다.
이 성분은 당시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조 대표는 신입사원임에도 논문에 이름을 올리고, 해외에서 진행된 발표에도 함께하는 영광을 누렸다.
조 대표는 “이 성분을 계기로 국내에 처음 기능성 화장품 개념이 등장했다”며 “그 의미 있는 상품의 개발에 제가 이름을 함께 올린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후 6년간 대기업에서 피부 노화 예방 및 개선 분야를 연구한 그는 2000년 기능성화장품법 제정에 맞춰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법 시행으로 기능성화장품 개발기업은 성분 검증을 받아야 하는데, 국내에 마땅히 그 일을 담당할 곳이 없다는데 착안했다.
●창업… 하지만 너무 작은 시장 = 조 대표는 화장품 성분 검증회사 바이오덤을 창업해 초반에 순항했다. 주름, 미백, 자외선 차단 성분을 검증했다. 나름 시장에서 인정도 받았다.
하지만 곧 문제를 발견했다. 국내에 관련 산업이 갓 태동기여서 수요가 많지 않았던 것.
조 대표는 “시장 규모가 고작 20억~30억 원에 불과했다”며 “우리 이외에도 검증회사가 속속 생겨나면서 회사를 키우는 게 어려웠다”고 말했다.
●기술자가 영업을 배우다 = 이때 프랑스 화장품 원료회사가 조 대표에게 스카우트를 제안했다. 한국 지사장을 맡아달라는 것.
조 대표는 바이오덤을 공동창업자에게 넘기고 2004년부터 지사장 생활을 4년간 했다.
조 대표는 이곳에서 발굴의 실력을 발휘했다. 당시만 해도 연구자가 영업하는 경우는 흔치 않았는데, 조 대표는 개의치 않았다. 원료를 들고 화장품 회사를 찾아다니면서 성분과 효능·활용법 등을 상세히 소개했는데, 그의 이런 영업방식이 큰 반향을 일으킨 것.
“당시 소재를 설명하면서 영업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저 영업만 했던 것이죠. 저는 10년 동안 화장품을 연구했으니 그 경험을 바탕으로 소재와 활용법을 상세히 소개했죠. 고객사들은 자체 세미나를 열겠다며 연사로 나서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심지어 신입사원 교육을 맡아달라고 요청할 정도였죠. 그렇게 되니 당연히 영업도 잘됐습니다.”
●더 큰 시장에서 제2의 창업 = 2009년에 조 대표는 다시 연구자로 돌아온다.
과거 연구했던 100가지가 넘는 성분들 가운데 몇몇 성분들은 충분히 피부 개선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과거에는 효과 입증이 어려웠는데, 이때는 기술력 향상으로 입증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여기에 피부 노화 예방 시장이 크게 확대된 것도 기회 요인이었다.
엑티브온을 설립한 조 대표는 케미컬 합성을 통해 아데닌이라는 성분을 찾아냈고, 중견 화장품업체인 C사에 제안했다. 1년여 인증 절차를 밟아 C사는 이 성분을 바탕으로 첫 기능성 화장품을 출시한다. 지금도 판매되는 이 상품은 엑티브온의 초기 주요 수익원이 됐다.
●인도 기업을 손들게 한 영업력 = 조 대표가 창업할 당시 화장품업계의 가장 큰 숙제는 파라벤 방부제를 대처하는 것이었다.
파라벤이 발암 성분이 있다는 논문이 등장하면서 화장품업계가 바싹 긴장하며 대안을 모색하고 있었다. 대체재는 일본회사가 보유하고 있었는데 문제는 이 소재의 가격이 너무 높았던 것.
조 대표가 시장조사를 해보니 인도의 한 화학회사가 저렴한 가격의 대체 성분을 갖고 있었다.
그는 지인들을 통해 어렵게 연결해 인도 화학회사 측과 통화를 했지만, 쉽사리 구매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조 대표에 앞서 국내의 몇 개 업체들이 이미 접촉을 하고 있었던 것. 그는 지체하지 않고 바로 태국 방콕에 있는 그를 만나기 위해 비행기를 탔다.
“다음 날 아침에 방콕에서 전화를 거니, 깜짝 놀라더라고요. 이날 일정이 많았는데 오후에 30분 정도 빈 시간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30분 동안 저의 이력을 소개하고 한국의 믿을 수 있는 대기업에 1년에 100t을 공급하겠다고 제안하자, 웃더라고요. 그리고 1년간 영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냈습니다.”
이런 저돌적인 영업력을 어디서 배웠을까. 조 대표는 “프랑스 회사에 있을 때 서양에서도 매우 공격적으로 영업한다는 것을 알았다”며 “적극성은 동서양 어느 곳에서나 통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엑티브온은 지금도 인도 화학회사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 많게는 한해 280t까지 수입해 판매하는 등 지금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독자 연구개발에 박차 = 엑티브온의 매출이 늘자, 조 대표는 2012년부터 연구개발(R&D)에 박차를 가한다. 당시 방부제를 대체할 소재로 헥산디올이 뜨고 있었는데 이번에도 일본 업계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었다.
문제는 역시 가격. 국내 기업들은 가격 부담에 쉽사리 채택이 어려웠다. 조 대표는 일본 소재를 대체할 헥산디올 연구에 돌입했고, 2년여 만에 완성도 높은 제품을 개발했다. 엑티브온의 헥산디올은 빠르게 국내에 확산했고 현재 점유율은 약 40%에 달한다.
조 대표는 개발 당시 에피소드로 “처음 개발했을 때 안 좋은 냄새가 많이 나서, 이 냄새 제거를 위해 다른 소재를 추가하고 빼는 작업만 수만 번 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톱3 화장품 소재회사 목표 = 엑티브온의 방부제 대체 소재는 현재는 미국·중국·일본 그리고 유럽의 25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초기 개발품은 계속 발전해, 품목도 10가지로 늘어났다.
조 대표는 앞으로 수출에 힘을 싣는다. 지난해 수출 120억 원으로 아직은 내수비중이 크지만 2025년에는 수출규모가 250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 이후는 내수보다 수출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조 대표는 내다봤다.
이미 해외에서 엑티브온의 소재는 믿을 수 있다는 신뢰를 얻었다. 조 대표가 수출 확대에 대해 확신하는 이유다. 2018년 중국에 지사를 낸 엑티브온은 내년에 미국에 지사를 내는 등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아직 화장품 소재분야에서는 우리 기업 가운데 글로벌 톱10에 들어간 곳이 없습니다. 저희가 그린캐미컬 등 꾸준한 연구개발로 2030년까지 글로벌 톱3 화장품 소재 회사로 거듭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