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 30년 현직 CEO가 전하는 ‘슬기로운 직장생활’]
꺾이지 않는 마음과 원팀 정신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 낳은 여러 가지 화제의 슬로건 중 단연 압권은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구절이다. 월드컵 전사들이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다해 게임마다 최선을 다해 임한 것을 상징한다.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열심히 뛰었다고 선수들이 이구동성으로 강조한다. 호텔로 돌아와서는 식사를 하기 위해 수저를 들어야 하는데 손이 덜덜 떨려서 제대로 식사를 못 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 힘의 원천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국가를 대표한다는 자부심에 근거했을 것이다. 상대 팀과 선수 몸값으로 이야기하면 비교할 수 없고, 개인적인 기량도 상당히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최선을 다하면 그 결과가 뒤집히듯, 강팀과의 경합에서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만들었다.
한국팀이 2대 1로 이긴 포르투갈 게임은 대표적인 사례다. 몸값이 세계 정상급인 선수가 즐비하고 세계 순위로 보면 포르투갈은 9위인 반면 우리는 28위로 엄청난 격차가 있다. 한국팀은 이기고자 하는 마음에서 포르투갈을 앞서 승리로 게임을 마칠 수 있었다고 상대팀 감독이 고백하여 ‘꺾이지 않는 마음’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하였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표현은 다른 스포츠 경기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선 신문 인터뷰에도 등장한 구절이다. 전 세계 2억 명의 MZ세대 게이머들이 열광한다는 e스포츠 중 하나인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에서 우승한 페이커 선수가 강조한 말이다. 그 요점은 5명이 참가하는 팀 경기에서 서로 의지하고 협업하니 개인별 능력에서는 뒤지더라도 승패를 뒤집을 힘이 나왔다는 것이다.
“우리끼리 무너지지 말자. 믿어야 한다. 외부에서 무슨 말을 하든 우리끼리만 무너지지 않으면,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가 나온다.”
결국, 팀 게임의 승패는 분위기가 좌우한다는 말과도 연결된다. 처음에 의욕이 넘치다가도 한 사람이 실수한 것을 시발로 서로 지적하면 곧바로 실력 이하 팀으로 돌변하고 반대로 실수하더라도 곧바로 서로 ‘엄지 척’을 하면서 다독이면, 파이팅하는 분위기로 반전되면서 없던 힘도 나온다.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꼬리를 보이면서 비즈니스 일상이 많이 회복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조직을 뒤흔드는 사고 아닌 사고들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IT 등 일부 업계에서 인력이 부족해지자 우수한 인력을 빼가는 점잖은 스카우트를 뛰어넘어 아예 팀 전체를 빼가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5년간 일한 팀장에게 많은 권한을 넘겼는데, 경쟁사에서 그동안 특수 관계에 있던 회사에 거래를 밀어주고 나중에는 팀원들까지 좀 더 보상을 많이 해준다는 미끼를 던져 갑작스럽게 팀장과 팀원을 한꺼번에 낚아갔다. 이로써 기존에 수행하던 프로젝트에 제동이 걸리고 법적 분쟁에 휘말리면서 비용과 시간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소송전으로 비화하면서 해당 기업은 정부 입찰에 얼굴을 내밀 수 없게 되었다. 더불어 기선 제압을 위해 이직자들은 근무하던 회사의 부조리를 흘리고, 회사는 이에 반격하는 소송을 하면서 모두가 피해자로 전락하는 진흙탕 싸움이 시작되었다.
또 다른 업체는 10년간 외부 프로젝트를 담당하던 팀장 등이 갑자기 그만두고 경쟁사의 선수로 나와 당황케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별도의 사무실로 파견되어 근무가 진행되어 소통을 등한히 한 결과로, 턱없이 높은 연봉을 제시한 후 받아주지 않자 서너 명의 직원이 같이 이직한 것이다. 앞의 스포츠와 반대로 ‘꺾이는 마음’이 회사를 지배한 것이다.
‘꺾이지 않는 마음’의 기저에는 팀 정신이 있다. 축구에서 한 골을 먹었다고 특정인을 지적하거나 바로 선수들이 고개를 숙이면 안 되듯이, 회사에서도 환경과 관계없이 우리끼리 무너지지 않으면, 결국은 승리한다는 원팀(One Team) 정신이 회사 전체에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 한다. 팀워크가 좋아서 좋은 경영성과를 이끌었다는 말이 모두에게서 나와야 한다.
어떤 회사라도 어려울 때 서로 다독여 주면서 갑절의 노력을 더 한다면 후회 없이 싸울 수 있다. 좋은 회사는 우수한 직원과 제품만으로 가능하지만, 위대한 회사는 ‘팀다운 팀, 그리고 꺾이지 않는 원팀정신’이 있어야 가능하다. 힘든 경기를 치를수록 더 팀워크가 중요하듯이 회사도 그래야 미래가 있다. CEO가 단기적인 실적에 집착한 나머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면 마음이 흐트러지면서 CEO와 직원들이 모두 낭떠러지로 내몰린다.
민영채 | W커뮤니케이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