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중국을 처음 방문했던 90년대 중반, 중국과 전화에 대한 상식이 완전히 뒤집혔다.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거의 모두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 것이 놀라웠다. 중국인들의 소득 수준을 고려하면, 당시 휴대폰 가격은 결코 저렴하지 않았다. 1∼2개월 월급을 모두 털어 넣는 경우도 보았다.
흔히 중국은 집 전화 없이 바로 휴대폰으로 넘어온 사회로 이해된다. 한국에서 흔한 테이프로 재생하는 VTR을 건너뛰고 CD로 바로 넘어온 것과 유사하다.
집 전화를 건너뛰고 휴대폰에서 시작했다는 중국의 전화 문화는 씀씀이가 달랐다. 전화가 언어적 소통이 아닌, 문자로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 주요 수단이라는 점이 한국과 완전히 달랐다. 젊은이라면 그 정도가 더욱 심해 문자를 통해 의사전달은 물론 상당수의 업무를 소화하고 있었다. 깨알 같은 작은 글씨로 소통하는 그들을 보면서 신비함과 답답함을 동시에 느끼기도 하였다.
한국의 MZ세대도 휴대폰에 대한 확실한 문화가 있다. 특히 직장이건 집이건 휴대폰이 필수이고 손에서 멀어지는 순간 심리적으로 불안해진다고 말한다. 또한 다양한 이모티콘이나 약어를 동원하여 세밀한 감성까지 전달한다.
그러나 한 가지 알아야 할 대목이 있다. 회사에서 리더 역할을 하고 있는 세대들은 글보다 말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이다. 음성을 통해 감정을 세밀하게 전달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통화버튼을 눌러 의사를 전달해야 소통했다고 느낀다.
또한 제때 전화를 받지 않는 것에 상당한 마이너스 점수를 매긴다. 제때 상급자의 전화를 받지 않으면 근무에 태만하다는 생각을 한다.
예전에 사무실에서 전화가 오면 벨이 3번 울리기 전에 받아야 한다는 에티켓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이런 내용이 스티커 형태로 전화 예절이라는 포장지를 달고 책장을 점령한 적도 있다. 고객만족으로 다가가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모 그룹의 임원으로 승진한 지인은 전화나 카톡을 잘 받기로 유명하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신속하게 응대를 한다는 점이다. 통화를 시도할 때마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신호가 1~2번 가면 곧바로 받는다. 부재중 전화로 상대에게 불친절(?)을 끼친 적이 거의 없다. 카톡을 보내면 곧바로 답이 돌아온다. 근무시간에만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저녁에도 전화를 걸면 어김없이 곧바로 받는다.
필자는 비서 업무를 담당하던 수년 전에 항상 손에 핸드폰을 쥐고 진통이 오면 곧바로 받는 습관을 일상화하였다. 샤워를 하거나 목욕을 위해 탕 속에 들어갈 때에도 비닐 포장(당시 휴대폰 방수기능이 약할 때임)을 해서 부재중 통화를 제로화하였다. CEO급인 상사들이 2번 전화를 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통화 버튼에 부재중이라는 빨간 표시만 떠도 업무 수행도에 ‘빨간 줄’이 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화 잘 받기는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젊은 세대는 전화보다 문자를 선호한다는 사실도 새겨야 한다.
민영채 | W커뮤니케이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