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글로벌 이커머스(콰징) 플랫폼, ‘4마리 작은 용’의 공습
전 세계적으로 중국 직구 플랫폼들의 약진이 매우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중국 콰징(跨境, 해외직구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이른바 ‘4마리 작은 용(四小龍)’이라고 불리는 플랫폼들이 미국시장을 넘어 중남미·동남아·중동시장까지 확산하며 아마존, e베이 등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들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4마리 작은 용’은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 티무(Temu), 쉬인(Shein), 틱톡샵(TikTok Shop)을 일컫는 신조어다. 이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저렴한 가격으로 올해 들어 빠르게 글로벌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지난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아마존의 주문량이 전년 대비 30% 감소한 반면, 티무와 쉬인 등 중국 콰징 플랫폼의 판매량은 3배 이상 늘어나며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2023년 3분기 기준 북미시장에서 아마존 매출액이 1431억 달러(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로 시장점유율 37.6%로 1위, 월마트가 6.4%로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4분기 들어서면서 중국 4마리 용의 약진이 매우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전문 조사기업인 캡테라(Capterra) 조사에 의하면, 2023년 4~7월까지 아마존의 일별 활동 사용자 수(DAU)가 800만 명 감소했고, 아마존 입점해 있는 중소 셀러의 80% 이상이 중국 콰징 플랫폼에도 입점할 계획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편, 글로벌 데이터 분석기업인 데이터에이아이(data.ai)에 따르면, 2023년 3분기 기준, 4대 플랫폼 쇼핑앱 다운로드 증가량 순위에서 쉬인(1위)과 티무(2위) 쇼핑앱이 아마존(3위)을 추월했고, 틱톡샵은 전년 동기 대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2023년 11월 19~25일 아이폰(iOS) 글로벌 쇼핑앱 사용자 순위를 보면, 1위 아마존을 중국의 쉬인, 티무와 알리익스플레스가 바짝 뒤쫓고 있는 형국이다.
알리·티무·쉬인·틱톡샵… 4대 플랫폼, 미국 직구도 대체
최근 국내에도 중국 직구 플랫폼의 공습이 본격화되고 있다. ‘해외직구=미국직구’ 라는 공식과 고정관념이 무너지면서 국내 소비유통 생태계의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상태다.
관세청 통계에 의하면 2023년 3분기 기준 국내 해외직구 금액이 4조792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4% 증가했는데, 국가별 순위를 보면 중국에 대한 직구가 2조2217억 원(점유율 46.4%)으로 미국(1조3928억 원)을 추월했다. 미국에 대한 직구가 전년 동기 대비 9.6%p 감소한 반면, 중국에 대한 직구는 106% 급증하며 최초로 우리 해외직구 1위 대상국이 될 듯하다.
이러한 중국 콰징플랫폼의 급속한 성장은 단순히 해외직구 시장을 넘어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에게도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국내 모바일·리테일 분석기업인 와이즈앱이 발표한 지난 11월 MAU(월간 활성 사용자 수) 데이터를 보면, 알리익스프레스(3위, 약 707만 명), 티무(6위, 약 354만 명) 등 중국플랫폼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알리·티무·쉬인의 중국플랫폼 MAU가 늘어나는 한편 쿠팡(1위), 11번가(2위), G마켓(4위) 등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의 MAU는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가성비·편의성 경쟁력… 위탁관리 시스템으로 공급망 효율화
이처럼 중국 콰징 플랫폼이 글로벌 시장뿐만 아니라 국내시장에서도 급속히 성장하게 된 배경은 초저가·물류배송·지리적 근접성·무료반품·결제 간편화의 경쟁력과 한국유통구조의 폐단과 시장 맞춤형 전략이 더해진 결과이다. 이 중에서 4마리 용의 빠른 성장배경은 크게 2가지로 귀결된다.
첫째, 막강한 가성비를 앞세운 제품으로 10~20대 젊은 세대와 40~50대 남성 소비층을 파고든 결과이다.
올해 상반기 필자가 미국대학 교환교수 재직시절 만난 여대생들의 스마트폰에는 대부분 쉬인과 티무 쇼핑앱이 깔려 있었고, 그들이 입고 있는 의류패션 대부분은 쉬인 구매앱을 통해 구입한 것이었다. “단지 100불로 다른 디자인의 청바지 3벌과 후드티 2벌, 티셔츠, 패션모자 등 다양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고, 품질도 이 정도면 쓸만하다”는 것이 공통된 그들의 애기였다.
무엇보다 중간 유통과정이 사라지면서 가격거품이 빠졌고, 무료배송과 결제 간편화가 뒤따르면서 급속히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국내 오픈마켓에 입점해 있는 패션의류∙생활용품∙공산품 대부분은 국내 셀러가 중국에서 사입해 커미션을 포함해 판매하는 것이 전통적인 구조였다.
예를 들어, 후드티가 국내 오픈마켓에서 2만 원에 판매된다면, 똑같은 제품을 알리익스플레스에서 5천 원에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류배송의 경우 알리익스플레스는 2023년 6월 3만 평 규모의 산둥성 웨이하이와 엔타이에 한국전용 물품창고를 구축하면서 5일 내 배송보장, 테무는 모든 주문 건에 대해 1회 무료 반품, 90일 내 전액 환불조건을 내걸며 한국 소비자들을 유인하면서 매출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둘째, 중소기업 셀러를 위한 이른바 ’일괄 위탁관리(全托管) 운영모델‘의 성공적 정착이다.
‘일괄 위탁관리모델’은 계약이행·창고·결제·유입량·물류배송·반품·AS 등 모든 판매 프로세스를 콰징 플랫폼 기업들이 직접 관리·운영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중국 콰징플랫폼들이 중소 셀러들이 해결하기 어려운 입점-유입량-판매-유통-물류-AS 등 모든 단계를 대행해서 진행하고, 중소 셀러들은 충분한 물품공급원 확보와 창고까지 입고만 시켜주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일괄위탁관리 운영모델을 통해 공급망을 최적화해 구매조달·보관·물류비 등의 원가를 절감함으로써 이윤을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통해 셀러와 플랫폼들의 시장수요 예측이 가능해지면서 물품공급 부족 방지와 매출액 제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일괄 위탁관리모델은 아마존이 운영하는 셀링 시스템과 비교했을 때 중소 셀러 입장에서 훨씬 편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마존에 셀러로 입점할 경우 크게 판매자 센트럴(Seller Central)과 벤더 센트럴(Vender central)로 구분된다.
판매자 센트럴의 경우 셀러가 직접 제품의 제고·출고 등을 관리해야 하고, 브랜드를 등록하지 않을 경우, 다른 셀러가 함께 리스팅해 팔 수도 있다.
벤더 센트럴의 경우는 아마존이 도매로 대량 사입해 판매하는 장점도 있지만, 플랫폼의 초청으로만 가입이 가능하며, 일반적으로 유명한 대형 브랜드가 여기에 해당된다.
또한, 아마존에 입점하기 위해서는 일정 금액의 플랫폼 사용료와 일정비율의 판매수수료를 내야 하지만, 알리익스플레스는 입점비용이 무료로 단지 일정금액의 수속비용만 지불하면 된다.
향후 글로벌 소비유통 시장을 두고 아마존과 중국 4마리 용 간에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알리·쉬인·티무 3인방이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 진입한 상태에서 흥미커머스의 절대강자인 틱톡샵의 한국진출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커머스 생태계의 새로운 변화와 진화가 거듭되면서 한중간 이커머스 시장을 두고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