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진지’ 통합 일체화 10년의 변화
올해 들어 중국에서 ‘소의 코(牛鼻子)'라는 단어가 자주 들려온다. ‘소의 코’란 문제의 정곡·핵심이나 혹은 성장과 발전에 있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을 비유적으로 나타낸 중국어 표현이다. 2013년 시진핑 주석 취임 후 문제해결을 위한 핵심 요소를 설명할 때 자주 등장했고, 리커창 전 총리 때도 외신기자와의 질의응답에서 중국의 개혁개방 의지와 시장의 역할을 강조할 때 자주 사용했던 표현 중 하나였다.
최근 이 단어가 자주 언급되는 것은 징진지 일체화 사업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이 걸린 대도시병 문제를 해결하고, 비수도 기능을 분산시키는 ‘징진지 협동발전전략(京津冀协同发展戰略)’이 2014년 발표된 후 올해 10년이 되는 해이다.
징진지는 베이징(京-Jing)·텐진(津-Jin)-허베이성(冀-Jin)의 약칭이 결합된 표현으로 일종의 ‘수도권 경제권’이다. 과거에는 장강삼각주·주강삼각주에 비유해 ‘J삼각주’ 혹은 ‘환발해만 경제권’으로 불리었던 지역 경제권이었다. 징진지는 역사적으로 비슷한 문화·지리적 배경을 공유하고 있는 지역으로 과거 원·명·청나라 800여 년간 같은 성에 속해 있었고, 중국 북방문화를 대표하는 지역권이었다.
●가시적인 경제효과로 이어져 = 시 주석과 함께 출발한 징진지 일체화는 지난 10년간 제도·정책 측면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징진지의 첫 출발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도권 경제권 육성이라는 목표 아래 2004년 징진지 지역 일체화 작업을 위한 이른바, ‘랑팡협의(廊坊協議, 랑팡은 허베이성 중부에 있는 도시)’를 체결하며 구체적 논의가 진행된 바 있었다. 그러나 경제통합의 적극성과 원동력 미흡, 비대칭적·비효율적 경제 규모와 산업구조, 지역 간 경쟁 등의 요인으로 인해 별다른 진전과 성과가 없었다.
그러다가 2013년 시 주석 집권 이후 2014년 ‘징진지 공동발전 좌담회’에서 징진지 일체화 작업을 국가사업으로 지정하면서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다음 해인 2015년 3월 양회에서 징진지를 국가 3대 전략사업(일대일로·창장경제벨트·징진지)으로 편입시켰고, 이는 지역통합을 통한 중국경제성장의 중요한 축으로서 급격히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해 4월에는 징진지 지역의 단기·중장기 발전 방향과 마스터플랜을 제시한 ‘징진지 협동 발전 규획 강요’가 발표되면서 징진지 일체화 작업을 구체화하기 시작했고, 그에 따른 가시적인 경제효과도 나타났다.
2022년 기준 징진지 지역의 GDP 총량이 10조 293억 위안으로 중국 전체 GDP의 8.9%를 차지해 창장경제벨트 다음으로 큰 경제 규모를 가진 경제권으로 성장했다. 참고로 창장경제벨트 지역의 GDP 총액은 29조 289억 위안으로 전체 GDP의 24%, 웨강아오 대만구(광둥성-홍콩-마카오) GDP 총액은 13조 위안으로 전체 GDP의 8.62% 차지하고 있다.
●징진지 산업생태계 융합과 유기적 협력관계 구축 = 특히, 징진지 산업생태계 융합과 유기적 협력관계 구축이 빨라지고 있다. 2023년 5월 중국 공업신식화부·과학기술부·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징진지 3개 지방정부 공동으로 <징진지 산업협동 발전 실시방안>이 발표되면서 가속화되는 추세다. 3개 지역의 산업적 특성을 고려한 상호 융합적 성장과 산업간 매칭을 통해 산업사슬 생태계를 구축하겠는 것이다.
베이징은 기본적으로 비수도 기능을 톈진과 허베이성으로 분산시켜 나가고, 우수한 과학기술 인적자원과 인프라를 통해 국가전략산업·신흥산업·첨단산업 중심의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육성시킨다는 전략이다.
톈진시는 지식산업 중심의 R&D센터 구축과 중화학·석유화학 산업을 중심으로 제조역량을 키워나감과 함께 텐진 항만의 장점을 가능한 한 키워 중국 북방의 말라카로 육성시킨다는 목표이다.
허베이는 철강·합성소재산업과 장비제조산업을 기반으로 전통 제조업의 고부가가치를 위한 산업사슬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목표이다.
징진지는 현지 산업적 기능의 상호보완과 산업협력 시스템 구축을 넘어 지역 간 도시기능조정 및 환경보호·종합교통망 건설·시장통합·공공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에서도 일체화가 진행 중이다.
●교통망·시장·비즈니스의 일체화 = 크게 3가지 영역의 일체화를 살펴보면, 첫째로는 징진지 교통망 일체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정부는 징진지 고속도와 철도 인프라 구축을 통해 베이징 인구 2300만 명 내 억제와 교통난을 해소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철도 위의 징진지(轨道上的京津冀)’라는 이름 아래 3개 지역을 연결하는 다양한 철도망이 개통되고 있다. 2022년 기준 징진지 3개 지역을 잇는 운행구간이 총 1만933km로 확충되어 기존 3~4시간 이상 소요되었던 텐진-바오딩(40분), 베이징-스자좡(1시간), 텐진-스자좡(1시간 30분) 노선이 1시간대로 줄어들었다.
둘째는 시장통합과 공공서비스 영역의 일체화다. 법률서비스·인재육성·R&D협력·사회보장혜택 등 다양한 영역에서도 일체화가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징진지 협동발전을 위한 사법서비스 및 보장을 위한 통지(2016.02)>, 과학기술 및 혁신협력을 위한 <징진지 협동 발전 혁신공동체 건설 협력방안(2018.11)> 발표, <징진지 지역 간 기초 R&D 협력을 위한 협의서(2021)> 체결 등 매우 다양하다. 또한, 자격인증 및 직업기술평가협력 등 15개 조항의 <징진지 인재업무 공동협의서(2023)>도 체결하며 인재협력과 교류도 확대하고 있다.
특히, 2023년 2월부터 징진지 지역의 사회보장카드 통합사용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텐진·허베이 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다. 1장의 사회보장카드로 3개 지역에서 자유롭게 의료비·의약품·대중교통·관광 등 다양한 곳에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사회보장카드는 일종의 의료보험카드이지만 사용 용도가 매우 다양한 장점이 있다. 이를 통해 2023년 기준 약 1080만 명의 허베이 주민들이 베이징 내 병원치료 및 의약품을 구매했다.
셋째, 통관 및 무역, 비즈니스 영역의 일체화다. 징진지 통관 일체화 사업을 통해 기업들의 세관 신고 절차 간편화를 제공하고 있고, <징진지 협동 발전 산업이전 매칭 기업 세수·수입분배 방법(2015)>을 통해 산업이전 매칭 기업은 세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한편, <징진지 비즈니스 환경 협동업무 운영규칙(2023.09)>을 통해 상사제도·감독관리·인허가·콰징(직구·역직구)·지식재산권 등 5개 영역 179개 항목의 통일화·간소화가 진행 중애 있다. 무엇보다 2023년 12월 무역·투자 자유화, 항만 협동 발전, 금융혁신 협력 등을 포함한 <징진지 자유무역시험구 협동 발전 행동방안>이 발표되면서 향후 징진지 지역 간 경제통합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코로나 3년 봉쇄로 인해 잠시 멈춰져 있었던 징진지 일체화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중국 수도권 경제의 성장 모멘텀이 어떻게 변화될지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