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데일리메일(Daily mail)이라는 신문은 2018년 1월 17일자 표제기사로 외로움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임명했다고 대서특필하였다. 외로움이라는 단어가 낯선 것은 이해하지만 정부가 공식적으로 장관은 임명한다는 것은 그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증거다. 외로움이 특정한 일부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관리해야 하는 전반적인 문제로 발전한 것이다. 임시처방으로 치유가 힘들어 지속적이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신문은 최근 영국에서 900만 명이 고립된 삶을 살고 있으며, 20만 명이 친척이나 친구와 대화하지 않고 수주(Weeks)를 보낸다고 그 실태를 고발하였다. 특히 나이가 지긋한 100만 명의 노인들은 친구, 이웃, 그리고 가족과도 전혀 말을 섞을 기회가 없다고 신문은 전한다. 의사들의 주요 업무가 외로움을 호소하는 환자를 만나는 것으로 변해가고 있다. 외로움은 일종의 병으로 이미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골초와 비슷한 건강상 악영향을 야기한다고 신문은 진단하고 있다.
병원비 증가는 물론 사회 범죄로도 연결되기 때문에 그 해약은 더욱 크다고 하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영국에서 3파운드만 지불하면 점심을 같이할 친구를 찾아주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또한 공공단체, 기업, 공연 및 예술단체, 병원, 학교 등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외로움 극복에 도움을 주고 있으며, 다양한 부처가 공동으로 국가전략도 내놓은 상황이다.
사실 외로움은 생소한 것이 아니다. 누구나 느낄 수 있고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이를 병으로 인식하는 것은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외로움은 누구에게나 불쑥 닥쳐 올 수 있다. 사회적 동물로 인간이 생존하는 순간, 고립감과 외로움은 자기 의사와 관계없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인이 싸워서 극복해야 하는 병을 넘어서 사회적 지혜를 모아 모두가 같이 싸워야 하는 공동의 적이다.
개인주의가 횡행하는 것은 서양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이웃인 일본도 코로나19 이후 극단적 선택에 나서는 이들이 급증하면서 2021년 2월에 ‘고독·고립 담당 장관’을 임명했을 뿐만 아니라 고독·고립대책실이라는 조직도 출범시켰다. 외로움을 야기하는 고독과 고립에 대해 국가가 책임지고 나서서 사회적 문제로 부상한 외로움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의미를 보여주었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떨까? 사실 다른 상황을 관망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시장조사기업 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조사한 결과 한국 성인의 87.7%가 ‘사회 전반적으로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했다는 신문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나이 많은 사람뿐만 아니라 20대와 30대도 같은 느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를 반영하면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도 외로움에서는 크게 차이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신입직원일 때 정신없이 보내다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외로움을 타게 된다. 모두가 나를 따돌리고, 특히 상사는 중요한 임무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느낌을 받은 경우가 많다. 언어에서도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하거나 말을 걸어도 제대로 응해주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회사 출근이 즐거워야 하는데, 그 반대이면 직장에서의 외로움이 이미 시작한 것이다. 아주 일부지만 부서 내에서 특정 직원에게 말을 걸지 않고 밥을 같이 먹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단계이면 이미 심각한 수준에 들어선 것이다.
외로움은 사회를 병들게 하는 증후군이다. 다시 말해 전염성이 매우 강한 특성을 갖고 있다. 이 병이 회사에 들어온다면 그 회사 경쟁력에 치명적이다. 옆에 있는 직원이 같은 상황에 내몰리게 되고 팀워크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근로자 개인은 먼저 동료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우선, 업무 외적으로 교류를 많이 해야 한다. 또한 주위 사람들을 도와줄 것을 미리미리 찾아야 한다. 반드시 필요한 자세는 의도적으로 도와주고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업무 외적인 교류를 늘려야 한다. 상황에 따라 업무보다 더 중요한 것이 회사에서의 인적교류다. 회사에서 외롭다는 것은 전적으로 본인 책임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더불어 회사는 외로움과 따돌림 등에 대한 전반적인 인간관계 문제를 상담을 외부 전문 업체를 지정해야 한다. 정신적 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상담을 제공하고 비밀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 내 인사담당자를 통한 인간관계 상담은 부작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외부 전문가를 통해 결과만 파악하는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
최용민 | 전 WTC SEOUL 대표