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 30년 현직 CEO가 전하는 ‘슬기로운 직장생활’]
기본적인 업무능력 배양
엄청난 학업과 스펙을 쌓은 후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사에 성공하고 나면 허탈함에 휩싸인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 전공 지식과 신문을 뒤적이며 쌓아왔던 상식, 그리고 전공보다 더 열심히 공부한 외국어는 좀처럼 쓸 기회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엇에 쓰려고 그렇게 밤잠도 못 자고 노력했는지, 직장 생활이 길어져도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남는다.
단순히 입사 시험을 볼 때 점수라는 잣대에 맞추고, 공정한 선발이라는 명분을 위해 그런 피와 땀을 흘렸다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억울한 측면이 있다. 물론 상식을 넓히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수준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해 보지만 역시 만족하지 못하기는 매한가지다.
특히 전공 공부로 눈을 돌리면 더 측은한 생각이 든다. 전공을 고려해서 회사도 선택하고 입사 후에는 그것을 살려 회사에 기여하겠다고 면접에서 강조했는데 입사 후 배치된 부서는 전혀 상관없는 곳일 때 더욱 그러하다.
‘원래 기업은 인력 배치 시 대학의 전공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다.
필자가 입사한 지 5~6년이 지날 즈음, 영어 열풍이 불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영어성적을 높이지 못하면 승진할 수 없는 제도를 만들었다.
모두 대학 4년 동안 전공보다 영어공부를 더 열심히 했지만, 별로 쓸모없어 보이던 상황이 바뀌었다. 업무능력보다 영어성적이 중시되던 때로 기억된다.
필자가 입사 후에 영문과 학생보다 영어공부를 더 많이 했을 것이라고 말하자, 다른 친구가 미국 학생보다 영어공부를 더 했을 것이라고 말해 웃음이 터진 기억이 있다.
그 이후 제2 외국어를 잘해야 한다고 하여 중국어 학원이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어린 자녀들에게 중국어 방문학습을 시키는 붐이 일기도 하였다. 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그 열풍은 자취를 감추었지만, 쉽게 달아오른 열기는 쉽게 식는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각설하고, 그렇다면 회사생활에서 꼭 필요한 지식은 무엇인가? 특정 부서나 업무 내용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 말이다.
필자가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모든 직원이 회계 시험을 본 적이 있다. 최고 책임자가 하라고 하니 모두가 응했지만, 불만이 하늘 끝에 도달할 지경이었다. 업무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 무엇에 쓰려고 배우라는 것이냐는 아우성이 조금 과장하면 ‘지축을 흔들었다.’
그 시험 덕분에 책도 사서 보게 되고 회계에 대한 기초 개념을 알게 되었다. 업무를 잘하려면 회사 자산 현황을 잘 체크하고 현금흐름을 잘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큰 맥락이었다.
더불어 시간의 중요성과 원가 개념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모든 임직원이 개인별 시간당 단가가 얼마이고, 분단가가 얼마인지 언제든지 술술 나오도록 암기하라는 압박도 있었다. 시간을 아껴 쓰고, 사무실에서 허투루 시간을 보내지 말라는 취지였다.
그래서 담배 한 대를 피우면(통상 10분) 얼마가 연기 속으로 날아가고 커피 한잔하면서 잡담까지 나누면(통상 20분) 회사에 끼치는 손해가 얼마인지 되새기게 했다. 너무 삭막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비용과 시간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매일 매일 현업에 매진하다 보면 영어(중국어)와 회계는 곧바로 뒤로 밀린다.
그런데 업무 분야와 관계없이 꼭 필요한 필수지식이 하나 있다. 바로 엑셀이다. 보기 좋게 자료를 만들고 신속하게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엑셀과 그의 사촌격인 파워포인트가 필요하다.
특히 신규 사업이나 기존 프로젝트의 분석을 위해 엑셀의 능수능란함은 단순히 하나 분야의 실력을 넘어 전체 능력이 달라 보이게 만든다. 본인의 업무시간에 대한 효율성을 높여주고 치밀한 분석이 가능하며, 무엇보다 보여주는 자료를 잘 만들어 보고서를 돋보이게 한다는 장점도 있다.
문제는 엑셀도 계속 버전이 바뀌고 업그레이드되니 그것을 익히는 데도 게을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같은 업무를 가지고 온종일 헤매는 사람이 있는 반면 몇 분 만에 뚝딱 해치우는 사람이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필수지식에는 이론이 있겠지만 모든 직원은 어떤 업무 수행에도 도움이 되는 하나 정도 비장의 ‘히든카드’가 있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할 것이다.
더불어 IT기기를 잘 다루는 신기술에도 능통해야 한다. 특히 챗GPT 등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스마트한 업무처리는 이제 일상이 되고 있다.
민영채 | W커뮤니케이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