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유명한 스카우터가 제 경기를 보기 위해 한국에 왔어요. 그래서 아주 비장한 각오로 스스로에게 다짐했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잘 보여야 한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 무조건 잘해야 한다. 그런데 해당 스카우터가 한국에 머문 7∼8번의 경기에서 모두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어요. 그래서 아는 이제 끝났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진 경기를 했으니 망했다고 생각했죠. 좌절했어요. 실패했고 모든 것이 허물어졌는데 중요한 것은 이런 실패가 제 인생에서 악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성공과 실패는 다른 것 같지만 같은 말이에요. 너무 힘들어서 능력 밖의 일이다. 한계를 겁니다. 난 여기에 재능이 없다고 느낀다면 여러분은 여러분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제대로 가고 있는 겁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꿈을 이룬 모든 사람들은 모두 그 길을 지나갔기 때문이죠.”
2002년 월드컵 신화의 주인공이자 명 해설가인 이영표 전 대표(강원FC)의 고백이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본 이 고백을 씹고 또 곱씹으면서 가슴이 뛴다. 나만의 느낌이 아니길 바란다. 벅찬 감격으로 어려움에 대한 해석이 달라진다. 어려움에 대한 해석이 달라지면 인생이 달라진다고 감히 생각한다. 이영표 선수의 고백처럼 누구나 시련이 있고 이것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그대로 좌절하느냐, 아니면 더 큰 성공을 이루느냐로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두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누구나 어려움을 만난다는 것이다. 직장 생활은 원래 돈을 내는 것이 아니라 받는 것이니 시작부터 끝까지 어려움의 연속이다. 사장이나 오너는 다르지 않느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전혀 아니다. 마음에 맞지 않는 직원과 복장이 터지면서 일하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를 겉으로 드러내놓고 일하느냐, 아니면 속으로만 담고 있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둘째, 그 어려움을 디딤돌로 여기는 사람과 걸림돌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점이다. 똑 같은 상황을 두고 완전히 정반대의 해석이 병존한다. 그러니 상황을 탓하는 데 머물 것인지, 일취월장하는 디딤돌로 생각할지는 순전히 선택이다. 그런데 이영표 선수의 고백을 듣고 나면 극복하기 힘든 난관이 다가왔을 때 디딤돌로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 같다. 직장에서의 위기도 전화위복의 기회로 여길 것 같다.
미국인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인물 중 하나가 바로 아브라함 링컨이다. 그는 가난한 통나무집에서 태어나 그 후로 많은 역경을 겪으면서 삶의 궤적을 그려내었다. 역경의 연속이었지만 성경과 독서로 모두 이겨내었다는 글을 읽었다. 그런데 그 다음 대목이 눈길을 붙잡는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 중 하나인 그는 ‘인생의 모든 역경을 경력으로 만들었다’고 한 줄로 평가하니 모든 것을 다 설명하고도 남았다.
직장 생활에서는 더욱 그렇다. 역경이 많았다는 것은 힘든 프로젝트를 많이 했다는 증거이고, 그만큼 실력을 쌓았을 것이라는 점을 확신시켜 준다. 진짜 고수는 경력 직원을 채용하거나 다른 부서 직원을 영입할 때 화려한 이력서에 눈길을 두지 않는다. 오히려 어려움 이후에 어떻게 행동했는지에 초점을 모은다. 앞으로 닥쳐올 힘든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실패나 좌절이 많았는가? 그럼에도 패기를 잃지 않고 있다면 그 만큼 많이 도전했다는 이야기이고 그 결과에 관계없이 실력이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전에 성공한 선배도 그랬고, 지금 성공하고 있는 동료도 똑 같은 길을 걷었을 것이다.
일반인도 잘 아는 이스라엘의 다윗은 경영학적으로 성공한 CEO다. 일반인은 골리앗을 이긴 그의 능력에 초점을 맞추지만, 그의 인생을 깊게 들여다보면 그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그가 전쟁에서 이기자 그의 주군이었던 사울왕은 그를 시기하여 죽이려고 마음먹는다. 이에 다윗은 도망을 다니면서 동굴에 살기도 했고, 미친 척 하면서 침을 흘려 위기를 모면하는 10여년의 광야 생활도 있었다.
다윗이 이스라엘의 왕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최악의 시련이 그를 정교하게 다듬은 데 기인한다. 승승장구하는 뛰어난 장수보다 땅 바닥에 주저앉아 울 기력도 없었던 힘든 시기가 그를 겸손하고 인내하며 보석처럼 빛나는 인격을 갖추도록 씨를 뿌려 주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직장 생활은 어려움의 연속이다. 그러나 끝이 없는 동굴이 아니라 터널이다. 그것도 보석처럼 빛나는 능력을 덤으로 주는 시간이다.
최용민 | WTC SEOUL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